프랑스 문화의 상징 노트르담대성당 재개관
화재 아픔 딛고 웅장한 초기 고딕 양식 그대로 살려
지난 2019년 4월 불에 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Notre-Dame Cathedral, 이하 대성당)이 다시 세계인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약 5년 8개월의 복원 작업을 거친 대성당은 오는 7일 재개관식과 8일 미사를 봉헌하고 일반에 공개된다. 화재 당시 빠른 대처로 그리스도의 희생을 상징하는‘가시면류관’등 주요 성물과 스테인드글래스 창은 화를 피했지만, 96m의 첨탑이 무너지고 목조로 만들어진 지붕 대부분이 전소됐다. 이후 프랑스 정부가 2000여 명의 전문가를 투입해 복원에 매진한 결과 대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을 그대로 살리면서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됐다. 세계적 문화유산인 대성당의 재개관을 앞두고 수많은 시선이 파리로 쏠린 가운데 완전 복원은 2026년까지 계속된다. 앞마당과 정원 등을 비롯해 일부 복원 작업이 남았으며, 특히 스테인드글라스의 교체가 예정돼 있다.
1163년 짓기 시작해 1345년 완성된 대성당은 초기 고딕 양식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은 창문과 두꺼운 벽이 특징인 로마네스크 양식에서 높은 천장과 뾰족한 첨탑이 두드러진 고딕 양식으로 변화한 가운데 높이 35m, 폭 38m, 길이 122m 규모의 대성당은 건축 기법의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다수 성당의 약 1.5배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성당은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외부 벽면에 ‘버팀벽’(buttress, 버트레스)을 덧대 벽의 하중을 지탱했는데, 대성당은 일반적인 버트레스가 아닌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아치 모양의 ‘공중 버팀벽’(flying buttress, 플라잉 버트레스)을 설계해 벽을 더 높이 쌓았다. 공중 버팀벽으로 벽면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벽을 높이 올릴 수 있게 되자 커다란 유리창을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때 벽에 그리는 프레스코화에서 유리창에 그림을 그리는 스테인드글래스가 발전한 것은 물론이다.
복원 과정에서 대성당의 상징과도 같은 스테인드글래스를 교체하는 것에 대한 찬반이 있었다. 파리대교구장 로랑 울리히 대주교가 스테인드글래스 일부를 현대 작품으로 교체하고 기존 작품은 향후 건설될 박물관에 전시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를 마크롱 대통령이 받아들이자 ‘문화유산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복원 계획을 그대로 고수하기로 결정했으며 2026년까지 교체를 완료해 마무리 짓기로 결정했다. 교체 대상은 대성당 남측 경당 7개 중 6개의 스테인드글래스다. 현재 남측의 성 요셉, 성 토마스 아퀴나스, 성 클로틸다, 성 빈센트 드 폴, 성녀 제네비브, 성 디오니시오, 성 폴 첸 등 7개 경당에서 형상이 묘사된 작품이 설치된 곳은 토마스 아퀴나스 경당이 유일하며, 6개 경당에는 장식용 패턴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이 설치돼 있다.
한편 150개국 출신 34만명의 후원자가 8억 4천6백만 유로(7억 2,700만 파운드) 이상을 복원작업에 기부했으며 수년간 작업 끝에 복원된 대성당은 오는 7일과 8일에 다시 신자와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훈구 기자 la@chosun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