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나이를 따지지 말자
김영균
팝 피아니스트
어린이는 본인이 한계가 많고 부족한 존재임을 깨우치게 되면 소년이 되고 자기뿐 아니라 남들도 부족한 것이 있고 모순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청년이 된다고 한다. 또 누구나 다 모순 속에서 살아 간다는 걸 알면서도 사랑을 할 줄 알면 어른이 되고 남들뿐 아니라 모순투성이인 자신마저 사랑 할 수있으면 이미 노인이 된 것이라고 한다. 그저 나이 먹고 머리 희고 허리 구부러진 노인이 아니라 깊은 깨달음으로 너그러움과 유유자적 할 수 있는 성품을 지닌 그런 노인이 돼야 할 것이다. 소년, 청년, 어른, 노인이 되는 것은 단지 연령순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예를 들어 스무살 청년 가운데도 남들이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 할 줄 아는 어른이 있는가 하면 팔십 구십 노인도 타인의 모순과 약점을 비난하는 것으로 소일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의 3대 천재가운데 왕필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24살에 요절했다. 음악가들도 그렇고 천재는 대개 일찍 죽는 이유를 모르겠지만 그는‘노자주석’을 쓰고 주역을 풀면서도 점을 칠 필요가 없다는‘점 무용론’을 주창한 사람이다. 왕필의 주장은 천재지변이고 길흉화복 이고 간에 모두 사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의 순화운동인데 뭣 하러 그걸 피하려고 애쓰고 구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일침을 한다. 왕필이라는 이 천재를 생각하면 나이로 인간의 성숙도를 판단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 건지 생각 하게 된다. 왕필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떻게 창조적 젊음을 온몸으로 살아 낼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나이를 따지는 일이 얼마나 무의미한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전 수원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