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융자빚 갚느라 끼니도 거른다
미국인들이 학생융자빚 탕감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는 모습. /AP
대출자 3명 중 1명, 빈곤한 생활
식료품·의약품 구입도 포기
공화당, 바이든 탕감 정책 비판
연방정부 학생융자빚을 짊어지고 생활하는 미국 내 성인 3명 중 1명은 융자빚을 갚기 위해 밥을 굶거나 의약품 등 생활필수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방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 33%의 연방 학생융자 대출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식료품이나 의약품 등 생활 필수품 구매를 포기하면서 매달 대출금을 갚고 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3000명 이상의 연방정부 학생융자 대출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일시 중단됐던 융자빚 상환이 지난해 재개된 상황에서 대출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분석했다.
설문조가 응답자의 38%는 “학생융자빚 때문에 원래 없던 크레딧카드빚을 지게 됐다”고 답변했고, 44%는 “주택구매 계획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또 26%는 “가정을 이루는 시기가 늦어졌다”고 밝히며 학자금 대출이 생활 전반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설명했다. 현재 미국인들이 보유한 총 학생융자빚은 1조 6000억달러를 초과했으며, 성인 6명 중 1명에 해당하는 4300만명이 많든 적든 매달 학생융자금을 상환하고 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약 500만명의 학자금 대출을 탕감했으며, 175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경감한 바 있다. 학자금 부채를 탕갑받은 대출자 중 45%는 “더 많은 돈을 저축할 수 있었다”고 응답했고, 9%는 “직장을 변경하거나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19%는 "메디컬 치료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로히트 초프라 CFPB 국장은 “많은 학생융자 대출자들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학자금 부채 탕감으로 대출자의 61%는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구제금 규모는 대출자마다 상이했는데 약 10%는 5000달러 이하, 10%는 9만 9000달러 이상의 학생융자빚을 털어냈다. 구제금액 중간 값은 2만달러로 조사됐다.
한편 많은 대출자들은 다양한 학생융자 상환 옵션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설문조사에 답한 대출자 중 42%는 “기본 상환 플랜만 이용했다”고 응답했다. 이중 31%는 “소득기반 상환계획(Income-Driven Repayment Plan)과 같은 더 저렴한 상환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대답했으며, 소득기반 상환계획에 등록할 수 있었던 대출자 10명 중 4~5명(45%)은 “프로그램에 등록하거나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학생융자빚 탕감 정책에 대한 정치적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등 공화당 측은 이를 ‘부유층에게 도움을 주는 정책’ 이라고 비판해 왔다.
CFPB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융자빚을 탕감받은 미국인들의 중간 가구소득은 연 5만~6만 5000달러였으며, 이는 미 전역 중간 가구소득인 8만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우미정 기자 la@chosunla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