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제4기 뮤지칼 도산 관람 후기
김동수
무대예술인그룹 '시선'
후원 이사회 이사장
캘리포니아주에서 정한 여섯 번째 '도산의 날'에 4번째 시리즈 '뮤지컬 도산'이 지난 8일과 9일 LA이벨극장에서 열렸다. 이번에는 새로 2층으로 단장된 무대를 설치해 배(ship)로도 쓰고 널찍하게 윗층, 아래층으로 동시에 극을 진행시키며 속도감과 입체감을 배가시켜 진행이 빨라져서 좋았다.
LED를 배경으로 깔아 백그라운드 풍경을 빠르고도 멋있게 변경시켜 나가 뮤지컬 무대의 한계를 최대한 극복한 것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 온 조명, 영상, 무대 디자이너인 백시원 감독과 뉴욕에서 조인한 김규린 무대감독의 공헌이 컸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 구성도 그 전보다 업그레이드 되어 좀 더 깔끔하고 뮤지컬로서의 예술적인 면이 많이 향상되었다. 이번에 연출을 맡은 추정화 연출가의 전체적인 흐름과 연기 디테일 등 뮤지컬로서의 완성도가 옅보이는 부분이다.
약 2시간 반에 걸쳐 장엄하게 펼쳐진 뮤지컬 도산의 공연에는 단지 척박했던 120여년 전의 우리 선조들의 독립역사만 담기지 않았다. 그 속에는 120년이 지났어도 우리가 지금 배우고 깨쳐야 할 역사와 교훈이 녹아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슬픔에 더하여 미국에 와서도 사회 최하위권의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서로 다투는 우리 동포들을 계몽하고 교육시키면서 우리가 단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영영 나라를 못찾고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우치게 한 도산!
이승만과 이동녕이 미국을 따라 자유민주주의로 갈 것이냐, 모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주의로 갈 것이냐, 다투는 분쟁 속에서도 오직 우리 민족이 살아남을 길은 '하나' 로 단결해야 한다고 외치는 그의 간절함에서,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대한민국 역사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해외동포들과 차세대들을 위해 다양한 장르의 춤과 음악이 어우러져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역사 교과서의 역활을 하는 뮤지컬 도산!
첫날은 한국에서 온 팝페라 가수 백인태 테너가 도산 역을 하였고, 둘째날은 지난 5년간 창작 데뷔공연에서부터 수 많은 공연을 남가주에서 해온 최원현 테너가 도산 역을 맡아 두 배우의 조금 다른 뉘앙스를 즐기는 맛도 짜릿했다.
또, 뮤지컬의 진수인 두 남녀의 사랑과 가족의 아픔과 애틋함을 더 강조한 이번 제4탄의 혜련 역을 맡은 이은주와 하가희 배우의 연기도 훨씬 예술적으로 성숙해 보였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본인의 청춘과 가정을 송두리째 헌신한 모든 독립투사들의 일면을 보는 듯 했다.
몇 번을 보고 들어도 항상 감동이 넘치는 뮤지컬 도산! 그것은 무대가 좋아지고 더 훌륭한 연출가들과 배우들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것 뿐만이 아닌, 한 사람, 한 분, 한 명의 어린이를 통해 그들의 눈동자에 살아있는 열정, 곧 한민족으로서의 피와 정서가 우리 맘 속에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그들을 통해, 도산이 들려준 목소리와 교훈을 새기며, 이 뮤지컬을 통해 한인 이민사회와 조국 대한민국이 더욱 단결하여 힘을 기르는 위대한 민족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바쁜 이민생활에서 지난 5년 동안 뮤지컬 도산을 창작하고 이번 '시즌 4'까지 이어온 총감독 클라라 신 무대예술인그룹 '시선' 대표와 제작진, 자원봉사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절을 하고 싶다.
시즌 4까지 공연 동안 매회 약 700~800명의 관객이 모인 것에 감사한 마음도 있지만 이 역사적인 감동의 뮤지컬이 뉴욕 카네기홀과 한국 여러 도시에서도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은 나만의 바람이 아니기를 빈다. 뜻있는 사람들의 후원으로 한국인에게뿐만이 아닌 세계인들에게 대한민국의 독립역사와 더불어 위대하고 아름다웠던 선각자요 교육자, 인간 도산 안창호의 이야기가 많이 뻗어나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같은 대표작으로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라고 자기 소원을 말씀하신 백범 김구의 바람을 채워준 것처럼 우리 K-문화, K-뮤지컬을 통해, 비인간적인 착취와 폭력을 누르고 힘과 전쟁을 앞세우는 세계가 아닌, 평화와 자유의 나라, 모든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누리는 그런 새 시대가 오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이번 뮤지컬 도산 시즌 4 공연이 LA에서 성공적으로 끝나도록 알게 모르게 도와주신 모든 분들과 한분 한분의 단원들 그리고 모든 관객들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여러분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