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ZZ와 인생] 눈물이 나도록 살아라
김영균
팝 아티스트
영국에 살던 극작가 샬롯 키틀리가 3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대장암4기로 간과 폐에 전이되어 25회의 방사선 치료와 39번의 화학요법 치료도 견뎌냈지만 결국 하늘나라로 갔다. 이에 그녀가 남긴 마지막 글의 내용을 소개 하려고 한다. “살고 싶은 나날이 이리 많은데 저한테는 허락하지 않네요. 내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도 보고 싶고 남편에게 못된 마누라도 되면서 늙어보고 싶은데 그럴 시간을 안 주네요. 살아보니 그렇더라고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일어나라고 서두르라고 이 닦으라고 소리, 소리 지르던 나날들이 행복이었더군요... 살고 싶어서 해보라는 온갖 치료 다 받아봤지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례식 문제를 미리 처리해 놓고 나니 매일 아침 일어나 아이들 껴안아주고 뽀뽀해 줄 수 있다는 게 새삼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얼마 후 나는 그이의 곁에서 잠을 깨는 기쁨을 잃게 될 것이고 그이는 무심코 커피잔 두 개를 꺼냈다가 한잔만 타도 된다는 사실에 슬퍼하겠지요. 딸아이의 머리를 땋아줘야 하고 아들놈 잃어버린 레고의 어느 조각이 어디에 굴러들어가 있는지는 저만 아는데 그건 누가 찾아줄까요...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22개월이나 살았습니다. 그렇게 1년을 보너스로 얻은 덕에 초등학교 입학 첫날 학교에 데려다 주는 기쁨을 품고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녀석의 첫 번째 흔들거리던 이빨이 빠져 그 기념으로 자전거를 사주러 갔을 때는 정말 행복 했지요.‘보너스 1년’ 덕분에 30대 중반에서 후반까지 살고 가네요. 중년의 복부 비만이요? 늘어나는 허리둘레? 그거 한번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희어지는 머리카락이요? 그거 한번 뽑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살아 남는다는 거잖아요. 저는 한번 늙어보고 싶어요...” 우리는 정말 감사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의 누군가가 그렇게 살고 싶어했던 하루이기 때문은 아닐까? (전 수원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