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내륙국 스위스가 ‘세계 최대 해운사’를 보유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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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내륙국 스위스가 ‘세계 최대 해운사’를 보유하다니

웹마스터

이보영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바다가 없는 나라를 ‘내륙국’(Landlocked Country) 이라 한다. 지구상에는 44개의 내륙국이 존재한다. 이들 중 일부 국가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내륙국은 지극히 가난하다. 이유는 바다가 없기 때문이다. 영토에 바다가 붙어있다는 건 그 국가와 국민에겐 큰 축복이다. 


내륙국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무엇보다 대외적인 정치, 경제, 사회 활동에 많은 제한을 받고있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국가의 경제발전과 국민들의 경제활동에 큰 장애를 안고 있다. 이웃나라들과 교역이나 통상을 하려면 도로나 철도를 이용해야 되는데, 이는 이웃국의 국경과 내륙을 통과해야 되기 때문에 사전허락이나 상호주의 협정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내륙국은 바다가 없으니 배도, 뱃길도, 항구도 없다. 다행히 큰 호수나 큰 강이 흐른다면 수로(Channel)를 만들어 수운(水運)을 통해 무역통상을 할 수 있겠지만, 그 규모와 범위에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가는 국제무역을 통해 상호보완 발전하며 필요를 해결한다. 국제무역은 거의 해상운송을 통해 이루어 진다. 대량수송이 가능하여 운송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구촌의 강대국들은 대부분 자국의 글로벌 대형 해운사를 보호육성하고 정책과 금융으로 지원도 한다. 해상운송이 국제무역을 통해 자국의 이익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바다가 없는 스위스는 중앙 유럽에 위치해 있는 산악국(山岳國)이다. 국토 대부분이 알프스산맥의 능선에 걸쳐 있어서 높은 산과 고원(高原), 깊은 계곡, 그리고 호수들로 차 있다. 기후는 산악기후로 변화무쌍하며, 고원지대는 연간 약 7개월 동안 눈에 쌓이며, 빙하와 빙설원 지대도 많다. 다행인 것은 알프스산에서 발원한 물길이 스위스, 독일, 네델란드를 경유하여 대서양(북해)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이 강이 그 유명한 라인강(Rhine)이다.


라인강은 길이 1320Km로 유럽에서 가장 긴 강으로, 경유하는 지역마다 식수와 농·공업 용수를 공급하는

것은 물론 내륙수운(Water Carriage)에도 대동맥 역할을 한다. 기원 전부터 라인강은 물길을 따라 사람과 물자를 끊임없이 이동해 왔다. 유럽인들은 라인강을 ‘유럽의 젖줄(Europe’s Lifeline), 알프스를 ‘유럽의 지붕(Top of Europe) 이라 부른다. 스위스는 북쪽엔 독일, 남쪽으로는 이태리, 서쪽엔 프랑스, 동쪽으르는 오스트리아, 4개국에 둘러 싸여 있어, 언어도 독일어, 불어, 이태리어를 혼합 사용한다. 지형이 대체로 산악지대이다 보니 낙농업(Dairy)이  전통산업이 되었다.


이런 내륙국 스위스가 ‘세계 최대 해운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질까? 바젤(Basel)은 스위스의 유일한 내륙항구이며, 스위스의 최북단, 라인강 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스위스의 무역품들은 바젤항을 통해 라인강 수운을 타고 라인강 하류에 대서양과 만나는 네델란드의 로테르담(Rotterdam) 항구에서 외항선으로 연결된다.


로테르담항은 유럽 최대규모의 항구이다. 항구의 지리적 위치도 대서양과 접점(Contact Point)인 라인강,

마스강, 스켈트강의 하류에 건설되었고, 유럽의 글로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로테르담 항은 최첨단 시설로, 최고의 효율성(Auto Process)을 갖추어, 미래의 친환경적 항만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전 세계의 항만청(port Authority)들이 벤치마킹(Benchmarking)의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고속도로 상에서 노란색 바탕에 ‘MSC’ 라고 쓰인 컨테이너를 흔히 볼 수 있다. 스위스가 보유하고 있는 해운회사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의 컨테이너들이다. 1970년 이태리 출신의 항해사, 잔루이지 아폰테(Gianluigi Aponte)가 중고 선박 1척으로 MSC를 설립했다. 그는 지중해와 아프리카를 오가는 해운업으로 큰 돈을 벌게 되자, 1977년부터 점진적으로 지중해를 벗어나 전 세계 항로로 해운업을 확장해 나갔다.


아폰테 회장은 1978년에 MSC의 본사를 나폴리(Napoli)에서 스위스 제네바(Geneva)로 이전했다. 그 이유는 스위스의 무역량과 미래의 성장 잠재력을 내다보고, 특히 제네바는 원자재 시장과 선박금융 인프라가 발달된 국제 금융도시라는 매력 때문에 사적(Company’s Nationality)을 스위스로 변경했다.


MSC의 주력 사업은 컨테이너 화물 해상운송이다. 하지만, 1988년부터는 여객선 쿠르즈(Cruise) 사업에 진출했고, 2022년부터는 항공화물(MSC Air Cargo) 사업도 시작했다. 2024년 7월 현재, MSC는 선복량(약 600만 TEU) 기준으로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었다. 약 850척의 선단이 155개국, 520개의 항구에 기항(Ports of Call)하는 거대한 해상운송 집단으로 거미줄같은 항로망(Route Network)을 갖추었고, 약 20만명의 인력자원을 확보하고 있다. 스위스는 악조건의 지형에도 원활한 무역 통로와 해상운송 수단을 확보했기에 세계의 선진 경제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바다가 있어야만 해운산업을 영위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무너뜨렸다.


한국은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 지형적으로 큰 축복을 받은 나라다. 지경학(Geo-Economics)적으로 해운 물류산업과 무역업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 문제는 국가적 정책과 지원, 관심이 얼마나 뒷바침만 해 주느냐?가 관건이다 해상 물류체계 구축으로 세계 무역을 주도해 나가는 스위스에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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