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C.S. 루이스와 문학적 성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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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C.S. 루이스와 문학적 성경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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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친구인데 식사법이 고약해서 어려운 친구가 있다.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밥을 물에 말아 먹었다. 모든 반찬을 물에 말아 먹어서 당황스러웠다. 보리굴비를 먹을 때는 더 심했다. 녹차에 밥, 굴비, 온갖 반찬을 다 넣어 이상한 국밥처럼 먹었다. 보리 굴비를 근사하게 먹을 수 있는데 돼지죽처럼 만들어 먹었다. 식당 종업원들 눈치가 보여 혼났다.

   그런데 이 친구의 정말 고약스러운 점은 음식 비평이다. 음식을 비평할 만한 전문적인 식견도 없으면서 자기 입맛대로 음식을 혹독하게 비평한다. 함께 있는 사람들이 불편할 만큼 까탈스럽다. 음식을 먹는 내내 재료를 평가하고 조리법을 평가한다. 그의 불평을 들으면 음식 맛이 사라진다.

   C.S. 루이스는 평생 영문학 교수를 지낸 영문학자다. 게다가 그는 평생 글을 읽고 쓰는 문학가로 인문학 대가(大家). 그는 성경비평가들이 성경의 문학적 특징을 무시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루이스는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신학자의 성경비평을 천박한 무감각이라고 비난했다.

   서두에 식사 버릇이 고약한 친구 이야기는 당시 성경비평가를 향한 C.S. 루이스의 비판을 필자가 각색한 것이다. 성경에는 시(), 보고 문학(報告 文學), 서신(書信) 등 다양한 장르가 있다. 메뉴가 다양하다. 루이스는 성경의 문학적 특성을 무시한 채 (물에 말아 먹듯)한 방식으로 읽는 것을 비판했다.

   루이스의 독특한 성경관을 크리스텐슨(Christensen) 박사는 <문학적 영감론(Literary Inspiration)>이라 불렀다. 루이스는 성경을 영감 된 문학의 모음으로 보았다. 성경의 문학적 요소, 이미지, 상징, 신화 그리고 비유 등은 성경의 교훈과 진리를 구현(Embodiment)하는 도구라고 보았다.

   C. S. 루이스는 성경을 일반 글과 다른 방식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성경을 읽을 때도 일반 글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건전한 비평적 읽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건전한 비평적 읽기”는 텍스트에 집중하여 성경의 문학 형태와 해석학적 함의를 존중하는 것이다.

   루이스의 주장이 다소 과격하지만, 그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성경은 메시지를 담은 문서라는 점에서 문학이다. 루이스의 주장대로 성경은 다양한 문학적 장르로 구성되었다. 문학을 장르별로 읽어야 한다는 것은 지극한 상식이다. 시를 소설처럼 읽는다고 핵심 메시지를 놓치지는 않지만, 시를 소설처럼 읽는 것은 많은 것을 놓칠 수 있는 난센스다.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첫째로 성경을 문학으로 즐기는 것이다. 성경 자체를 즐겨야 한다. 독자가 성경의 논조와 기풍에 흠뻑 빠지고 성경이 전하는 종합적 메시지를 듣고 배워야 한다. 성경의 등장인물을 만나고 그들의 삶을 배워냐 한다. 이것은 성경 전체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성경을 문학적으로 읽는다는 것은 둘째로 성경의 문학적 장르를 존중하는 것이다. 서신서는 서간체로 읽어야 하고, 시편은 시로, 보고 문학은 보고 문학답게 읽어야 한다. 루이스에 의하면 문학적 장르를 무시하고 읽는 것은 음식의 종류를 무시한 채 무조건 물에 말아 먹는 것과 같다. 성경을 즐기고 성경에 흠뻑 빠져서 성경 고유의 맛을 즐기는 성경 읽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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