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어머님의 여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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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어머님의 여행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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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을 방문할 때마다 계획하지만 쉽게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어머님과의 여행이다. 계획했던 어머님과의 여행을 몇 번씩이나 취소했고, 대폭 축소된 여행을 고작 한두 번 했다. 어머님과의 여행이 잘 지켜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많다. 


우선 약하신 어머님의 건강과 체력이다. 팔순 후반의 어머님은 허리와 다리가 약해 여행의 부담을 호소하신다. 둘째는 나의 부족한 효심이다. 셋째는 피치 못할 상황(예컨대 병원입원 등)의 발생이다.


올해도 단단히 벼르며 어머님과 여행을 준비했다. 날짜도 정하고, 갈 곳도 두 세 곳 알아보고, 사업하는 동생의 도움으로 차량도 준비했다. 그런데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과정에서 시작된 사소한 대화로 심장병원에서 스탠트 시술을 받느라 여유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 배려와 컨디션의 호조로 하루가 생겼다. 어머님을 설득해 어머님과 짧은 여행을 했다. 맛난 점심도 먹고, 어머님 추억이 담겨 있는 몇 곳들을 돌아보았다. 과거 기억을 떠올리시며 찬송가를 부르시는 어머님을 따라 같이 찬송했다. 자동차 안에서 목청 껏 이중창을 불렀다. 


어머님은 최애곡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을 부르셨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 한이 없는 주의 사랑 어찌 이루 말하랴? 자나 깨나 주의 손이 항상 살펴 주시고,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 


그날 차 안에서 우리는 이 찬송을 수없이 불렀다. 그야말로 무한반복이었다. 찬송을 부르다 둘 다 울었다. 어머님은 1절 마지막 소절 “모든 일을 주안에서 형통하게 하시네”라는 대목에서, 나는 2절 첫 소절 “몸도 맘도 연약하나 새 힘 받아 살았네”에서 몸도 맘도 약해지신 어머님 모습을 보며 울컥 울컥 했다. 의도치 않은 눈물의 이중창이 되었다.


요즈음 미국으로 갈 때마다 어머님께 큰절을 드린다. 어머님이 팔순을 넘기다 보니 어쩌면 마지막 인사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내년 여행을 약속했다. 둘 다 컨디션 준비 잘 해서 내년엔 꼭 여행을 하자고 했다. 어머님의 고향, 어머님 신혼살림을 꾸렸던 마을 그리고 고향 교회를 찾기로 했다. 여행을 약속하는데 벌써 어머님 얼굴은 상기되었다. 어머님은 내년 여행 준비를 시작하셨다. 


그러나 어머님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여행을 준비하신다. 그 여행은 영원한 '천국행 이민 여행'이다. 어머님의 모든 관심은 천국행 여행 준비에 결부되어 있다. 결연하고 담담하게 천국행 여행 준비가 다 되었다는 어머님이 부럽고 감사하다. 어머님은 그 여행을 진심으로 기대하며 사모하신다. 


인류 역사상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영원한 여행을 갔고 가고 있다. 누구나 가야 한다. 예외가 없다. 그런데 종종 이 영원한 이민 여행을 염두에 두지 않고 사는 모습을 본다. 성도의 삶이란 결국 천국행 이민 여행 준비다. 이 마지막 여행을 잘 준비하는 것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지혜로운 삶이다. 이 여행 준비가 안 되면 영원한 실패자가 된다.  


2008년 2월 20일 미국 이민을 왔다. 우리 네 식구 숫자대로 이민 가방 8개만 꾸렸다. 다 버리고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겼다. 천국행 여행 짐은 더 간단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땅에 영원히 살 것처럼 우리 짐을 늘린다. 여행을 준비하는 어머님을 보며 영원한 이민 여행을 생각한다. 영원한 이민국을 사모하며 믿음으로 그 여행을 잘 준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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