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재수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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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재수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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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엔 자신의 직위나 사회적 인지도, 학벌이나 인맥, 그리고 돈과 재력을 내세워 혜택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이는 노골적으로 대접을 요구하고 때론 타인을 짓밟고 군림하려 든다.  

 

한 번은 F신학교의 L교수란 분의 연락을 받았다. 전혀 누군지 모르는 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자리를 비운 금요일 오후 학교 사무실로 연락해 리턴콜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월요일에 출근해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오전 9시 반쯤 전화를 드렸다. 그랬더니 다짜고짜 리턴콜이 왜 이렇게 늦느냐, 무척 바쁜 분 같다며 비꼬았다. 그렇게 생각하시면 미안하다고(영어 표현 “I’m sorry you feel that way”) 예의를 취했다. 한국에서 온 분이기에 한국 정서에 맞게 사과하고 그냥 넘어가려 했다. 

 

그 교수의 용건은 당신과 친분있는 한 대안학교의 교장이 미국에 오는데 우리 학교를 방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근데 사실 난 그런 분을 수 십번 만나 보았다. 거의 다 대안학교의 한계를 국내에서 극복할 길이 없어 미국에 있는 기독교 학교와 관계를 맺어 학점을 교류해 그쪽 학생들을 미국 대학에 진학하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번에도 또 그런 부탁을 받을 것 같아 답답했지만 좋다, 만나자, 언제 만나고 싶은지, 또 특별한 안건이 있다면 사전에 알려 달라고 전했다. 아, 그랬더니 이 양반이 또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먼 길 오는 방문객 앞에서 자기 체면을 생각해 그냥 만나주면 되지 안건을 꼭 알아야 하냐, 목사인 우리 친형님을 자기가 잘 알고 있고, 이전에 어디서 날 만난 적도 있는데 그 땐 참 괜찮은 사람같아 보였는데 자기가 사람을 잘 못 본것 같다, 왜 그렇게 재느냐고 쪼아댔다. 할 말을 잃었다. 그는 또 내가 선교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역이 잘 풀리니 좀 교만해진 것 아니냐며 빈정댔다. 화가 치밀었지만 천천히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아 글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참 더러웠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난 영어가 편하니 영어로 말하겠다고 했다. 내가 메시지 받는 즉시 리턴콜을 했는데 그게 무슨 실례냐고, 한국 대안학교 관련된 분들이 우리 학교에 몇 십번이나 방문했는지 당신이 아느냐고, 내가 나름대로 한국 대안학교와 국제학교를 도와주려고 한국을 방문했을 때 수십 명의 담당자를 만나본 것 아느냐, 일방적으로 전화해 비꼬고 깐죽거리는게 나이든 교수가 할 짓이냐며 조목조목 따졌다. 그랬더니 지금 미팅 중이라 통화하기 어렵다고 둘러대며 또 전화를 끊으려 했다. “관두세요, 이번엔 내가 먼저 끊습니다”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Assholes: A theory'란 책을 소개한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재수없는 놈에 대한 이론"이라 하겠다. 그 책은 수필이나 오피니언이 아니라 심리학 이론을 잘 적용해 재수없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잘 설명해 주는 유익한 책이다. UC 어바인의 교수가 쓴 이 책의 핵심은 보통 앞서 말한 그런 사람들이 "너 내가 누군지 알아?"로 대화를 시작한다고 한다. 내가 교수다, 내가 사장이다, 내가 대표다, 내가 대형교회 목사다, 내가 이사장이다, 내가 아무개 유명인사와 친하다, 내가 하는 일의 규모가 이 정도다 등 등, 말과 표현과 뉘앙스로 상대방을 주눅들게 해 대화와 관계를 압도하려 든다는 것이다. 딱하게도 그런 식으로 사람 대하기에 익숙해진 자는 자기가 그런 짓을 하는지도 모른단다. 우리 주변에 그런 밥 맛없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어떻게 타인을 대하는가? 재수없는 사람같이 타인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먼저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신학교 교수님, 목사님, 사장님, 대표님 등 꽤 잘났고 잘 나간다고 생각하는 모든 분께 꼭 부탁드리고 싶다. 재수없는 말과 표현, 자세와 태도를 내려놓고 사람을 정중히 대해 달라고, 초면에 반말하고, 가시있는 말로 비꼬고, 자기보다 젊고 직위가 낮은 사람에게 갑질하지 말았으면 한다. 친절히, 그리고 겸손히 남을 대하면 분명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존경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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