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싸움꾼을 키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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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싸움꾼을 키우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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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국을 생각하고 고국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이민자의 숙명이다. 모국이 시끄럽거나 불안하면 해외에서는 더 불안하다. 현재의 모국을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다. 조국이 직면한 문제들로 나라 상황이 위중한데 나라 안 정치권에 심각한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이나 야권의 선명성 경쟁의 상황은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어느 사회나 갈등이 있다. 인간 사회에 갈등은 필연이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갈등은 악성이다. 갈등의 내용과 과정이 건강하지 못하다. 게다가 온 국민이 갈등과 싸움에 동참하고 있다. 각 기관과 단체도 쟁투에 골몰한다. 그야말로 전면전이다. 정당도 싸우고, 국회도 싸우고, 교수도 싸우고, 대학도 싸우고, 의사들도 싸우고 정부도 싸운다. 정부끼리 싸우고 정부 안에서도 싸운다. 나눠진 진영의 싸움판에는 논리도 상식도 없는 듯하다. 모두 싸우니 심판도 없고 규칙도 없고 조정자도 없다. 이른바 난장판이다. 


이런 모국을 보면 송나라가 생각난다. 화려한 문화를 이룬 송나라는 싸우다 망했다. 송나라는 마르코 폴로가 극찬한 문화 강국이었다. 다수의 역사가는 송나라 문화가 500년 후의 대영제국 문화보다 더 찬란했다고 밝힌다. 현재 중국이 자랑하는 문화유산 대부분이 송나라 문화라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를 꽃피운 송나라가 허망하게 망했다. 


송나라의 멸망이유를 한 가지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이유를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내부 갈등이라고 말하겠다. 송나라는 지긋지긋한 내부 갈등을 앓으며 터지도록 싸웠다. 정권이 바뀌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상대 세력을 말살했다. 조정마다 서로 ‘적폐(積弊) 청산’을 하며 피비린내 나는 역사를 이어갔다. 


송나라 조정마다 과거 정부 협조자 이름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블랙리스트로 비석을 세우고 박해했다. 이런 풍조는 송나라의 한 왕조나 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송나라는 안에서 싸우느라 국방에 허술했다. 평화를 돈으로 구걸하다 결국 망하고 말았다. 송나라 조정은 서로싸우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망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은 무참하게 무너진 송나라와 너무 닮아서 섬뜩하다. 이렇게 싸우면 송나라와 같이 망할 것 같아 숨이 막힌다. 현재 싸움은 무조건 멈춰야 한다. 필자도 정의를 외치고 싶고 상대의 허물을 지적하고 싶고 분노하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상대를 향한 지적이나 문제 분석은 싸움을 멈추는 것보다 급하지 않다. 


싸우면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는 싸움꾼에 환호한다. 부상하는 정치 지도자 대부분이 맹렬한 싸움꾼으로 등장했다. 현 대통령도 갈등국면에서 투사로 등장했고, 각 당의 대표도 투사로 존재를 입증했다. 친명이니 친윤이니 하는 사람도 자세히 보면 맹렬하게 싸웠거나 싸우는 투사다. 한국 정치권은 싸움꾼이 주류가 된 이상한 사회다. 


투사형 지도자들은 싸움 맛을 알고 싸움을 즐긴다. 싸움으로 세력과 인기를 얻어 지도자가 된 그들은 또 싸울 것이다. 우리 사회는 큰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성경은 ‘피차 물고 물리면 멸망한다(갈5:15)!’라고 가르친다. 싸움으로 흥한 자는 싸움으로 망할 것이다. 싸움을 그치고, 싸움꾼을 경멸하는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 우리 모두가 살길이다. 우리 사회가 싸움을 그치는 지혜를 얻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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