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은 어떻게 마술을 부리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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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어떻게 마술을 부리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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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맹활약 중인 한인 조명감독 케빈 조. 케빈 조 조명감독이 조명기구를 점검하며 포즈를 취했다. 세계적인 유명 촬영감독 딘 컨디(왼쪽)와 작업 중인 케빈 조 감독.아이유 뮤직비디오 '홀씨'. (위에서 부터)       /이훈구 기자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조명감독 케빈 조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스태프는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포트라이트는 항상 배우나 감독의 몫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조명감독’으로 주목 받는 이가 있다. 바로 한국계 케빈 조(Kevin Cho, 한국이름 조열림)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국에서는 이름만 대면 아는 분들이다. 아버지는 소설 가시고기’, ‘등대지기’의 작가 조창인 선생이고, 미국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은 어머니는 네이버의 블로거로도 유명한 ‘빅픽처연구소’(https://blog.naver.com/bigpicturefamily)의 김진미 소장이다. 


우월한 유전자를 물려 받은 까닭인지 그는 미국에서도 당찬 성공을 했다. 처음 유학을 온 어머니를 따라 미국에 온 것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필리핀과 베트남계뿐인 학교에서 영어로 적응하기 위해 초등학교만 7년 반에서 8년을 공부해야 했다. 작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고 자연스럽게 영화나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들어간 대학이 바로 명문 ‘컬럼비아 칼리지 할리우드(Columbia College Hollywood)였다. ‘연출’을 전공하였지만 한국인으로 연출 분야에서 성공하기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부모의 응원도 한 몫 했다. 그의 부모는 절대적으로 지지를 보냈다. 그렇게 케빈은 미국의 주류 ‘조명감독’의 길을 한걸음씩 떼 나가고 있다.


#. 첫 작품의 추억 그리고 비욘세 놀즈

2015년의 기억이다. 그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을 마치면 ‘이번 달 렌트비가 해결되었다’는 안도감으로 만족했던 시절, 지금 돌이켜 보면 매우 재미있는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다. 첫 작품(1 interrogation)이니 만큼 전기를 다루는 방법조차 미숙해서 작은 제너레이터로 해결해 보려던 좌충우돌의 현장에는 설상가상 비와 우박까지 내렸다. 하지만, 12일간의 작업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사람을 예쁘게 나오게 하는 지를 깨닫게 한 작품이었다. 


그렇게 밑바닥을 경험하고 나니 지금까지도 ‘열정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단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경우는 바로 세계적인 스타이자 그의 우상이었던 비욘세 놀즈(Beyoncé Knowles)의 ‘아이비파크(Ivy Park)의 콘텐츠를 작업한 것이다. 아이비파크는 미국의 비욘세 놀즈가 소속사 파크우드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소유, 관리, 운영하는 애슬레저 의류 라인으로 아디다스(ADIDAS)와의 콜라보레이션 레이블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비욘세라는 자신의 우상과 함께 작업한다는 것에 대한 엄청난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걸 해내지 못하면 다음에는 못한다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고 특히, 기획 단계에서부터 조명을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뮤직비디오로 출발했지만 결국 다큐멘터리를 한 셈이 되었다. 곁에서 지켜 본 비욘세 놀즈는 어떠했을까? 놀랍게도 경험이 많다 보니 분장 단계에서부터 조명감독과 상의했다고 한다. 탁월한 미모에서 뿜어 나오는 아우라에 압도되었고 부드러운 소통을 스태프들과 하면서도 굉장히 까다롭고 엄격하게 현장을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조명’을 잘 알고 있었다고 한다. 이후 그는 누구를 만나도 꿀리지 않고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 아이유, 그리고…

조명감독 입장에서는 사람보다 사물이 더 찍기 어렵다. 빛을 반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연구한다. 요즘 대세라는 컴퓨터그래픽(CG)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에서 대충 대충을 용납하지 않는다. 촬영기술이 발전해도 현장에서 잘 찍어야 후반 작업하기도 수월하다는 그의 지론은 이미 할리우드에서 정평이 나있다. 


기본적으로 감독은 자신의 촬영기호(taste)에 맞게 조명감독을 하이어(hire) 하게 마련이다.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많은 작품을 했다. 유튜브에 링크(KC gaffer’s work)된 유명 작업물만 해도 155편에 이른다. 유명 촬영감독 딘 컨디(Dean Cundey)와도 작업하였다. 타일라 워터(tyla water)를 비롯 리니컬 레모네이드(Lynical Lemonade, 힙합 레이블의 대부)의 NBA 협업물 등도 했는데 광고와 뮤직비디오가 5:5 정도로 일이 들어오고 있다. 


특히, 그는 까다롭다는 자동차 광고도 많이 했다. 테슬라, BMW, 렌지로버, 기아, 현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얼마 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가서 여성 트레일러 최초의 광고를 찍기도 했다. 여성들에게 폐쇄적인 그곳에서 최초의 여성 야외촬영이 허락되었다고. 최근에 가장 인상적인 작업으로는 아이유(IU)의 ‘홀씨’다. 미국과 한국의 현장을 동시에 이해하기 때문에 점점 그의 비중은 커져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에서 진정한 승부를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는 ‘조명’을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 정도로 이해하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현장의 ‘조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조명이란 무엇일까? 라고 물었다. “무의식적으로 표정과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게 바로 조명입니다. 게다가 디테일하게 말로 설명이 가능하죠. 영화인을 꿈꾸는 이라면 한번쯤 거쳐가야 하는 분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할리우드에 한국인 조명감독은 많지 않다. 게다가 회사를 운영하며 모든 장비가 구비된 감독은 아마도 ‘케빈 조’가 독보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그의 내일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훈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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