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2024 총선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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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기독교 인문학] 2024 총선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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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쉐어USA 대표


총선이 끝났다. 개인적으로 이번 총선은 모두를 패자로 만든 선거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많지만 “우리 사회의 품격을 떨어뜨렸고 거짓말이 통하는 사회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총선을 관심 있게 지켜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썩을 대로 썩어버린 정치권의 악취가 진동하는 선거가 되었고, 여론과 표심이 이 악취에 취한 듯하다.      



총선 기사를 접하며 전석순의 소설 '거의 모든 거짓말'을 생각했다. '거짓말 자격증' 2급을 소지한 주인공의 거짓말 이야기다. 주인공은 주변 사람들에게 각종 거짓말로 거짓말 실력을 자랑한다. 2급 거짓말 자격증을 가진 주인공은 1급 거짓말 자격증을 따려고 애쓰며 거짓말을 연습한다. 작가는 거짓말을 연습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통해 거짓에 물든 사회를 질타한다.


주인공은 두 사람의 고객으로부터 각각 사랑을 확인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느 여자로부터는 중년 남자의 사랑을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고, 다른 여자로부터는 소년의 사랑을 확인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주인공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거짓말을 하여 상대방의 진심을 파악해야 했다.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 주인공은 거짓과 진실 속에서 갈등을 한다. 


주인공은 때때로 아버지 어머니와의 경험을 떠올린다. 주인공이 어릴 때부터 거짓말을 해야만 했던 이유는 집안이 가난해서였고,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지 않으며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며, 어머니가 거짓말이라도 해야 뭐라도 있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아버지처럼 그리고 어머니를 닮아서 거짓말을 하게 되었고,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의 모든 거짓말'에서 거짓말은 능력이요 스펙이다. 이미 거짓말 전문가인데 더 나은 거짓말쟁이가 되려고 기를 쓴다. 정말 기가 막히는 장면이다. 이런 안타까운 삶을 사는 이유는 주인공의 부모들이 거짓말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부모의 거짓말을 먹고 성장했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작된 줄 알면서도 능숙한 거짓말쟁이가 되려는 주인공의 기구한 삶이 불쌍했다. 


이번 총선은 무엇을 남겼을까? 총선을 통해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 남기는 유산은 무엇일까? 이번 선거는 거짓말이 용인되는 사회를 남겼다. 이번 총선은 우리 사회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렸고 옳고 그름의 기준을 무너뜨렸다. 뻔뻔한 거짓말로 사회적 정의나 공정의 기준을 더 허물어 버린 것이다. 정직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요 할 수만 있다면 정직하게 살라는 오래된 사회적 교훈과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다. 


영국에 역사가 100년이 넘는 '세계거짓말대회(World's Biggest Liar)'가 있다. 해마다 세계 각국의 거짓말 전문가들과 거짓말 대장들이 등장해서 거짓말을 뽐낸다. 그런데 이 대회에는 매우 중요한 규정이 있다. 이 대회에는 정치인과 변호사는 참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두 직종은 모두 직업적으로 거짓말에 능숙하기 때문이란다. 


이번 선거가 영국 세계거짓말대회의 규정을 확인해 주었다. 또 이번 선거는 우리 사회가 거짓말을 용인하는 사회임을 공포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성경은 ‘거짓 입술은 여호와께 미움을 받아도 진실히 행하는 자는 그의 기뻐하심을 받느니라 (잠언 12:22).’라고 가르친다. 거짓말을 싫어하시고 진실을 기뻐하시는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성도와 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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