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정답과 해답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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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정답과 해답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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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나는 어린시절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 하지만, 대학에서 '클래식 음악의 기초: 클래식 음악 제대로 듣기'란 과목을 택할 기회가 있었다. 교수는 먼저 장(movement)과 서곡(overture)은 무엇인지, 또 소나타, 교향곡, 협주곡, 그리고 아리아의 차이는 무엇인지, 클래식 음악의 시대적 특징은 무엇인지 등 단어와 개념의 정의, 그리고 차이점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 기초적 지식을 갖고 나는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이란 작품을 좀 더 깊이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지휘자나 연주자가 자신의 해석이나 느낌에 의해 다른 사람과 달리 지휘하고 연주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악보라는 틀(frame)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누가 지휘하고 누가 연주하는가에 따라 음악의 전체적 템포, 크레센도와 디 메뉴엔도, 흐름과 분위기 등이 세밀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달인, 그러니까 명인(名人, virtuoso)은 주어진 틀 내(內)에서 자신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해 연주하고 지휘한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정답과 해답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정답'과 '해답' 이 두 단어는 보통 상호교환하여 사용하지만 분명 차이가 있다. 어떤 문제는 정답을 요구하고 어떤 문제는 해답, 즉 솔루션을 요구한다. 그렇기에, 정답과 해답의 차이와 상호관계를 인지한 뒤 분별력과 유연성을 갖고 문제를 풀어가면 삶에 큰 도움이 된다.



정답이란 일반적으로 주어진 질문이나 문제에 정확한 단일 또는 특정 응답을 제공하는 것이다. 학교에선 보통 초등과정을 통해 정답을 찾도록 가르친다. 특히 기초수학은 정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 + 1의 정답은 2다. 열 개의 사과 중 세 개를 친구에게 주었다면 남은 사과는 7개다. 그 외의 정답은 없다. 영어과목도 초등과정을 통해 철자법이나 문법을 배워 정답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기초실력을 쌓게 한다. '사과'란 과일의 스펠링은 a-p-p-l-e 다. 이것이 정답이다. 

클래식 음악으로 따지면 악보를 있는 그대로 따라 지휘하고 연주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데, 점차 수학에도 하나의 정답보다 여러 개의 해결책(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문제가 등장한다. 예를 들어, 대수(Algebra) 부등식 문제 2x−5 < 7 는 해결책이 '6'보다 작은 모든 '실수(real number)'이다. 이 문제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다. 영어과목도 이미 습득한 철자법, 문법, 단어의 뜻을 기반으로 읽은 내용을 분석해야 하고, 정답보다 자기 생각와 주장을 설득력 있는 말과 글로 표현하고 발표하고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의 경우 자신의 해석과 느낌과 개성을 반영해 연주하는 것이라 하겠다.



여담같이 들리겠지만 중고등학생이 되었는데도 정답만 찾는,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찍는' 교육을 받고 있다면 큰 문제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 대학에 진학하면 주입식 교육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낄 것이고, 그렇게 공부를 가르친 부모나 교사를 원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적어도 우수한 대학의 거의 모든 시험이 에세이나 프로젝트로 치러지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정답보다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한 에세이나 설명, 그리고 해답을 요구한다.



큰 그림으로 본다면 교육뿐만 아니라 인생 자체가 크고 작은 문제를 끊임없이 풀어가야 하는 긴 수업, 긴 심포니가 아닌가? 모두 다 주어진 시간과 환경 속에서 건강, 관계, 자식, 돈, 부부, 진로, 사업 문제 등을 해결하고 풀어가야 한다. 문제를 좋아하고 환영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문제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고, 문제가 생기더라도 속히 해결되거나 사라지길 원하지만, 그 소원은 마지막 숨을 내쉰 뒤에만 이뤄질 것이다. 



삶의 문제를 피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대응하고, 발목을 묶을 듯해 보이는 문제의 사슬을 풀어야 한다. 그러려면 포기하지 말기로 마음을 정해야 하고, 그 다음은 정답과 해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답과 해답의 차이를 인지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답이 적절한지 분별하고 적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정답과 해답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가장 적합한 답을 찾아내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는 사람을 배출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 믿는다. 나름대로 지난 25년간 그 일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런 능력을 소유한 인재를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문제투성이인 이 시대의 가정과 사업터와 사회에 꼭 필요한, 문제의 늪을 잘 헤쳐갈 지도자 양육에 올인하기로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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