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아트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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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아트 벤치'

웹마스터

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며칠 전 카타르국립박물관 중앙광장에 한인 조각가 최병훈의 현무암으로 된 ‘아트 벤치와 테이블’ 10여 점의 사진이 신문에 등장했습니다. 지난 2월 ‘카타르 디자인 비엔날레’ 축제에 맞춰 박물관 중앙광장에 ‘아트 벤치’를 영구히 설치한다는 소식입니다. 일종의 스트리트 퍼니처(Street Furniture)가 조각품으로 변모한 것이지요. 현무암 돌 덩어리 배면은 채석상태의 내추럴한 표면 그대로, 반대 편 사람이 걸터 앉는 벤치 정면은 물갈기 마감으로 유리처럼 투명합니다.


벤치 뒤로 보이는 박물관 본관도 한국업체 H건설이 2013년 착공, 인테리어 공사까지 포함하여 2019년에 준공했던 건물입니다. 건축가 ‘장 누벨’이 ‘사막의 장미(Desert Rose)’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했다는 건물이죠. 사막 장미는 모래와 미네럴 광석이 엉켜 장미 결정체로 굳어진 것을 말합니다.(오래 전, 필자도 3~4피트 정도 깊이로 사막 지역을 파 내려 가, 1X1 피트 볼륨 크기의 장미석을 발견함). 외관 형태가 마치 장미송이 피어난 듯 한 비정형(非定型) 디자인 건물이었죠. 고난도 외관과 까다로운 인테리어 공사 등을 무릅쓰고 성공적으로 끝낸 K-건설의 저력을 보여주었던 건물이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지구촌 각 국이 문화예술 강국으로 발돋음 하기 위하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우디아라비아는 22세기의 유전(油田)은 기름이 아닌 문화예술이다’ 라는 국가적인 슬로건을 내 놓았죠. 리야드 북서쪽 1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알룰라 사막에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된 국제 야외 미술축제 X데저트’ 행사를 유치한 경우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간 문화예술 강국을 표방하면서 사우디는 거대한 유리 외관으로 된 마리아 콘서트홀을 3년 전에 개관했고, 고대 문명도시인 알룰라를 문화수도의 중심지로 육성한다는 발표도 했습니다.


이번 미술축제 ‘X데저트’ 에서는 한국인 설치미술가 김수자 등 세계 17개국의 예술가가 드넓은 사믹 절경 곳곳에 작품들을 설치했답니다. 관람객이 연간 100만명 이상 방문한다는 아부다비에 자리잡은 루브르미술관도 유사한 사례입니다. 루브르의 나비효과를 본 아부다비는 루브르에 이어서 구겐하임미술관도 착공했습니다. 일본, 도쿄에서 다섯시간 거리의 나오시마섬도 문화예술로 성공한 실례입니다. 한국인 여행자들도 많이 찿는 유명 관광지로 바뀐 이곳은 산업폐기물 처리장소로 사람들이 꺼려하던 섬이었습니다. 호박 형태로 유명한 조각가 큐사마 야요이, 단색화의 이우환, 모네, 제임스 털레르, 월터 드 마리아 등 세계적 거장들의 예술작품과 유수한 미술관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컬쳐 아일랜드’로 명소가 되었지요.


동경의 아자부다이힐스, 초대형 상업시설인 이 건물도 개장 3개월 만에 내외국인이 즐겨찿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도심 속의 작은 도심을 표방했다는 콤팩트 시티인 이 지역은 호텔, 학교, 병원, 미술관 등이 함께 자리잡고 있고요. 부지면적의 1/3인 2만4000평방미터를 녹지로 개방했습니다. 플로리다주의 경우도 1990년대 마약과 총격이 빈번하던 범죄도시가 2010년부터는 예술적 감성을 느낄수있는 공공예술의 컬처시티로 바뀐 모범사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 디스트릭’ 으로 개발, 명품숍과 디자인 가구쇼룸,고급 레스토랑, 130여 개의 미술관, 갤러리가 한 곳에 모인 명품거리가 조성되면서 기존 도시의 선입견을 확 바꿔 놓았습니다. 


뉴욕 맨해튼 시에서 지하철 71번 라인이 지나가는 34번가의 허드슨 야드 역에 위치한 건물 ‘베슬’도 이런 유사한 성공사례죠. 벌집 모양의 독특한 외관과 하루 3만명 이상이 방문하는 복합문화공간 ‘더세드’. 공연장과 전시, 쇼핑, 문화공간 등 원스톱 공간으로 거듭난 경우입니다. 


이상의 보도들을 접하면서 생각케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세계 각 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 문화강국의 최종목표는 아마도 자국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있을 것입니다. 관광객이든 상주인구든 결국은 사람 끌어 모으는 일이 우선되어야 가능하겠지요. 얼마 전, 서울시에서도 한강 및 용산벨트 주변으로 새로운 건축물 및 문화 예술공간들이 들어설 것이라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서울은 물론, 지방도시들도 ‘K-컬처 시대’에 걸맞는 문화예술 공간들이 여럿 출현하였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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