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가수 이용복' 밝은 삶 살았기에 손대면 돈, 만나면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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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38-1> '가수 이용복' 밝은 삶 살았기에 손대면 돈, 만나면 도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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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용복(오른쪽)과 엄영수.   /엄영수 제공


#. 아마추어로 올라간 무대, 전속가수 돼 내려왔다

이용복이 1970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광교에 있는 음악감상실 '태평양 살롱'에 친구들과 구경을 갔다.

1976년에 데뷔해서 '눈으로 말해요', '작은 연인들'을 부른 가수 권태수가 업주에게 간청했다. “우리 일행 중에 앞 못보는 학생이 포크팝 음악을 잘하고 기타도 잘치고 웃기기도 잘하고 뭐든지 잘 하니, 노래 한 번 들어보세요." 이용복은 그랬을 리 없다. 순전히 권태수의 장난기 발동이다. 동료들은 이용복을 자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친구들 억지에 등 떠밀려 난생처음 야간업소에 섰다. 이용복은 이미 중학교 때부터 보컬그룹 활동을 해왔다.


관객을 압도했다. 깊은 감동을 주었다. 박수도 받고 앵콜도 받고 앞을 못 보는 안타까움에 사랑과 동정의 환호성도 받았다. 인기가수 콘서트 못지 않은 대성황이었다. 업주는 입이 한바가지다. 객석에서 기획사 가수 매니저가 지켜봤다. 파격적인 제안을 한다. 전속금 30만원 월급 2만원, 방송출연과 음반 두 장 이상 출반, 정년 임박한 교장 선생님 월급이 2만5000원 하던 시절이었다.


제작비 없어서 데뷔하지 못하는 지망생, 매니저 잘 못 만나 망신당하고 퇴출당하는 신인, 어렵사리 만든 노래가 외면당해 사라진 무명 등등. 그 시절엔 어두운 구석이 참 많기도 했다. 이용복은 아마추어로 무대에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는 기획사 전속가수가 됐다. 로또복권에 맞은 셈이다. 


#. 신인가수에게 고함

요즘 가수 선발 가요제를 보라! 참가자들의 지나온 삶은 피와 땀과 눈물로 점철됐다. 어린학생에게도 험난한 가시밭길은 피해갈 줄 모른다. 가수할려면 고난의 스토리부터 준비해야한다? 이용복처럼 무대에서 즐겁게 놀다 보니 가수가 되면 가수의 품위를 훼손시키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세살 때 마루에서 떨어져 왼쪽 눈 실명, 여덟살 때 썰매 꼬챙이 사고로 오른쪽 눈마저 실명했다. 이후 그 무엇도 볼 수 없게 됐다. 사실을 전할 뿐 더 이상의 말을 아끼며 살았다. 주변사람을 우울하게 할 염려가 있어 모든 이야기는 아름답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이용복의 이웃사랑이다. 


가수 선발대회에서는 훌륭한 가수가 될 인재를 뽑아야 한다. 이미 훌륭한 가수가 된 스타를 뽑을 필요가 있나? 그냥 내버려두면 스타인데. 선발 과정이 길다. 프로를 띄울라니 별의 별 메뉴를 다 들이댄다.

방송국의 첨단기법을 동원한 프로그램 개발과 대형기획사의 몇백 억대 엄청난 자금력은 초호화 빅히트 프로그램으로 발전하여 공중파에서도 이루지 못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경연하는 도중에 인기폭발하여 스타가 된다. 


입상자들은 광고가 폭주하고 개런티가 갈때까지 올라가 억대에 도달했다. 방송프로를 독식하고 축제와 행사 이벤트를 싹쓸이 하고 있다. 30~40년이상 된 기성가수의 몇 십배가 넘는 예우를 받고 있다. 

신인가수 맞나 모르겠다. 전국 공연장 곳곳에 팬클럽 회원이 깔려있다. 따라다니며 응원전을 펼친다. 세계일주까지 확대되고 있다. 트롯광풍에 휩싸인 빛나는 한국! 54년 전 데뷔하면서 신인가수상을 받았던 이용복! 오늘 각종 가요제에서 탄생하는 신인가수들에게 들려 줄 이야기는 무엇인가? 


#. 기다리다 줏은 최고의 히트송

초고속 가수가 됐다. 음반제작과 방송활동이 순조로워 신인가수상도 받았다. 장애가 있다는 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관심과 성원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히트송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아무 것도 없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직도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가수는 히트송이 말해준다. 인격 교양 실력 심지어 인간성까지도 히트송으로 판단한다. 가수에게는 히트송을 만드는 것이 나라를 세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KBS 김강섭 관현악 단장이 작곡한 “그 얼굴에 햇살"은 원래 TV드라마 주제가였다. 드라마가 몇 주만에 막을 내리니 노래가 갈 곳이 없다. 문정선을 의식하고 만든 노래이기도 했고 또 많이 불렀었다. 문정선과 김강섭이 같이 와서 이용복에게 잘 맞을 것 같다며 불러줄 것을 권유했다.


가사를 본다. '눈 감으면~', 왜 눈을 감나? 이용복을 위해 썼으니까 '옛 얘기도 잊었다 하자~' 앞을 못보면 모든 얘기는 망각 속으로 갈 것 아닌가? 제목을 본다. '그 얼굴에 햇살을~' 결정적이다. 어두운 눈에 햇살이 드리워져 눈 속으로 빛이 스며들어 눈을 막 뜨려하는 감격의 순간! 음반이 나온지 6주만에 떴다.


1972년, 1973년 연속 MBC 10대 가수상을 수상한다. 이 노래를 발판으로 연타석 홈런을 때리게 된다.

문정선 쪽에서 이 노래를 다시 부르고 싶어했다. 인터넷이나 책자에 문정선의 대표곡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노래는 누구라도 어떤 노래든 부를 수 있다. 노래를 취입할 때 심의를 받고 등록을 한다. 등록된 작사 작곡자가 저작권을 갖는다. 당연히 저작권료를 받는다. 소유는 등록된 가수의 것이나 가수에게 저작권료는 없다. 다만 명의를 가질 뿐이다. 


이 껍데기가 중요하다. 대중은 이용복의 노래로 인정한다. 법률적으로 그렇다. 조영남, 나훈아, 문정선 등이 불렀다는 것은 가요의 명곡이라는 증거다. 그러나 그들의 소유는 안된다. 다른 가수가 부르면 부를수록 인기와 표는 이용복의 것이 된다. 이 노래에는 그만큼 이용복을 위한 장치가 잘 돼있다. 


문정선은 아쉽게도 운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용복을 위해서 좋은 일 한 번 크게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쫓아다닌다고 히트송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기다림의 미학이란 게 있다. 인터넷 유튜브 케이블 카톡방을 통해서 떠드는 세상은 너무 시끄럽다.


숨고르기 여유있는 기다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할 때다. 서두르는 법이 없다. 우리에게 기다림의 메시지를 주는 가수다. 이용복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과학을 믿는다. 안되는 줄 알면 즐기라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는 눈 뜰 날이 올 수 있다고 믿으며 즐겁게 산다. 기다림의 가수, 기다림의 전도사답다.


#. 만리포니아(펜션)에서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며(카페) 살리라

2015년 여름 날 만리포해수욕장 해변에 길손처럼 나타난 이용복 부부 모래밭을 거닌다. 갈매기, 파도, 바닷바람의 화음을 곁들여 그의 히트송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시절'을 부르려나?


아내와 함께 여행을 즐겨 다녔어요 그냥 바다 구경을 왔는데 너무 좋았어요. 이쯤 되면 부동산 투기라도 한 번 해야 될 것 같은데.


사실 이용복 위치면 거대한 부동산 자금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소규모 자영업을 했을 뿐이죠. 7080가라오케, 레스토랑, 비행기 휴게실, 모텔, 녹음 스튜디오, 그리고 여기서는 만리포니아 카페와 펜션사업을 하고 있죠. 남는 시간에 뮤지션 아티스트로서 컴퓨터 음악작업에 심취해 있어요. 


장애가 없는 사람도 하기 어려운 일들을 잠시도 쉬지 않고 줄기차게 해왔다. 전국공연을 다니면서 병행했다. 모두 성공했다.

“동네 이장님이 좋은 땅이 있다고 소개했는데 목소리를 들어보니 순수하고 믿음이 갔어요. 두 말 없이 무조건 샀죠. 밑을 파보니 모래 땅이 아니라 지반이 암석으로 돼 있어요. 공사비가 2~3배 싸게 들지요. 축복 받았어요 와! 될 사람은 끝까지 되는구나!


땅끝에서도 도와준다. 땅값이 폭등했겠다. 결과적으로는 타의에 의한 부동산 투기가 맞다! 이용복이 손을대면 돈이 되고, 이용복이 앉으면 명당이 된다. 좌청룡, 우백호, 배산임수가 제대로 돼 있어요. 해안 양쪽 숲과 앞바다의 섬, 뒷산 배경 유명 풍수인이 와서 명당자리라고 절대 팔지마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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