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무관의 제왕' 뽀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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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37-2> '무관의 제왕' 뽀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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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가 말한다. 경찰위문 1000회, 국군위문 4300회, 심장병 치료 567명

절친후배 김용남 회장 회고. 남을 도와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 사람의 어려운 일을 해결해 주고 그 업을 대신 가져오는 것이다. 도와준 만큼 나는 더 어려워진다. 그것 또한 나의 업이다. 남을 도울려면 나를 돕는 일도 부지런히 병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나뿐 업을 계속 쌓으면 결국 쓰러지고 말 것이다. 물에 빠진 사람 구하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를 늘 보고 있지 않는가? 베푸는 중독이 가장 위험하다. 뽀빠이 선배는 욕심없고 정의롭게 살아왔다. 무조건 도와야 한다는 정신의 결과는 남에게 이용만 당하여 스스로 곤경에 처하게 됐다. 


타인의 불행을 잘 해결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불행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한다. 도움을 청하기는커녕 민폐를 끼칠까봐 사실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오직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든다. 일은 잘하지만 일처리는 못한다. 본업에는 충실하나 세상사는 방법은 아니다.


양심적이라고 성공하는가? 좋은 일 했다고 보상받는가? 뽀빠이 선배가 부친 회갑 잔치에 초대되어 강원도 인제에서 공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하는 사이다.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들의 출판기념회에 사회를 맡거나 축사를 해주는 일이 많다. 선거유세 때는 지원연사로도 나선다. 사례를 하면 받고 안하면 말고다. 빈손으로 보내기 섭섭했는지 당선해서 꼭 보답하겠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다음 번에 또 와야하는 날짜를 몇 개 짚어준다.


뽀빠이 선배가 나는 사심없이 도우려 왔네, 내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싸우게. 꼭 당선되길 빌겠네 하는게 맞지. 당선해서 갚겠다는 말은 뭔가? 당선을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가? 겉은 화려하고 속은 비어있다. 돈 되는 일을 할 겨를이 없었다. 


경찰 위문공연 1000회, 국군 위문 4300회 그외 교도소 요양병원, 문화센터, 복지회관, 고아원, 양로원, 위안잔치, 특강 등 각종 캠페인 홍보대사 활동 날짜를 다 빼고 나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뛰어야 했다.


올림픽공원 안에 뽀빠이 동산이 있다. 헬스기구들이 설치되어 시민 누구나가 체력단련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 25년 전에 일반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장소나 시설이 마땅치 않았을 때 뽀빠이 자신은 항상 건강한 몸을 유지했고, 언제든지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는 것이 연로하신 노인들께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비를 들여 기증했다. 심장병 어린이 567명에게 새생명을 안겨주었다.


뽀빠이는 천사다. 그 어린이들이 이제 50대가 되었는데 고맙다고 찾아왔던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는게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그래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뽀빠이다. 다시 태어나도 다시 그들을 도울 것이란 얘기는 한 적이 있다.


인생이란 무엇일까? 헤어지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과 이별함으로써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헤어질 때는 멋있게 웃으며 해야 한다. 뽀빠이 형님 이제 은퇴하시고 저랑 함께 여행도 가시고 재미있게 지내시죠. 형님은 그럴 자격 충분하고 넘칩니다.


#. 뽀빠이 데뷔시킨 싸리 빗자루

문화예술인 되려고 오랜 시간 많은 것을 투자했지만 선발대회를 넘지못해 꿈을 접은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데뷔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발목을 잡고 목을 조른다. 간혹 어디선가 무명의 실력자를 만나면 누가 심사를 했길래 이런 인재를 내쳤나? 한 번 만나보고 싶다. 그런 인간에게 걸렸으면 나라도 별수 없이 무명으로 가난과 싸우는 고독한 예술가가 되었을 것이다.


데뷔만 하면 작사, 작곡, 노래, 편곡, 심사평, 가요평론까지 뭔가를 화끈하게 보여 줄텐데, 데뷔가 원수다. 데뷔를 파괴하라! 낙오자끼리 모여서 범국민 시위를 하자. 파괴하라! 파괴하라!

뽀빠이는 고려대 복지학과 학사 출신 개그맨이다. 학창시절 응원단장이다. 보디빌더 선수요, 챔피언이다. ROTC 기갑부대 소대장이었다.


미제 탱크를 자가용으로 타고 다녔다. 19금 성인코미디의 달인이다. 봉사와 자선의 대명사다. 모든 어린이의 천사다. 화려한 경력이 너무 많다. 이정도면 특채대상이다. 데뷔무대 심사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다. 일류기획사에서 요구하는대로 전속금을 주고 장기계약 제안을 해 올 것이다. 그러나 아깝다. 아이고 분해라. 그때는 이런 선발제도도 기회도 없었다.


공식루트가 봉쇄돼 있고 인맥, 학맥, 혈연, 지연, 금력, 권력, 집에 있는 족보까지 총동원하여 들이대는 것 밖에는 달리 수단이 없었다. 데뷔가 잘 안된다. 손을 쓰고, 발도 쓰고, 머리도 쓰는데 천하의 뽀빠이도 별 수 없다.


뽀빠이는 싸리로 만든 빗자루를 10개 샀다. 다르고 닳도록 방송국 정문 후문 옆문 주변을 새벽부터 싹쓸이를 했다. 자신을 알리기 위해 원시적 방법을 택했다. 가까이 있어야 눈길을 받는다.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직원을 만나든 연기자를 만나든 무조건 웃으면서 인사하고 눈을 10초 이상 마주치고 자신을 각인시킨다. 방송국에서부터 인지도를 넓혀 나갔다. 


뽀빠이는 다르지 않은가? 뭔가 될 것 같지 않은가? 순전히 뽀빠이 식이다. 남들이 안하던 짓이니까 시도했다. 방송국 식구들과 우선 친해졌다. 그리고 연결연결 어떻게 전달이 됐는지 유쾌한 청백전 프로에서 섭외가 왔다. 데뷔무대가 주어졌다. 실력발휘만 하면 된다. 


개그 데뷔작품 1.

다방에 손님이 많이 오다보니 외국인도 더러 있다. 유심히 관찰했다.

일본사람은 스푼으로 찻잔을 휘젓는데 빠른 속도로 상하좌우전후로 마구 젓는다. 

중국사람은 잔 전체를 흔들어 댄다. 그러면서 마신다.

미국사람은 크게 원을 그리면서 휘젓는다.

영국사람은 신사답게 그대로 두고 한 번만 휘젓는다.

한국사람은 찻잔과 스푼을 들고 쑤시고 흔들고 넣고 빼고 돌리고 발광을 한다. 나라마다 틀리다. 왜 그럴까 정답 설탕을 녹일려고.


데뷔 작품 2.

뽀빠이 개그맨의 세상사는 철학 10계명

①일일이 따지지 마라. ②이유 달지마라. ③삼삼하게 일하고 ④사정없이 뛰어 ⑤오! 땡큐. 자주 하고 ⑥육갑 떨지말고 ⑦70%에 만족하고 ⑧팔팔하게 뛰면서 일하고 ⑨구구한 변명 달지말고 ⑩10%는 사회환원해라.


#. 살아있는 방정환, 뽀빠이의 조용한 기부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1921년 어린이 용어를 공식화하고 어린이 책자를 발행했다. 1923년 어린이날 제정 및 기념행사, 어린이 인권 운동가, 아동문학가, 색동회 조직 등 일생을 어린이 운동, 어린이 사랑에 바친분이다.


살아있는 방정한 선생이 있다. 바로 뽀빠이, 어린이의 우상 어린이의 친구다. 심장병 어린이 돕기 재단 설립을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봉사활동을 지난 수십 년간 변함 없이 해왔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년말연시 명절에는 불우한 어린이를 일류호텔에 초대해 위로와 격려를 하고 선물과 사랑을 전했다.


어느 해인가 방정환 선생의 가족을 돕고 싶었다. 먼저 성금을 냈고, 모금을 통해 50평 아파트를 방정환 선생의 손자를 비롯한 후손 11명 가족에게 기증하였다.


서로 축복을 받을 일이다. 얼마 후 언론에 노출이 안 되게 해달라는 부탁이 있었다. 각종 매스컴이 미담기사로서 사회에 귀감이 되라고 훈훈하게 전달한 것일 뿐, 홍보용 기사를 낸 것은 아니라는 해명을 했다. 협찬이다. 기탁이다. 후원이다. 자선이다. 봉사다. 무조건 좋은 일만은 아니다. 소문나지 않게 하는 운동까지 곁들여서 해줘야 하는 시대가 됐다. 세상이 너무 어려워졌다.


#. 작은 키 오래된 얼굴, 신의 은총이다

뽀빠이는 히트 프로그램이 많은 명 MC다. 당연히 장수 프로그램, 그것도 10~20년 명성을 유지해 온 프로그램만 10개가 넘는다. 모이자 노래하자, 우정의 무대, 국군과의 대화, 위문열차, 장수만세 등 방송국 수익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공적이 분명했으나 특별상이나 감사패도 한 번 받아보지 못했다. 상과는 인연이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연말 방송연예대상, 방송의 날, 한국방송대상에서 상을 못타는 것은 그렇다치고 아예 그런 장소에 단 한 번도 초대돼 본 일이 없다. 같은 방송국 식당에서 한솥밥을 먹는 같은 식구라고 했는데도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 


방송생활 55년차 이제 무슨 욕심과 무슨 한이 있겠는가. 오직 시청자와 팬들만 보고 달려왔다. 민중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다. 극심한 경쟁으로 쉴 새 없이 프로그램과 출연자가 바뀌고 있는데 방송환경이 눈 뜨면 새롭게 바뀌고 있는데, 작은 키 오래된 얼굴로 잘 벼텼다. 신의 은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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