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전쟁’ 남가주서도 ‘대박’ 흥행… ‘사실의 힘’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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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전쟁’ 남가주서도 ‘대박’ 흥행… ‘사실의 힘’은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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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부에나파크 CGV에서 '건국전쟁'을 관람한 한인들이 영화 포스터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이훈구 기자


본지 이훈구 기자 영화 관람평

팩트체크 통해 건국대통령 이승만 재조명

한인들도 큰 박수, "진실 깨닫는 계기 됐다" 


지난 16일부터 LA한인타운 마당몰과 부에나파크 CGV 극장에서 상영중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역정을 재조명한 다큐영화 ‘건국전쟁’이 한국에 이어 남가주에서도 ‘대박’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개봉 10일만에 다큐멘터리 ‘길 위에 김대중’을 제치고 올해 최대 흥행작으로 떠오른 건국전쟁을 관람한 많은 남가주 한인들은 “이미지 파괴와 조직적인 선동으로 왜곡된 이승만 대통령의 모든 난관과 고뇌를 재평가한 역사적인 작품”이라며 “진실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됐다”고 극찬했다. 화제가 되고 있는 건국전쟁을 관람한 본지 기자의 ‘관람평’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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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의 힘’. 건국전쟁을 관람하자마자 떠오른 단어이다.

1988년 대학에 입학했었기에 캠퍼스는 온통 민족해방파(NL)와 민중민주파(PD)의 ‘대자보 논쟁’이 치열했다.  YS와 DJ의 각자도생으로 생겨난 ‘좌절된  6공화국’의 출발이기도 했다.  

입학하자마자 건네진 두 권의 책은 수정주의 역사학자인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의 ‘한국전쟁의 기원’과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었다. ‘대자보 논쟁’이 일어난 것은 ‘김구’와 ‘통일’에 대한 시각이 운동권 내부에서 달랐다는 점이고 두 권의 책을 언급한 것은 일관되게 ‘이승만 대통령’을 권력에 눈이 먼 인물로 묘사했다는 점이다. 

민족해방파(주사파)는 김구를 긍정적으로 본 반면 민중민주파는 그가 통일의 환상에 빠져 북한에 철저하게 이용당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그때의 기억들이 머리 속에 남아있는 상태에서 건국전쟁을 관람했다. 

우선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같은 날 상영한 ‘길 위의 김대중’을 본 관람객들의 반응을 보았다. 대체적으로 ‘김대중은 상남자’라는 반응 일색이었다. 반면 건국전쟁은 첫 회부터 매진사례에 찬사들이 쏟아졌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영화는 시종일관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을 ‘팩트 체크’하고 사실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혹자는 이승만 대통령의 공만 다룬 것이 ‘백년전쟁’이고 과만 다룬 것이 ‘건국전쟁’이라는 편견을 피력했지만 그건 전적으로 영화를 보지 않고 넘겨 짚은  말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왜 많은 좌파언론들이 제대로 평을 쓰지도 않고 ‘무조건 보지 말라’는 이야기만 반복하는지 깨닫게 해주었다. 이 영화를 보았다면 절대로 주관적 비판을 할 수 없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입장에서 대학시절 북한의 농지개혁은 성공했지만 남한은 실패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또한 부정선거의 원흉이고 6.25 사변 때 무책임하게 서울시민을 버리고 도망간 그런 지도자로 배웠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울컥’한 감정이 들었다. 

한마디로 속고만 살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상몰수 무상분배’라던 북한의 토지는 그 주인이 ‘국가’라는 사실을 지금까지 몰랐고, 서울시민을 버리고 도망간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가장 치욕스런 과오라던 4·19 시위 직후 서울대병원 문병 장면에서 그는 ‘독재자’라기 보다는 속죄의 눈물을 흘리는 죄인에 가까웠고, 그런 그가 조건 없이 하야할 때 이를 단순히 ‘특종’ 욕심으로 보도하기 위해 과장을 한 언론의 행태는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김일성 ‘친일 내각’과 이승만 ‘항일내각’의 비교는 덤이었고 이승만의 능수능란한 외교와 미래를 바라보는 혜안이 없었다면 건국은 물론이거니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것인가 의문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가 하와이의 8개 섬을 ‘조선의 8도’ 삼아 일일이 찾아 다니며 여성들을 찾아 교육을 시켰다던가 그 어느 나라보다 먼저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하고 문맹률을 타파한 업적은 위대했다. 때문에 "이승만이 놓은 레일 위에 박정희의 기관차가 달렸다"는 내레이션은 그래서 지금도 울림으로 남았다. 

그렇다. 건국전쟁은 한마디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화면에 올렸을 뿐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기 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영화가 끝나고 모두가 보낸 박수와 눈물과 부끄러움 그리고 건국영웅에 대한 미안함은 ‘사실의 힘’이다.  그리고 ‘사실’은 거짓을 이기고도 남았다.


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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