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8년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댐을 조사한 기술자들은 '이 저수 댐은 안전하지 않다. 댐 아래 주민은 이주하는 것이 좋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마을 주민들을 여태 아무 일도 없었다며 코웃음 쳤다. 그해 가을에 조사단이 와서 또 경고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지금까지 안전했는데 웬 난리냐?”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리고 또 경고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번에도 코웃음 쳤다.

그러나 마지막 경고가 있은 지 보름이 못 되는 1889년 5월 31일 그 댐은 붕괴하였다. 이 댐의 붕괴로 댐 아래에 살았던 주민 2200명이 삽시간에 몰사했다.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이 홍수는 미국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물난리 사건이다. 정확한 진단에 의한 경고를 무시한 참사였다.

한 부대에서 가까이 지낸 두 원사님이 있었다. 둘 다 신자가 아니었지만, 한 분은 집사님 남편이었고, 다른 한 분은 어느 목사님 동생이어서 가깝게 지냈다. 집사님 남편은 게으른 술고래였고, 목사님 동생은 테니스를 즐기는 스포츠맨이었다. 그들이 당뇨 통보를 받고 걱정하는 시점에 그 부대를 떠났다. 

얼마 전 고국 방문 중 전역 후 생활을 즐기는 그들을 만났다. 집사님 남편은 홀쭉한 몸매로 나왔다. 당뇨가 의심된다는 군의관 경고에 놀라 아내를 따라 신앙생활을 하고 등산을 시작했단다. 운동광이었던 목사님 동생은 자기 체력과 운동량을 믿고 당뇨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발가락을 잘랐다며 절뚝거리며 나왔다. 경고를 받고 정신 차린 사람과 경고를 무시했던 사람의 모습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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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레이건 행정부는 당시 미국 사회를 분석한 중요한 보고서를 생산했다. 보고서 제목은 ‘위기에 처한 국가(A Nation At Risk)’였다. 이 보고서는 당시 미국의 상황을 분석하여 미국은 위기라고 분석했다. 보고서 서문의 일부를 소개한다. “우리나라는 위험에 처해 있다. 무역과 산업 그리고 과학기술 혁신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우리 경쟁력은 이제 많은 국가에 추월당하고 있다. <중략> 이제 교육은 오히려 국가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위기를 교육개혁으로 극복하자는 보고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 정부가 당시 미국을 스스로 “위험에 처한 국가”라고 본 것이다. 미국은 지금이나 그때나 세계 최강이다. 당시 미국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했는데 미국 교육사에 한 획을 그은 교육개혁으로 평가받는다. 스스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이 미국의 저력인 듯하다.

건강한 개인과 공동체는 위기 감수성(Danger sensitivity)이 있다. 경고의 감지와 경고에 대한 대처가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게 경고를 받을 줄 알고, 경고에 건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건강한 개인과 공동체의 특징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경고를 보지 못한다. 교만한 사람은 경고를 무시한다. 경고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경고를 무시한 사람도 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캘리포니아 악법을 막는 주민발의(Protect Kids of California Act of 2024) 청원서 서명운동 중인데 반응이 냉랭하다. 이 운동을 이끄는 프라이데이(Erin Friday) 변호사는 열렬한 민주당원이요 성소수자 지지자였다. 그런데 자기 딸이 성전환 수술 후 인생을 파괴하자 피눈물을 흘리며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프라이데이 변호사처럼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진다. 무서운 재앙이 몰려오는데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