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민요로 모진 세월 이겨낸 국보 김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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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35-2> 민요로 모진 세월 이겨낸 국보 김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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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홍신(앞줄 왼쪽), 김세레나, 엄영수, 임지혁 후원회장 등이 기념촬영을 했다.  /엄영수 제공

일류 연예인 되면 

VIP모임 초대 공연 잦아

국가적 업무 선택받아 열성 공연

방송출연 정지처분 때 기사회생 


#. 화장품 적발, 정학 처벌이 가수를 만든다

김세레나의 여고시절, 거의 모든 학교는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는 시간에 예고 없이 교실을 돌며 책가방 조사를 했다. 혹시라도 교칙에 위반되는 물건이 있는가를 살피는데 일제 강점기 때 한국 학생을 의심하던 행패가 해방과 더불어 청산되지 않고 그때까지 잔재해 있었다. 


위반자가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없는 범인을 만들려고 주인 없는 가방을 뒤지는 꼴이 아닌가? 이날 김세레나는 화장품 두세 가지를 갖고 있다가 적발되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춤과 창에 신동이라 불렸고 동네잔치에 초대되어 공연을 해왔다. 어른들의 격려와 칭찬, 박수와 환호성을 한몸에 받는 어린이 스타였다. 충분히 해명했다. 그날도 방과 후에 공연이 있었다.


학교 교칙은 엄격했다. 학습 목적이 아닌 공연을 한 것, 학교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을 이유로 정학 처분을 내렸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 한국은 '트로트 공화국'이 됐다. 초중고생들이 가요제에 참여하여 스타가 되고 몇 달 되지 않아 10~20년 관록의 기성가수 출연료의 10배 이상을 번다. 학교와 마을에서 지원하고 명예를 빛 냈다고 표창도 한다고 들었다.


남진 나훈아 때는 팬클럽이 10대 소년소녀였다. 지금은 60~70대 부모님들이며 경쟁이 치열해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단체버스로 응원전을 펼치며 거액의 회비를 들여 해외까지도 어린 가수와 동행여행을 하며, 녹화에 협조하고 축하파티를 열어주고 온갖 선물을 기부한다.


김세레나는 억울했을 것이다. 가진 재능을 어른들이 인정해 주니 연예인이 되고 싶어 무대를 찾아다니며 공연했을 뿐인데 처벌을 받다니 어이가 없었다. 


학교와 가정과 학생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충분한 소통으로 해결할 수 없었을까? 꼭 처벌이 능사였을까? 가슴이 쓰리다.


재능을 키워줄 수 없는 환경, 희망을 접어야 되는 학교라면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김세레나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을 감행한다. 

① 연예인이 되기 위해 문화예술을 가르치는 전문학교로 학교를 바꾼다.

② 고향을 떠나 방송국이 있는 서울로 가서 가요제에 나가 가수가 된다.

③ 어딘가 살고 있는 왕이모를 만나 설득한다.

④ 누구와도 상의없이 바로 출발한다.


나는 내 생각을 바꾸지 못해 학교를 바꾸겠다는 발상을 하지 못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발상의 전환이 아니었다.  


반드시 가수가 된다는 것을 만천하에 당당히 선언할 정도의 자신감은 그동안 쌓아온 학습훈련의 결과다.

왕이모는 어머니와 같다. 어머니는 딸을 가장 잘 안다. 그리고 딸은 어머니를 속일 수 없다. 진실을 얘기하면 들어줄 것이라 믿은 것이다. 아예 상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돋보인다.


왕이모는 여검투사 같은 김세레나의 용기를 가상히 여겼다. 목숨을 걸고 하겠다는 의지에 무엇인가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다. 서울 왕이모집에서 국립국악학교 2학년을 다니던 1963년 동아방송 개국 2주년 기념 가요 백일장에서 영예의 최고 장원상을 받았다. 가수 인증서와 음반제작권, 방송프로그램 출연권을 받는다. 꿈은 너무 빨리 이루어졌다.


학교가 해냈다. 화장품 적발한 선생님이 국보를 발굴했다. 스승의 은혜는 거룩하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 기사회생으로 된 가수, 구사일생으로 버텼다

일류 스타급 연예인이 되면 한국을 방문하는 귀빈 등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는 축하 환영파티 또는 VIP가 고위층 인사들과 함께하는 모임에 초대되어 공연하는 일도 있을 것이다. 


행사에 특별한 의전이 필요하거나 노출을 자제해야 할 경우에는 은밀한 장소에서 비밀리에 행하다 보니 믿을 수 없는 얘기들이 많이 만들어질 것이다. 구중궁궐 얘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 날개를 달고 지구를 돈다나 어쩐다나.


10.26 사태 때 전두환 전 대통령(합동수사본부장)은 사건 전모를 발표했다. 계엄 하에서 군법회의 재판까지 했다. 연예인 관련 부분에 있어서 거기에 거짓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우리가 추측으로 늘 하던 얘기, 은근히 기대했던 얘기가 과연 있었나? 없었다.


김세레나는 특히 초대를 많이 받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 전문가수! 우리가 자랑하는 국보가수! 당연히 섭외 1순위로 작용했을 것이다. 


국가적인 업무에 선택받아 열성적으로 공연했을 뿐인데 어느 날인가 방송 출연정지를 당한다. 날벼락이다. 인생의 가장 큰 위기를 맞는다. 누구의 시샘일까? 여론의 결과였나? 나도 모르게 실수를 했나?


방송국에 물어보면 “공익을 위한 방송이다. 출연정지를 논의한 일조차 없다. 출연할 프로가 없기 때문에 섭외하지 않는다. 출연할 프로가 있으면 바로 섭외한다.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갑자기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혔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VIP도 매력있는 인기 연예인을 더 알아 줄 것이다. 편파적이 아니다.


세상일이 다 그렇다. VIP 가족들은 국가기밀이니 모를까? 권력 주변에는 아부꾼이나 어떤 정보망이 있을까? 특정 연예인이 자주 초대된다면 말이 날 수 있다.


총애한다. 아낀다. 가깝다. 이쯤되면 VIP를 보호해야 한다. 예방차원에서 연예인과 연계된 어떤 루머도 차단해야 한다. 연예인이 끼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진다. 절망과 분노의 시간이 꽤 흘렀나? 오랜만에 어딘선가 출연 부탁이 왔다. 도착해 보니 HR(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주관하는 재벌급 경제인 부부 30쌍 파티장이었다. 너무 놀랐다. 격려차 공연 대기실을 찾은 HR “김세레나씨! 그간 우예 지냈노, 많이 바쁘지 별일 없제?”인사를 건넨다. 다정 다감한 따뜻한 이 한마디에 그 동안 참았던 한과 억울함이 복받쳐 올라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너무나 괴로워 울음을 멈추지 못하고 한동안 흐느껴 울었다. HR은 “무슨 일이고 와이라노.” 크게 당황했다. 억울한 일이 없도록 알아 보겠다. 걱정하지 말라는 연락을 받은 그 날 밤, 방송국으로부터 ‘김세레나님을 정중히 모시겠다’는 출연요청이 왔다. 구사일생이다.


#. 김세레나는 사랑 전도사

김성환 탤런트의 회고. 갖고 있는 남다른 개인기 덕분에 드라마 배우보다는 쇼맨으로 더 많은 활동을 했다. 보통의 연기자는 방송활동으로 인기를 얻어 무대에 진출하는데 나는 무대부터 활발히 움직였다.

김세레나 누님은 쇼맨십이 뛰어난 훌륭한 가수다. 어떤 무대든지 올라서면 관중을 사로잡았고 화려한 의상, 현란한 춤, 매력적인 상냥한 목소리의 노래로 연예계에 와서 본 연기자 중에 가장 실력있는, 가장 감동을 주는 최고의 연기자로 생각한다.


야간업소, 극장, 방송국, 이벤트 행사장에서 자주 만나다 보니 한가족처럼 친해졌다. 서수남, 허참 등 인기 연예인들과 친목 봉사단체를 만들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특별한 행사에 큰 비용이 발생하면 김세레나 누님이 모두 해결했다.


만날 때마다 빈손으로 오는 법이 없다. 선물을 갖고 와서 나눠 주었고, 자선행사 때는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에 거액의 성금을 내주었다.


회원이나 그 가족 지인들의 애경사에도 반드시 참석한다. 민원을 부탁하면 거래처가 많고 발이 넓어 무슨 수를 쓰든지 자기 일처럼 처리해 주었다. 내 디너쇼에 우정출연으로 매년 무대를 빛내 주었다. 사례를 하면 누나가 돼서 이걸 받으면 되겠냐고 야단을 치며 거절한다.


나도 누님의 디너쇼에 게스트로 출연을 하는데 너무 많은 출연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반강제적으로 기어코 주고야 만다. 억울하다. 모순이다. 후배 사랑이 넘치는 분이다. '김세레나는 곧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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