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맑은 공기처럼 음악이 그런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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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하고 맑은 공기처럼 음악이 그런 역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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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금난새(오른쪽)와 서울대 총동문회장이자 (주)삼익악기 김종섭 회장이 지난 6일 UC어바인 캠퍼스에서 만나 추억을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다. 서울대 동기로 친구 사이인 둘은 의기투합해 지난 7일 UC어바인, 9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신년음악회-평화와 화합의 콘서트'를 마련해 미주 한인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위> 금난새 지휘자와 김종섭 회장 그리고 신년음악회를 준비한 서울대 총동창회 임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이훈구 객원기자 


지휘자 금난새·기업인 김종섭  

‘음악으로 행복 넘치는 동행’


행복 바이러스 금난새 마에스트로

서울대 같은 학번 친구이자 후원자

삼익악기 김종섭 회장과 의기투합

'평화와 화합의 신년 콘서트' 진행 



지구촌 사람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마에스트로 금난새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아마도 크고 작은 뉴스를 통해 자주 접했던 까닭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늘 유쾌하다. 흔히 한국에서 ‘마에스트로’(Maestro)라고 하면 대부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같은 까칠하고 괴팍한 캐릭터를 연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를 만나 본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푸근하고 친근하며 호탕하게 잘 웃는 이웃집 할아버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는 마에스트로 금난새. 그는 유독 ‘최초’라는 수식어를 많이 갖고 있다.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기기 때문에 그랬다. 최초로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시작하여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전회 전석매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이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힘 썼기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또한, 기업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벤처 오케스트라’ 경영을 실현시키기도 했다. 삼성전자, 포스코, CJ, 삼성테스코 등과 함께 활발한 연주를 이어왔다. 보신각 타종 행사만 알던 사람들에게 특별한 ‘제야 음악회’도 선사했다.  


그런 그가 새해를 맞아 캘리포니아에 왔다. 그가 연출하고 지휘하는 ‘코리아-LA 챔버 오케스트라’의 남가주 신년음악회가 지난 7일 오후 4시 UC어바인 캠퍼스 바클레이극장(Barclay Theater)에서 개최된 까닭이다. 9일에는 라스베이거스 컨트리클럽에 열린 ‘평화와 화합의 신년 콘서트'도 지휘했다.


금난새 지휘자를 지난 6일 UC어바인 캠퍼스에서 만났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16회의 연주회를 가졌다는데 여전히 활력이 넘치는 유쾌한 모습으로 그는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서울대 같은 학번 친구이자 후원자이며 팬인 ㈜삼익악기 김종섭(서울대학교 총동문회장)회장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꽉 짜여진 일정으로 인해 리허설을 마치자마자 진행된 인터뷰에서 평생을 음악 외에는 해 본 게 없다는

마에스트로 금난새에게 대뜸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 질문부터 던졌다.


“우리는 공기가 필요하고 그 중에서도 ‘좋은 공기’가 필요하듯 음악도 좋은 공기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사실 삶이 어렵고 전쟁이 일어날 수록 음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큰 틀에서 지구촌을 보면 세계의 평화가 절실한 때이기에 지친 사람들에게 좋은 공기를 선물하듯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곁을 지키던 김종섭 회장도 한마디 거들었다. “사실 동포사회에 신년음악회를 열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새해가 되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잖아요? 그런데 돌이켜 보면 어떤 복 받을 일을 했느냐는 자기 질문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참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잘살게 되었습니다. 이미 복 받은 인생이 된 거죠.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복 짓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뜻에서 의기투합해 이 공연을 기획하게 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2024년엔 모두가 복을 받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쟁을 겪고 극복한 세대로서 매년 복 받을 일을 하기 위해서 ‘평화음악회’를 컨셉으로 잡았다는 말에도 공감이 갔다.


#. 복 받는 동행, 복 있는 동행

두 사람은 대학교 학번이 같다는 공통점 외에도 서로 ‘비슷한 피가 흐른다’고 생각한다. 이번 음악회는 지난해 6월 디즈니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대총동창회 기획 ‘마에스트로 금난새와 함께하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평화음악회’의 앵콜 공연격이다. 이번 공연도 한국의 서울대총동창회와 남가주 서울대동창회가 지원하며, 김종섭 회장이 후원한다. 


‘평화와 화합의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진행된 이번 두 차례 공연은 한미문화 교류의 시간이자 전쟁과 지진

등 세계적 재난으로 고통받고 난민이 된 이웃들을 위해 구호성금을 모금하는 위로의 공연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서울대 동문 모임이 단순한 친교나 오락에 그치지 않고 난민 지원과 평화운동에 나서는 단체활동에 더 앞장서겠다는 취지다. 때문에 미주동창회(회장 이상강)와 남가주동창회(회장 김경무)가 이번에도 흔쾌히 음악회 행사 지원에 나섰다. 음악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유니스 김, 하모니카 이윤석, 기타리스트 지익환 등이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무디의 ‘톨레도’, 롤랑 디앙의 ‘탱고앤스카이’ 등을 연주했다. 


금난새, 김종섭, 두 사람의 ‘복 있는 동행’은 꽤 역사와 전통이 있다. 지난 2012년 뉴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이 세계적 수제 피아노인 스타인웨이(Steinway &amp; Sons)의 대주주였죠. 그때 뉴욕의 스타인웨이홀에서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공연이 늘 열렸고요. 거기서 5년간 페스티벌을 했습니다. 첫해 때 일화인데 때마침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현직이셨어요. 게다가 줄리어드음대에 많은 한국인 유학생들이 있었고 주재원들도 많았기에 흥행보다는 한 번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자는 뜻에서 음악회를 시작했는데 뜻밖에 30여명 정도의 대사들이 오신 거에요. 5일간 했는데 반응도 좋았고 외교적으로도 만점이었습니다.”


이때부터의 인연으로 ‘모종을 심자’는 생각에 김종섭 회장은 마에스트로 금난새와 파트너를 이뤄 이곳 캘리포니아와 LA의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고, 이 열매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평화음악회’로 이어졌다. 특별히 한미동맹 70주년이라는 중요한 때인데도 미국 한인사회가 의외로 조용한 사실에 놀라 앞장서 기념해 보자는 생각으로 평화음악회를 개최했고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이번에는 컨셉을 신년이기에 ‘복 받는 음악회’로 열게 되었다고 한다. 


새해의 알찬 시작이다. 총 750석 규모의 바클레이홀이 매진되었고 기금도 마련되었다. 이 기금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되었다는 의미도 있고, 지구촌의 아픔에 대해서 한인사회가 앞장섰다는 뿌듯함이 담겨있다. 


김종섭회장은 대학시절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따라서 남을 돕고 배려하는 행동이야말로 ‘복 받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그때 생겨났다고 했다. 때문에 주변에 그런 사람이 늘어나고 한인사회의 한 문화로 자리잡기를 소원하고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마에스트로 금난새이기에 이번 음악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순간을 마련해 주려고 신경을 썼다고 한다. 


특히, 그가 중요하게 여긴 것은 이른바 ‘프랜들리 콘서트’(friendly concert). 클래식을 가볍게 접하면서 공연

내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즐기는 음악회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 다음 공연에도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다른 지휘자들과 다른 루틴이 있기는 하다. 의례적으로 ‘앵콜’ 요청이 왔을지라도 어떤 곡을 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본인 외에는 아무도 모르게 한다고. 그만큼 현장에서 청중들의 반응을 헤아리기 때문이란다.


#. 금난새 스타일

마에스트로 금난새는 평소 ‘금난새 스타일’을 강조한다. 소박하게 보여주는 것 같지만 평소 ‘음악은 서비스업’이라고 말할 정도로 청중들이 행복하길 바래왔기에 공연에 잘 왔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것이 ‘금난새 스타일’이란다. 따라서 금난새 스타일의 핵심은 객석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큰 공연이든 작은 공연이든 한가족(like family)이 되는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간간이 해설을 곁들여 왜 이 곡을 선택했는지에 관한 친근감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포인트다. 한마디로 관객들에게 클래식만이 가진 매력과 판타지를 주기 위해 지휘자가 해석(translation)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음악으로 사람의 마음을 터치하기 위해 때로는 클래식이 아닌 영화 주제가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관객들이 반가워하면 그것으로서 만족한단다. 사람들에게 삶의 양식을 주는 것이 음악이고 이것이 유산이 되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도대체 왜 앵콜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그는 오랜 공연을 통해 터득한 것이 있다고 했다. 관객들이 메인보다는 앵콜을 더 오래 기억 하더란다. 비유도 적절했다. “그날 즉석에서 선택해서 메뉴에 없는 음식을 주는 거죠. 그것도 셰프의 필살기이자 비밀병기인 ‘오마카세’ 느낌이로요.” 그래서 그는 콘서트 제목을 ‘음악 선물’로 자주 붙인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서 ‘마티네’(matinée) 콘서트를 최초로 연 것도 그다. ‘마티네 콘서트’란 밤보다 낮에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관객들을 대상으로 여는 것을 말한다. 그는 오전 11시에 문화적으로 소외되어 있던 주부들을 위한, 마케팅적으로 보면 철저한 ‘고객 위주’의 음악회를 자주 시도했다. 이러한 창의력이 있기에 제도권 오케스트라가 아닌 벤처 오케스트라가 가능한 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금난새 스타일’을 추구하게 된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독일 유학생 출신으로 클래식의 본고장이라는 유럽에서는 이미 ‘왕실 음악회’ 등이 전통적으로 활성화되어 사교모임이면서 딱딱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는 ‘벽’이 느껴졌기 때문이란다. 그걸 허물기 위해 파격에 파격을 선택했고 오늘날 ‘금난새 스타일’이 되었다고 한다. 지휘자가 맨 마지막에 퇴장하며 단원들을 배려한 것도 역시 ‘금난새 스타일’이기에 가능했다.


#.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는다

그는 셀프케어(Self Care)에 특화된 인물이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 비법도 있다. “나의 건강 비결은 별게 없어요! 그냥 잘 웃는 거죠! 웃으면 복이 온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smile)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잘 먹고 잘 자는 것 외에 잘 웃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입니다.” 게다가 세상에는 훌륭한 음악이 너무 많아서 이걸 일일이 듣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이 없단다. 또한 평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스트레스는 고사하고 매일 매일이 행복하다고. 지휘자로서의 오랜 업력만큼 셀프케어와 자기 회복력은 타고난 듯하다. 공연이나 리허설 과정에서 자칫 예민해 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오랜 경험을 통해 금방 평정심을 되찾는다. 


그러고 보니 그의 영원한 벗이자 서포터인 김종섭 회장 역시 전염이 되었는지 잘 웃는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두 사람인 만큼 서로 얼굴만 마주쳐도 크게 웃는다. 게다가 두 사람은 오랜 인터뷰 이력이 있어서인지 스스로 ‘얼짱 각도’를 지도해 준다. 카메라가 자신들을 향하면 곧바로 포즈를 취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포토라인도 찾아준다.


찰떡호흡을 자랑하는 두 사람의 ‘복 있는 동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한국과 미국 간의 브릿지를 음악을 통해 만들고자 하는 소망이 큽니다. 클래식을 통해서 커뮤니티가 하나가 되도록 페스티벌, 교육, 워크샵, 청소년을 위한 음악활동을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기적으로 벌여 나갈 것입니다.”


이훈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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