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스타 댐’의 수위(水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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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스타 댐’의 수위(水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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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때면 승객들로 붐비는 공항이나 며칠씩 원거리 운전 마다않고 여행 떠나는 행렬과는 달리, 미국인들 중에는 현재 거주하고있는 동네를 떠나 타주(他州)를 방문한 경험이 없는 주민들도 꽤 많은 듯 하다. 얼마 전 새크라멘토 북쪽 150마일 정도 떨어진 레딩(Redding)에서 만난 현지주민 부부도 그런 경우인데 해외는 물론, 동부지역 다른 주(州) 못 가본 곳도 셀수 없을 만큼 많다면서 말을 건넨다.


그러고보니 전체 미국인 인구 중 약 38% 가량은 국외여행시 필요한 여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통계도 그리 놀랄 일이 아닌듯 싶다. 어찌보면 땅 넓은 미국에서 농업이나 한동안 자리를 벗어나기 힘든 직종 등 이런저런 바쁜 일상 탓 일수도 있겠지만, 국내 이웃 타주(他州)만 가더라도 여행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자원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게다.


한편으로 작년 코비드 사태 이후로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들도 당일치기, 1박2일 혹은 사나흘 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이동거리 짧은 인근 여행지가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마이크로 투어리즘’형태가 각광받고 있는 있다는 얘기다. 위에서 언급한 ‘레딩’도 그러한 ‘마이크로 트래블’행선지로 손색없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곳은 북가주의 울창한 삼림과 샤스타 마운틴 등 수많은 트레일 코스, 동굴, 댐, 숙박 형태의 유람선, 낚싯배, 대규모 레크리에이션 시설 및 주립, 국립공원들, 새크라멘토 리버 등 자연친화적인 환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 얼마전 레딩 도착 후 첫날 다녀온 ‘라센 볼케이노 국립공원’은 시내에서 동쪽으로 30마일 거리다. 라센 공원 가는 도로 양편에는 대형 세콰이어 나무들이 대칭을 이루며 끝없이 길게 늘어서 있다. 멋진 원근감(遠近感)이 일품이다. 주행중 멀리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 위에는 햇살이 반사되면서 마치 물이 고여있는듯한 신기루 현상도 나타났다. 얼마후 공원 서쪽 비지터 센터를 지나 정상으로 향하는 트레일 입구에 도착, 당초 목표인 ‘라센공원’ 화구(火口) 꼭대기 정상까지 등반을 시작하려는데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아이젠을 착용하는 하이커들이 여럿 눈에 띈다. “눈들이 많이 쌓여 있나요?” “정상까지 가는 트레일 코스의 70%는 잔설(殘雪)이 남아있는 눈길이라 미끄럽습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등산객 중 한 명이 눈길 미끄럼 방지용 아이언을 해체하면서 아이언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해준다.


예상치 못한 아이젠으로 인하여 산길 초입을 지나 한동안 산을 오르다가 먼 발치에서 눈 덮인 정상을 대면만 한 뒤 다시 내려와 인근 옆 산길로 접어들었다. 다음 날은 레딩에서 10여 마일 북쪽에 위치한 ‘샤스타 댐’으로 향했다. 최근 기록적 가뭄에 시달리는 가주 전역의 물부족 비상 사태와 관련하여 생각난 곳이다. 비지터 센터를 지나 댐의 거대한 방파제를 건너서 댐 둘레를 걷는다. 가뭄으로 드러난 댐의 하부 흙벽 쪽에는 줄어든 수위(水位)로 인하여 수 십피트 깊이의 메마른 자국을 드러내놓고 있다.


거대한 댐 주변을 걷고나서 다시 방파제 다리를 건너며 내려다보니 다수의 대형 제너레이터와 육중한 장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흔히들 미국에서 1900~1924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세대’라고 한다. 이 말은 미국 작가 톰 브로커(Tom Brokaw)의 작품 『The Greatest Generation』에서부터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이 세대는 1930년대 대공황의 여파속에서 성장해서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도 미국의 전후(戰後)부흥을 이끌어낸 세대이기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샤스타 댐’의 설계 및 공사를 지휘했던 ‘John Lucian Savage’도 그 시대에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댐 전문가로서 ‘샤스타 댐’ 외에도 후버 댐, 파커 댐, 그랜드 쿠리 댐 등 대규모 댐 수십 군데의 메가 프로젝트설계 및 공사 감독으로 참여했던 엔지니어다. 비지터 센터내 극장에서 보여주는 댐 착공에서부터 완공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장면 중에는그와 함께 당시의 댐 공사과정들이 흑백화면에 펼쳐진다.


샤스타 댐은 1938~1945 제2차 세계대전 관련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602피트 높이, 3460피트의 길이, 883피트 두께로 세워진 초대형 댐으로 중가주 지역 농업용수 및 수력발전의 전초기지다. 댐 홍보담당 직원의 얘기로는 가뭄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농업용수 제한 공급으로 중가주 지역 농장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준다. 어쨌거나 최근 백신 접종율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사태가 좀 수그러드는가 했더니 심한 가뭄과 폭염, 산불과 함께 덩달아 ‘델타 변이 바이러스’까지 기세를 떨치는 등 각종 ‘환경변이’가 증가하는 추세다. 그래서인지 ‘변이’와 맞물려 얼마전 발간된 『진화사고(進化思考)』라는 책의 서평이 눈길을 끈다. “델타 바이러스, 기후 온난화, 가뭄 등의 환경위기는 변수, 융합, 역전, 분리, 전이, 증식 등의 혼합 과정에서 비롯된다. 특히 최근 각종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변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만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그러한 ‘변이’에 따른 ‘적응’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창조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무려 40억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남은 생명체의 생존 전략만 보더라도 각종 ‘변이’에 적응하는 창조력있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진화사고(進化思考)』 다치카와 에이스케 著·홍순철 역).


오늘 아침은 지난번 여행에서 목격한 ‘샤스타 댐의 줄어든 수위(水位)’가 생각나서일까, 매일 기상하자마자 들이키는 한 잔의 물이 평소보다 더 청량(淸凉)하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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