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통일의식과 통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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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통일의식과 통일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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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

민주평통 통일전략 전문위원


북한이 그렇게 강력히 반발했던 ‘애기봉의 성탄 트리(Christmas Tree)’가 이번 성탄절에 불빛을 다시 밝혔다. 철탑이 철거되고 조명이 꺼진지 10년만의 일이다. 김포시에 속한 ‘애기봉’은 북한 개풍군과 불과 1.4Km 떨어져 있고, 해발 155m로 지대가 높아 북한 주민들은 성탄의 불빛을 육안으로 볼 수 있어서, 북한당국은 ‘반공화국 심리전’ 이라며 강하게 반발해 9년 전에 철거했었다. 전력사정이 좋지 않은 깜깜한 북녁의 하늘로 성탄 트리의 불빛이 ‘자유의 불빛’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와 희망, 평화의 불빛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2022 통일의식조사 학술회의’를 시흥캠퍼스에서 개최했다. 학술회의에서 밝혀진 통계와 특징 가운데 “한반도에 통일이 꼭 필요하냐?”는 질문에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중은 감소하고, ‘통일이 필요치 않다’고 응답한 비중은 증가 추세로, 특히 20대, 30대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특히, MZ세대는 과반이상이 통일을 반대하는 유일한 세대이며, 통일을 한다면 ‘민족주의적’ 이유보다 ‘실리적’ 이유로 통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젊은 층 대부분은 남북통일이 ‘민족의 위업’ 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경제적 재앙’이 될 꺼라는 생각이 대세다.


우리 세대는 남북통일은 민족의 숙원(宿願)이며, 단일민족주의적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인정하며 살아왔다. 세월이 흐를수록 민족의식은 희박해 진다지만, 한국 청년들의 민족의식이 급격히 퇴색되는 것이 매우 우려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통일이란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붓고, 그 결과 경제, 정치, 문화, 사회 혼란은 물론 빈민, 빈국으로 후퇴를 초래할 수 있는 대형사건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남북한의 국민소득 격차와 북한의 성장동력의 잠재력 약화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한의 인구는 남한 인구(5,200만)의 절반 수준이다. 2023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북한의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는 겨우 36조2,000억원으로, 남한 GDP의 약 60분의 1 수준으로 경제력이 매우 빈약한 상태이다. 북한의 1인당 연소득은 1,200달러, 남한의 1인당 소득은 3만5,000달러, 소득격차는 지금이 약 30배이지만, 격차는 매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학술회의 설문조사에서, 만일 남북통일이 된다면 당장 북한 주민들의 의식주 해결과 북한의 경제복구에 엄청난 재정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남한의 경제력까지 후퇴할 것이라는 염려가 가장 많았다. 막상 통일이 되어 휴전선에 철조망이 철거된다면, 서울 지하철역 지하도에서 노숙이라도 하겠다고 줄줄이 넘어오는 엄청난 북한 주민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이에 대한 대책부터 미리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북한 청년들이 남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고 공부해서 9급 공무원 자리부터 차지해 올라 올 것이 뻔히 보이는데, 공직자 채용 자격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도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결국 통일이 된다 해도 잠정적 휴전선 통행을 통제해야 하고, 북한 주민들의 공민권도 어떤 식으로든 차별을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 남북간 왕래가 자유로워 진다 해도 상호 인간관계에서 불리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를테면, ‘1등 시민’과 ‘2등 시민’의 구별이 보이지 않게 생기고, 이런 상태를 ‘단일민족통합’ 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민족통일을 위해 고생을 분담하고 동고동락해야 한다는 정신의 젊은층도 있긴 하지만, 소수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통일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 이상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통일을 대비한 첫째 요건은 ‘민족의 동질감’을 회복하는 일이다. 동질감을 회복하는 길은 인간의 ‘다양성(Diversity)’에 대한 존중과 이해일 것이다. 다양성의 기본 전제는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며,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으면 ‘차별’ 과 ‘착취’가 발생한다. 차별과 착취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인권과 정의’라는 기본가치를 훼손하게 된다. 지역간, 세대간, 그리고 계층 간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반목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아서 초래된 ‘사회적 병폐(病弊)’이다.


통일을 대비한 두번째 요건은 북한의 ‘경제적 여건을 남한과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한다면, 자본과 기술, 경제적 지원으로 꾸준히 경제수준을 상승시키는 작업이다. 이런 준비도 없이 통일을 맞이 한다면 ‘통일대박’ 이 아니라, 오히려 ‘통일재앙’ 이 될 것이다. 통일로 인해 얻어지는 자원과 값싼 노동의 편익도 있겠지만, 동시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반도 통일은 70년 이상 오래 단절된 두 나라(사회) ‘한국’ 과 ‘조선’이 만나서 통합하는 과정이다. 통합 과정에서 격게 될 이해충돌, 사회적 갈등, 이웃국가와의 관계, 이념과 사상의 대립, 문화충격, 적대의식 등도 교육을 통해 해소해야 하고, 통일 후에 발생하는 빈부격차, 인구이동, 북한지역의 공동화(空洞化), 사회보장제도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통일이 어디쯤 오고 있는지?” 늘 걱정스런 마음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이렇게 많은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준비를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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