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밤나무와 곰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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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밤나무와 곰팡이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냇 킹 콜(Nat King Cole)이 부른 “체스트 넛츠 로스팅 온 언 오픈 파이어(Chestnuts Roasting on an Open Fire)”란 곡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곡은 1945년 멜 토르메이와 로버트 웰스가 함께 작곡했으며, 그 다음 해에 냇 킹 콜이 노래로 불러 전세계에 널리 보급되었다. 그리고 거의 80년이 지난 지금 이 곡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없을 정도며, 특히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라디오나 앱을 통해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곡이 말하는 '체스트 넛'이 한국어로 '밤'이란 것을 알고 있는가?. 그러니까, “체스트 넛츠 로스팅 온 오픈 파이어”의 뜻은 한국인이라면 잘 알고 있을 '겨울철 밤굽기'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랐거나 겨울에 한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면 군밤장수가 밤을 구워 파는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냇 킹 콜의 곡의 가사가 바로 그런 장면을 그린 것이다. 



허나 '밤 굽기'을 영어로 검색해 보면 겨우 서너 개의 영상만 뜬다. 그리고 그런 영상에는 그냥 프라이 팬을 사용해 밤을 굽는 모습이 나온다. 밤을 얼마나 오랫동안 물에 담가두었다 로스팅을 해야하는지, 또 밤의 껍데기에 어떻게 칼집을 내야 하는지 알려주는 영상이 없다. 어떤 이는 밤에 소금을 뿌려 먹느냐고, 또 어떤이는 와인에 담가두었다 로스팅 하는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한다. 밤을 즐겨먹는 한국인에겐 좀 의아스러운 질문이다.



한국어로 '군밤'이나 '밤 굽기'를 유튜브에 검색하면 영상이 좍~ 뜬다. 굽는 방법뿐만 아니라 어떻게 쪄 먹을 수 있는지, 에어프라이어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면 어떻게 잘 구워지는지, 어떻게 하면 밤 껍질을 쉽게 깔 수 있는지 등의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왜 대다수의 미국인이 밤(체스트 넛)을 먹어본 경험도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걸까? 그렇게 유명한 크리스마스 노래에 언급 될 정도로 잘 알려져 있던 밤이 왜 미국인에게 생소한 것이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밤나무를 말려 죽이는 곰팡이가 1886년 북미주에 상륙했기 때문이다. 



19세기 말 미국은 카타로그 잡지를 만들어 물건을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활발했는데, 어떤 상인이 일본에서 밤나무 열두 그루를 수입해 미 동부지역에서 통신 판매를 했다. 그런데 미국산 밤나무는 수입산 밤나무의 곰팡이에 대한 면역력이 전혀 없었다. 물론, 병균이나 곰팡이에 대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수입산 밤나무가 본토 밤나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곰팡이가 매년 평균 50마일씩 번져 30년 사이에 총 40억~50억 그루의 밤나무를 말려 죽였다. 



지금은 미국 동부와 중부를 분리하는 방대한 애팔래치아산맥에 그저 몇 천 그루만 남아있다고 미국 산림청은 추측한다. 그래서 가끔 등산객이 깊은 산 속에서 밤나무를 발견해 그 소식을 알리면 인터넷이 발칵 뒤집히기도 한다. 밤나무가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이기에 그렇다. 한국이나 중국에 허다한 밤나무가 미국에 겨우 수 천 그루 밖에 남지 않았다는게 믿기 어렵다.



열두 그루에서 시작해 번진 곰팡이 때문에 미국산 밤나무가 멸종의 위기를 맞았다는 이 역사적 사실을 통해 대수롭지 않은 곰팡이가 큰 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그렇기에 각자의 삶을 점검해 '곰팡이' 같은 문제나 요소를 찾아 제거해야 한다.


12월엔 한해 동안 묵살했거나 잊고 살아온 삶의 곰팡이를 말끔히 제거하는 그런 성찰의 시간을 갖자. 2024년, 용의 해를 맞아 하늘로 치솟고 싶은 꿈과 욕망이 있는가? 그렇다면 더더욱 곰팡이부터 제거하자. 그래야 큰 손실을 막고 더 큰 수확을 새해에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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