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인 1만 5000명 무료 진료 ‘서대문 슈바이처’의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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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1만 5000명 무료 진료 ‘서대문 슈바이처’의 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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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건 원장이 직접 보철물을 만들고 있는 모습. 강 원장은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직접 보철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치과의사 고 강대건 원장




천주교계에서 ‘서대문 슈바이처’로 불리던  치과의사 강대건(91) 원장이 지난 6일(한국시간) 선종했다. 지난 8일 오전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예식실에서 서울대교구 구요비 주교의 주례로 장례미사가 엄수됐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강 원장은 한센인과 어려운 이웃들의 치과 진료를 무료로 해준 공로로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교회와 교황을 위한 십자가 훈장’을 받았으며 그해 말에는 ‘2013년 올해의 치과인상’과 국민훈장 모란장도 받았다. 

강대건 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1957년 서울대 치과대학을 졸업, 1963년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입구에서 치과를 열어 운영하면서 어려운 이웃, 특히 한센인들을 위해 무료로 진료와 보철을 해주었다. 30여년 간 진료한 한센인 환자가 1만 5000명, 보철을 해준 환자도 5000명에 이른다. 1979년 경기 포천의 한센인촌 의료봉사를 간 것이 계기가 됐다. 강 원장은 2013년 치의신보와 인터뷰에서 첫 봉사를 떠올리며 “봉사하는 치과기공사들을 얼결에 따라갔는데, 그 중 한 분이 한센인을 본 내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렸었다고 그러더군요. 태연한 척 했지만 그게 눈에 다 보였나 봐요”라고 말했다. 

당시 한센인들은 생계를 잇기도 힘들었지만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했다. 그는 ‘치과 의사가 뭐 하는 사람인가. 이가 없어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치아를 찾아주어 밥을 먹게 하는 사람 아닌가’하는 생각에 전국 100여 개의 한센인 마을 찾아 봉사를 했다고 한다. 일요일이면 어김 없이 기차를 타고 전국의 한센인을 치료하러 다녔다. 한센인 무료 진료는 2012년까지 33년간 이어졌다.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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