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해피 땡스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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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해피 땡스기빙!

웹마스터

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필자가 교장으로 섬기고 있는 NCA학교는 매년 독특하고 멋진 추수감사절 예배를 드린다. 사실 '예배'라기 보다 '축제'라 해야 더 정확할 것이다. 지난 주 금요일에도 어김없이 추수감사절 축제가 열렸다. 


가장 먼저 실내체육관을 추수감사절 '테마'로 멋지게 장식했다. 테이블엔 노란 식탁보, 밤색 식탁보가 잘 어울리게 놓았고, 그 위에 추수감사절 절기를 상징하는 단풍잎과 호박 장식, 감과 귤 같은 과일, 그리고 오렌지색 냅킨을 각 자리 앞에 두었다. 스파클링 애플 사이더(apple cider)는 절대 빠질수 없는 필수품이다. 이렇게 장식된 테이블 수십 개가 공간을 꽉 채웠다. 상상해 보라. 근사하지 않은가? 해리 포터의 호그워트 학교식당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 


추수감사절 축제는 전체 찬양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은 K-3학년생들의 합창이다. 올해는 아이들이 “I am Thankful”이란 곡을 불렀는데, 얼마나 은혜스러웠는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러 교사와 부모도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정말 아이들의 순수함과 순진함이 천사의 목소리 같았다.  


그 다음엔 중학생들의 합창 “Sante-Sana”와 “Come, Ye Thankful People”이 연속으로 불려졌다. 초등학생 합창에 비해 박력있고 웅장한 소리가 공간에 울렸다. 그 다음엔 중학교 음악 교사와 다섯 학생의 작은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멘델슨의 “Lift Thine Eyes”를 연주했다. 참 부드럽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초등학교 교사 한 분이 “Through It All”이란 곡을 노래했다. 초보 교사지만 보이스 전공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은 분이라 실력이 피부로 느껴졌고, 노래를 마치자 우레같은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그 다음은 설교였다.  해 설교의 포인트는 여럽고 힘들수록 더욱 감사하자, 그리고 말과 행동으로 감사하자는 것이었다. 짧지만 꼭 잊지 말아야 할 메시지였다. 참고로 학교 채플 메시지는 짧고 굵어야 은혜가 된다. 아무튼 모두가 다 한 해를 돌아볼 수있는 시간이었다. 


그 다음은 다들 기다리던 식사시간이었다. 실내 한 쪽에 몇 개 테이블을 길게 붙여 놓았고, 그 위에 터키와 닭, 옥수수, 고구마, 매시드 포테이토, 그레이비, 햄, 펌킨파이 등 추수감사절에 먹는 전통음식을 잘 진열해 놓았다.


보통 인원이 많을 때 모두 줄을 서 뷔페 같이 음식을 가져가지만, 우리 학교의 전통은 교사들이 학생을 '서빙'하는 것이다. 학부모와 행정진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놓은 것을 교사가 학생에게 가져다 준다. 그리고, 우리는 “해피 땡스기빙” 또 “너희들을 가르치게 되어 감사하다”라고 우리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 표현에는 큰 의미가 담겨있고, 그런 말을 듣는 학생은 적지않은 충격을 받는다. 일반 학교에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따뜻하고 뭉클한 표현이기에 그렇다. 선생님과 그리 썩 좋지 않은 관계를 갖고있던 학생도 그런 말 하나로 엉킨 것이 풀릴 수 있다.


식사 후 모두 함께 청소를 마친 뒤 농구게임이 시작되었다. 매년 졸업한 선배들이 학교를 찾아와 교사들과 함께 한 팀이 되어 이제 곧 시즌을 시작할 학생팀과 게임을 한다. 전에는 나도 같이 뛰었지만 언젠가부터 사이드 라인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으로 충분해졌다.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교 때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추수감사절 방학을 잘 보내라고 인사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지난 25년간 학교를 설립해 이끌어 오며 모든 게 다 재미있고 기쁘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것, 생각할 때마다 감사한 것이 있다면 그건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정말 신이 주신 특권이요, 선물이라고 확신한다. 아무리 몸이 무겁고 지쳐있어도 매일 새벽 학교로 향하는 이유는 부르심에 대한 응답과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기적은 큰 사건이나 대형문제 가운데도 일어나지만, 그런 큰 기적은 모두가 다 체험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름답고 뜻 깊고 잔잔한 기적은 평범 속에 가득 차 있다. 분주함 때문에 중심을 잃었거나 엄청난 스케일의 기적만 기다리고 있다면 우리는 매일 일어나는 수 많은 작은 기적을 놓치게 된다. 그러니 평범한 일과 만남과 대화 속에서 기적과 축복을 발견하는 모두가 되자. 해피 땡스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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