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북한의 잃어가는 바다, 낙후된 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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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북한의 잃어가는 바다, 낙후된 항만

웹마스터

이보영

평통 통일전략 전문위원


바다도 보존해야 될 해양 영토이다. 해양 영토에도 국경선과 경계선(영해·공해)이 있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영국의 정치가 월터 롤리(Walter Raleigh)의 명언이 생각난다. 

강대국의 서열은 해양력(Sea Power)에 달려 있다. 현재는 미국이며, 과거엔 영국, 그 전엔 스페인이었다. 


바다엔 배가 떠 다닌다. 떠 다니던 배가 항해를 마치면 정박해야 할 항구가 필요하다. ‘항구’와 ‘항만’의 차이점은, 자연적인 포구(砲口)에 배가 드나들며 정박하는 곳을 ‘항구(Port)’라 한다. 그 항구에 선박 운항에 필요한 부대시설(부가가치)을 인위적으로 만들어서 편리성, 신속성, 경제성이 존재하도록 여러 옵션을 붙인 곳을 ‘항만(Harbor)’이라 한다. 


무역이 일반화된 현대사회에서 국가들 간에 다량의 무역 물동량이 적시에 오고 갈 수 있게 하는 사회적 인프라 중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항만이다.    


공항(Airport)은 겨우 110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항구(Port)는 기원 전부터 이미 여럿이 지중해를 중심으로 존재했다. 그 중에서도 욥바(Joppa)항구는 3600년의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욥바는 구약성서에도 4번이나 등장할 만큼 오래된 항구도시이다.


항구는 그 기능에 따라 상업(무역)항, 군항(軍港), 어항(漁港)으로 구분한다. 현대화된 무역항은 항만 데크(Harbor Deck)에 ‘이동식 갠트리 크레인(Gentry Crane)’들이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무역품들은 보관과 이동이 쉬운 컨테이너(Box)에 담겨서 컨테이너선으로 운송되기 때문이다. 무역항의 크기와 생산성은 설치된 갠트리 크레인의 댓수와 컨테이너 취급 물량에 따라서 평가된다.  


북한 서해안 항로는 북부 용암포에서 해주까지 250해리, 동해안 항로는 선봉에서 원산까지 300해리다. 북한의 무역항은 서해안 3곳(남포, 송림, 해주), 동해안 6곳(청진, 원산, 흥남, 단천, 선봉, 나진)으로 총 9개의 무역항이 있지만, 남포항을 재외하곤 거의 재래식 항만이다.  


남포항은 북한 최대의 무역항으로 대동강 하구에 위치해서 평양공업지구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평양에서 서남쪽으로 약 70Km 떨어져 있고, 중국 다렌(大連)항과는 약 180해리 거리에서 마주 보고 있다. 남포항은 2005년도에 컨테이너 전용부두를 완성하여 북한 유일의 현대화된 소규모 항만을 갖추고 있다.   


1999년 북한은 나진–선봉 지역을 동북아의 국제중계 수송기지로 개발하겠다는 발표를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로 통하는 육로(陸路)만 개발되었으며 항만 인프라는 경제적 여건으로 답보상태에 있다.      


2020년 기준 항만 하역능력은 북한은 약 4000만톤(추정), 한국은 약 12억톤으로 30배의 차이가 난다. 북한의 보유 상선 수는 1980년대 이후 계속 감소해 왔고, 2000년 이후 건조된 상선은 2척에 불과하다. 남한과의 비교 보유 선박톤수는 1975년에 이미 20배의 차이가 났고, 2019년도엔 약 47배로, 2023년 현재는 약 50배 이상 벌어졌을 것이다.


북한은 한반도 분단 시만 해도 부존자원과 산업 관련 사회 기반시설 면에서 한국보다 유리한 조건이었다. 초기의 경제 우위와 대외원조를 기반으로 일어선 북한은 자립경제를 표방하기 시작했고, 필요에 따라 사회주의 국가들과 교역을 통해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북한경제는 소련붕괴 이후 급격한 위기에 봉착했다. 대외경제 활성화 정책을 전개해 왔지만, 핵개발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가 강화되었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가 되었다. 


따라서 중국 의존도가 거의 절대적이며, 무역량은 중국과 러시아로 집중되면서 육상(열차) 운송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항만에 기항하는 외국선박도 거의 전무상태로 개항휴업인 셈이다. 사용자가 없는 항만은 낙후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서해어장(압록강 하구에서 NLL까지)은 이미 중국 어선들에 의해 치어(稚魚)들까지 싹쓸이 당해 황폐화 되었고, 서해 남쪽 어민들의 어획감소는 물론 미래의 수산물 먹거리까지 걱정하게 되었다.  


최근 북한은 경제사정 타개책으로 동해어장마저 중국에 어선 1척당 입어료(3만7000달러)를 받고 개방했다. 허가된 포획 어종은 오징어로 단일 어종이지만, 중국은 모든 어족(魚族)을 싹쓸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어선들은 북한의 동·서해 어장을 공세적으로 확장해가는 중이다. 동해 쪽에 전혀 출구(항구)를 갖지 못한 중국은 북한의 경제적 약점을 이용해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을 세웠다. 즉, 북한의 항구를 빌려 동해로 뻗어 나가려는 속셈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사이 북한의 바다는 어느새 중국 선박들의 활동 공간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고 한다. 인구증가, 자원고갈 등의 문제에 직면하면서 바다는 21세기를 이끌어 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바다는 생물자원, 광물자원, 에너지자원, 공간자원, 수자원 등 무궁무진한 자원이 묻힌 보물창고이다.


북한의 해양과 수산자원의 적정관리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당면 공동과제가 되었다. 한반도의 바다, 보존해야 할 영토이다. 남북이 함께 지켜야 할 우리의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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