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의 경제포커스] 글로벌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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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경제포커스] 글로벌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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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조세 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글로벌 최저한세(global minimum tax rate)의  도입이 핵심이다. 미국이 제안한 조세 개편안은 지난 6월 영국에서 열린 G7 회의를 거쳐, 이탈리아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승인됐고 7월 들어서는 OECD도 증세를 위한 글로벌 세제 개편안에 130개국이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을 하지 말자는 취지다. 당초에 미국은 21%의 세율을 주장했고, EU에서는 12.5%를 주장했지만, 미국이 15%로 양보하면서 협상이 이루어졌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고세율 국가들이 증세를 위해 담합을 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명분도 있다. 다국적기업들이 조세회피처로 옮겨 세금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으니 보편적인 세제를 통해 정당한 세금을 받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최저한세와 함께 도입이 추진되는 디지털세는 아마존이나 애플, 구글 같은 글로벌 IT 기업을 겨냥한다. 디지털세를 구글세(Google Tax)라고 부르는 이유기도 하다. 한 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 매출이 발생한 나라들은 해당 기업에 부과된 법인세를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 이윤율이 10%를 넘으면 초과이윤의 10%를 나라별로 나눈다는 계획이다. 대상 기업 숫자가 많지는 않다. 매출이 200억 유로, 한국 돈으로 27조 원을 넘는 기업에 적용한다. 


과거 법인세의 세율은 한때 50%를 넘어가기도 했다. 미국은 70년대에 52.8%, 영국도 80년대 초반 52%였다. 법인세가 낮아진 것은 80년대 중반 이후였다. 자본 시장의 국제화가 빨라지면서 높은 세율을 피하려는 기업의 이동이 잦아졌다. 결국, 각국 정부는 자본 탈출을 막기 위해서, 또 투자유치를 위해서 법인세를 낮추기 시작했다. 법인세 인하 경쟁으로 1981년 41%이던 세계의 평균 법인세 최고세율은 2020년에는 절반 수준인 23.85%로 낮아졌다. 상황이 바뀐 것은 늘어난 세계 각국 정부의 부채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는 28조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은 107%에 달한다. 바이든 정부는 6조 달러의 재정투자 계획도 가지고 있다. 채권으로만 돈을 마련할 수는 없고, 확실한 재원 조달 수단이 필요하다. 법인세는 소득세와 달라서 비교적 조세저항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물론, 조세 수입을 늘려야 하는 건 유럽도 마찬가지다. 원래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벌이는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과세 문제는 미국과 유럽이 충돌해왔던 이슈였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고 이제 디지털세는 미국과 EU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합작품이 됐다. 미국을 중심으로 생각하자면 글로벌 IT 기업들에 대한 과세권을 다른 나라에 조금 양보하면서 대신 법인세 인하 경쟁은 하지 말자는 뜻으로 봐도 되겠다. 130개국이 동의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문제는 남아있다.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나라가 9개국인데 특히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헝가리, 에스토니아의 반대는 결정적이다. EU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가 원칙이다. 이 나라들이 끝까지 동의를 거부한다면 EU는 조세 개편의 움직임에 동참할 수 없다. 


사실 낮은 세율은 어떤 나라에는 자본 유치를 통한 경제 성장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아일랜드의 경우 법인세는 현재 12.5%다. 낮은 세율로 아일랜드는 애플을 비롯한 다국적기업을 유치할 수 있었다. 만약 최저법인세율이 15%라면 기업들은 설사 아일랜드가 최저법인세율을 따르지 않더라도 아일랜드에 세금을 내고 추가로 본국에 2.5%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굳이 아일랜드에 가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법인세를 올리라는 건 아일랜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조세 개편작업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한국의 현재 최저 법인세율은 과세 표준이 1000억 원이 넘을 때 17%다. 최저세율이 15%로 정해질 경우의 영향은 거의 없다. 일부 대기업이 해외에서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디지털세 덕분에 구글을 비롯해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과세로 얻을 수 있는 조세 수입이 더 많을 것이다. 아일랜드 등 9개 저세율 국가 문제가 해결되면 OECD는 오는 10월 국제 조세 개편작업을 위한 세부 시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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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칼럼니스트: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MBC TV 앵커와 경제전문기자, 논설위원, 워싱턴 지국장을 역임했다. 인하대 사회과학대, 성균관대 언론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강의했다. 현재 한국경제언론인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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