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K-회화,원류(源流)를 찿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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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K-회화,원류(源流)를 찿아서

웹마스터

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지난 추석 연휴에 일본 후쿠오카에 다녀왔습니다. 큐슈 국립박물관과 후쿠오카 시립미술관, 두 곳을 돌아보는 일정이었습니다. 평소 관심 주제와 맞는 컨벤션이나 전시회 프로그램 등이 이번 연휴기간과 겹치는 곳이 있으려나 검색하던 중,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기획전을 발견했죠. 요즘 어딜 가나 전철이나 열차내 승객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필자도 목적지로 향하는 동안, 차내에서 길찿기 앱과 전시내용을 살펴보느라 분주하게 스마트폰을 응시했습니다.


첫 번째 방문지는 후쿠오카 시내에서 한 시간 가량 떨어져 있는 다지이후시에 자리잡은 큐슈 국립박물관입니다. 4층 높이 정도로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박물관 출입구로 향하는 진입로 동선이 인상적입니다. 마치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전시관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고 할까요?


로비 입구에 도착하니 관련 포스터가 눈길을 끕니다. '특별전시, 고려·조선시대의 불교미술’이라는 타이틀로 되어 있네요. 전시장에 들어 서니 수십 점의 작품 가운데, 중앙에 걸려 있는 폭 6피트, 높이 12피트가 넘는 대형그림이 눈에 띕니다. 15세기 조선시대, 고려 충선왕의 왕비인 숙비가 작고한 충선왕을 그리워하며 발원했다지요. 다름 아닌 김우문, 이계, 임순 등 여덟 명의 궁중화원이 그린 것으로 알려진 ‘수월관음도’입니다. 


평자(評者)에 의하면. '수음관음도는 현존하는 고려불화 중에서 가장 크고 기법이 뛰어난 명작이다. 아름다운 색채와 치밀한 문양 등이 고려시대 화원들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고 있다. 관음은 수중의 달을 보고 있는 자세로 관음의 변화상이다. 고려인에게 자비는 공기처럼 우리를 감싸고 있는 것, 항상 거기 있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라고 하더군요.(미술관에 간 붓다. 명범 著, 2016).


전시장 내 대형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탈변색된 색채와 함께 섬세한 관음의 얼굴 표정이 시공을 뛰어 넘어 숨 쉬고 있는 듯 합니다.


두 번째 행선지인 후쿠오카 시립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조선왕조의 회화, 산수-인물-화조 특별展’이라는 제목의 기획전입니다. 조선시대의 회화를 산수도, 인물도, 화조도 세 장르로 나누어 전시되어 있더군요.15세기 조선시대 산수화 '방곽희 추경산수도’(문청 印,가로 3피트, 세로4피트 크기)가 대담한 구도와 붓의 터치감으로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전시된 총 44개 작품이 당시 중국회화의 영향을 받았다지만,조선왕조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발전시킨 과정도 보여줍니다. 예컨데, 산수화의 경우, 산이나 바위 표면에 짧은 선이나 점을 찍어 질감과 양감을 나타내는 ‘단선점준’이라는 준법이 그 대표적인 예라는 해설이 붙어 있습니다.(후쿠오카 시립빅물관 자료). 그밖에도 화가 안견의 ‘산수행여도’, 이몽룡의 ‘누각산수도’,신사임당의 ‘가자쌍수도’ 등도 눈길을 끕니다.


미술사학자 윤철규는 말합니다. "그림을 이해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우선, 어떻게 그렸는가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묘사기법, 화풍을 먼저 보는 것이지요. 이른바 양식론적 관점입니다. 무엇을 그렸는지 궁굼하다면 해석학적 이해라고 할수 있겠죠. 하지만 이 두가지 관심이 확연히 나뉘는 것은 아닙니다. 적당히 섞여 있게 마련입니다. 어느 때는 화풍에 눈길이 가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그림에 담긴

의미가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해석학적인 이해가 먼저 일수도 있습니다. 


조선시대 그림의 성격은 순전히 조선자체의 역량과 조선의 14세기 이후 중국의 영향을 받으며 그려지고 가상되고 또 평가됐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조선회화에는 공통의 미적이며 회화적 특징이 담겨져 있습니다. 중국이나 일본과 구별되는 조선그림만의 고유한 화풍을 지녔습니다. 또 시대를 넘어 오늘날까지 통용되는 한국적인 그림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선시대의 그림을 이해하고 즐기는 것은 오늘날 화가들의 그림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하는 길과도 통하는 일이라고 할수 있을 것입니다.”(조선시대 회화, 2018).


갤러리에서 그림감상을 할 때면 ‘보는 자와 보이는 자가 하나 되다’라는 말을 떠 올릴 때가 있습니다. 이번 고려시대의 불교미술과 조선의 회화전시회도 마찬가지 소감을 갖게 됩니다. 11~16세기 고려, 조선시대의 그림들이 지금의 현대그림들과 겹쳐지면서, 주목받고 있는 K-회화가 당시의 회화들과 무관치 않음을 실감합니다. K-회화 원류(源流)의 한 줄기라도 만난 듯한 뿌듯함을 안고 귀로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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