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콜럼버스의 날 v. 원주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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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콜럼버스의 날 v. 원주민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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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송

뉴커버넌트 아카데미 교장 


1934년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매년 10월 둘째 주 월요일을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하기로 정했다. 그러나, 작년에 바이든이 '원주민의 날(Indigenous Peoples Day)로 명칭을 바꿔 논란이 일어났다. 물론 공휴일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콜럼버스의 날'로 기념해야 할지, 아니면 '원주민의 날'로 불러야 할지 적지않은 논쟁이 벌어졌다.


사실 '원주민의 날'을 기념하자는 주장은 1977년 유엔 인종차별 국제회의에서부터 시작되었고, 북미 원주민들의 인권, 역사, 그리고 문화를 존중 및 기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989년 사우스다코타주가 최초로 원주민의 날을 채택했으며, 1990년엔 또 유엔이 지원한 국제회의에서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대체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결국 2022년 10월 바이든이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선포한 것이다. 



자, 그럼 어떤 표현이 더 옳은 걸까? 답은 응답자의 시각에 따라 다르다. '원주민의 날'로 기념하자는 측은 콜럼버스가 신대륙 최초 발견자가 아니며, 정녕 그가 최초 발견자일지라도 카리브해와 남아메리카 원주민을 노예로 삼았고, 유럽 식민지의 수문을 연 장본인이며, 대량학살과 노예제도의 길을 닦은 공범이라고 정죄한다. 바이든은 지난 해 연설을 통해 이 측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유럽 탐험가들이 원주민에게 가했던 잘못과 잔혹한 고통스러운 역사를 미국은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정직히 사실을 직면하고, 진실을 밝히고, 과거를 다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한다.” 요즘 미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소수집단 보호정책 및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근거하면 바이든의 말이 맞아 보인다. 그런데, 그게 100% 다 맞는 말일까?


역사를 살펴보면 콜럼버스가 미국을 발견하기 전 이미 수백만 명의 원주민이 아메리카대륙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들도 사실 동아시아에서 이주해 온 이민자들이었다. 이렇게 따지면 누가 정말 원주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고고학자들은 콜럼버스보다 훨씬 전(前)에 유럽인이 북미주에 발을 디뎓다고 한다. 먼저 아이슬란드 출신의 탐험가 에릭슨이 서기 1000년 경 북아메리카에 도달해 지금의 캐나다 뉴펀들랜드에 빈래드란 정착지를 세웠다. 그리고, 에릭슨 전에도 헤르조프슨이 항해 중 북아메리카를 목격했다는 문서가 있고, 에릭슨 후 10세기와 11세기에 걸쳐 노르드인 다수가 북아메리카 북동쪽을 탐험했고 또 임시 정착지를 세웠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점은 굳이 콜럼버스가 아니라도 북아메리카를 발견한 유럽인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콜럼버스의 날'이란 표현이 거북하다면 그냥 '북미주 발견자의 날'로 불러도 되지 않을까?



콜럼버스란 이름은 또 반이민에 대응하는 대명사다. 1840년대부터 가톨릭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이주할 때 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도(WASP)와 종교, 언어, 인종, 또 문화가 다르다는 이유로 반이민 단체들이 생겨났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인종차별자 집단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이다. 그런 차별에 맞서기 위해 형성된 이민자의 조직 중 하나가 '콜럼버스 기사단'(Knights of Columbus)이다. 그들이 콜럼버스의 이름을 선택한 동기는 그가 가톨릭 신자였고, 또 이민자의 권익을 상징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이 피부색과 언어, 그리고 종교로 인해 극심한 차별을 당했는데, 콜럼버스 기사단은 그들을 보호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즉, '콜럼버스'의 이름이 소수권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뜻이다.




유럽 탐험가들이나 그들의 후예가 원주민에게 가했던 잘못과 잔혹한 행위는 인정해야 하고 절대 역사책에서 삭제하면 안된다. 하지만 약 250년 전 미국이 국가로 형성된 뒤 노예제도를 청산하기 위해 남북전쟁까지 치뤘고,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애써왔다. 지금은 그 노력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쳐 평정성을 잃어버렸다. 이런 맥락으로 따지면 '원주민의 날'로 콜럼버스의 날을 바꾸자는 주장도 평정성을 잃은, 편파적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콜럼버스의 날과 원주민의 날을 각각 따로 공휴일로 정하는 건 어떨까? 공휴일을 하루 더 추가한다고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특히 공휴일이 없는 3월에 원주민의 날을 정하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공동 휴일로 정해 콜럼버스도 기념하고 원주민도 존중해 주는 것은 어떨까? 이런 타협이 화해로 가는 물꼬가 되지 않을까?


중심을 잃은 편파적 주장을 거부하자. 콜럼버스의 날과 원주민의 날 논쟁을 논리적으로, 팩트에 근거해 명쾌히 해결하자. 절대 정치로 풀려하지 말자. 정치로 풀다보면 불필요한 마찰이 발생한다. 작은 협력으로 시작해 더 크고 심각한 갈등도 해결하는 분위기와 장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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