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예술은 길고 방송은 짧다-이상벽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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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28-1> 예술은 길고 방송은 짧다-이상벽은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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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중반 무교동의 허름한 단층 기와집에 들어 선 팝 음악감상실 '세시봉'은 당시 스타들의 산실이 됐다. 세시봉 공연 모습.(위) 엄영수(왼쪽)-이상벽이 기와그림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엄영수 제공


#. 될성 싶은 이상벽, 홍대부터 알아봤다 

이상벽의 회고. '고등학교 3학년 때 대학진학은 정치외교학과 쪽이었다. 웅변을 잘했고 말솜씨도 좋다는 평을 들었다. 담임이나 진학지도 선생님께서는 학교성적과 집안형편을 고려해 졸업 후에 취업이 빨리되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과를 강하게 권유하셨다. 물론 미술에 관한 소질도 충분히 살폈을 것이다. 이럴 때 떨어지더라도 좋으니 정치외교학과에 시험을 한 번 꼭! 쳐보겠다고 결사항전하는 학생들이 있다. "'떨어지는 게 어찌 목표가 될수 있나', 나는 그런 짓은 안 한다. 우리학교 미술부 학생들 7명이 함께 지원서를 냈다. 은근히 겁이 났다. 실기점수 50%, 학과시험 50% 반영의 시험에서 절반은 지고 들어가는데 무슨 수로 미술부 경쟁자를 제칠 수 있겠나? 결과는 의외였다. 나 혼자만 합격했다. 문제가 커졌다."


첫 번째 문제, 본래 미대갈 의향이 없었고 미술공부를 곁다리로 했지 집중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이 쉽게 합격을 했다는 것. 두 번째, 12년 간 정상적인 학교교육을 받으며 미술전문가가 되려고 열성적으로 노력한 사람들이 단체로 떨어졌다는 것, 교육계 문제가 한 눈에 보인다. 대학은 미래지향적 인재를 원한다.이상벽 학생은 교과서적이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정한 학생이다. 무엇인가 도전적이고 변화무쌍한 학생이다. 동시에 합격생이다.


#. 오래사는 세상이 왔다. 같이 가자

직업을 계속 바꾸면서 오랜 세월에 한 번도 휴식기를 갖지 않았는데 여전하시네요? 

이상벽: 건강은 걷기가 기본이고 여유 있으면 좀 뛰고…. 전에 관악산 등산을 한 10년 이상 매주했지. 요새는 특별히 하는 건 없고. 아, 이건 꾸준히 하고 있어!

 

팔굽혀 펴기, 앉았다 일어서기는 하루 100번씩 해.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이니까, 어떤 날은 70번 또 어떤 날은 120번도 하고. 자유자재로 조절을 하지. 꼭 횟수에 매여서 하지는 않아. 김형석 교수는 100세를 넘기고도 건강하게 활동을 하시잖아. 담배를 90세 전까지 피우셨는데 끊으셨대. 계속 걸어서 강의를 다니시기 때문에 버틸 수 있다고 봐! 윈스턴 처칠은 78세에 노벨문학상에 도전해서 성공했고, 그독한 시거를 늘 입에 달고 살았는데도 92세까지 살았지. 당시 나이를 지금 시대로 환산하면 100세를 훨씬 더 산거지 나이 든다고 두려워 할 것 하나도 없어. 나쁜 습관 있으면 고치고 바르게 살려고 하면 셀 수 없이 오래 살지.

 

술은 소주-맥주, 소주-양주 폭탄주로 맥주잔 다섯 잔쯤은 쉽게 하지. 취할려고 마시는 술이니까 신나게 마셔라! 내일 다른 일이 없다면, 더 뛰고 더 땀을 뺄 수 있으면 더 많이 마셔도 되고 컨디션이 나빠서 대충운동 할 거면 마시는 양을 줄이고 도수도 약한 술을 선택하라는 거지. 하여튼 대책있이 마셔! 대책있이 살아! 걸을 때는 몸에서 전기가 발생해, 이것이 에너지로 저장됐다가 몸을 위해서 쓰여지는데 건강을 위해서 산책이 상책이지만 운동중독이 되면 상채기가 생기니 조심할 일이지. 영화배우 신성일 의원이 국회운동장을 하루에 몇 바퀴씩 돌았는데, 하루라도 거르거나 한 바퀴라도 횟수를 못 채우면 다음 날이라도 반드시 목표량을 채웠지. 사람마다 운동하는 방법, 건강비법이 다른데 하여튼 무리하면 안 돼. 살다보니 별일이야. 너무 오래 사는 세상이 됐단말야. 세상 일이란 누구나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것 아니겠어? 어쩌겠나 오래 살고 가야지, 따라들 가자고(go)! 


#. 북두칠성 남기고 우연히 없어진 세시봉

1966년 인가? 무교동의 허름한 단층짜리 기와집에 팝 음악감상실 '세시봉'이 있었다. 별 다른 무대도 장치도 없었다. 뮤직박스 앞에 의자 몇 개 더 놓고 그게 무대라고 우기면 할 말은 없다.

 여기에 유명한 문화예술인들이 간혹 드나들곤 했는데, 미 8군에서 노래하는 조영남 가수가 우연히 놀러왔다가 지인들의 권유로 딜라일라를 불렀다. 노래실력도 스테이지 매너도 멘트도 종래의 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신인류였다. 소문이 TBC TV 쑈쑈쑈까지 번져 단숨에 전속 가수가 된다.

 

일약 대스타로 급부상하였다. 매주 금요일에는 전국대학교 명물들이 출연하는 젊은이의 광장이 동양방송 라디오 이백천 PD의 기획으로 이뤄졌는데, 청춘학도 이상벽이 음악을 들으러 왔다가 우연히 마이크를 잡는 바람에 명품MC로 입성하게 됐다. 도식적인 미사여구의 기존 MC들과는 색깔이 전혀 달랐다. 아나운서식의 겉치례를 빼고 해방 후 한글교육을 제대로 받은 1세대답게 학구적인 그리고 대중적 친밀감이 넘치는 화법으로 감상실판(LP판) 전체를 뒤집어 엎어버렸다. 내친김에 CBS 라디오 명랑백일장 MC로 진출하였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재주꾼들은 그 좋은 무대를 다 놔두고 왜 하필이면 비좁고 누추하고 초라하기 그지 없는 세시봉 집구석에 무엇이 먹을 게 많다고 꾸역꾸역 몰려드는지 종잡을 수가 없다. 


송창식 윤형주 이익균이 세시봉트리오를 결성했으나 이익균의 군입대로 즉시 해체됐다. 송창식 윤형주가 트윈폴리오(두 장의 악보)를 결성하여 우연히 번안곡 '하얀 손수건'을 불렀다. 충격적인 초대박을 터뜨렸다. 전국의 학생들이 한결같이 모두가 하얀 손수건을 갖고 다닐 정도로 파급효과가 컸다. 엄청나게 음반이 팔려 나갔고 많은 학생들이 따라 불렀다. 트롯트 일색이던 대중음악을 꺾고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7080가요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그건 너'의 이장희, '사랑하는 마음'의 김세환, '물 한잔 주소'의 한대수가 올리가 없는데 정말 우연히 가세하면서 폭발력은 더욱 강렬해졌다. 청년문화의 주체세력이 됐다.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 듯이 열악한 좁은 공간에서 뭉태기로 한꺼번에 일곱 개의 별이 탄생하게 된다. 원인과 이유를 따지고 알 필요도 없이 말릴 틈도 없이 자고나니 스타가 돼 있더란 것이다.

이상벽 MC는 제대를 하고 나서 세시봉 업소 MC도 CBS방송 MC도 거절하고 경향신문 연예인 취재담당 기자로 변신했다. 그는 멀리본다. 이상벽 그 이름대로 상전벽해가 이뤄졌다.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우연히였다. 당연하게 됐다는 연예인이 한 사람도 없다. 그러더니 어느 날 세시봉은 정말 우연히 없어졌다. 누군가가 재개발을 추진했다. 들어봤나, 재개발에 밟히면 없어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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