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비행기보다 열차를 더 좋아하는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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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비행기보다 열차를 더 좋아하는 ‘김정은’

웹마스터

이보영

평통 통일전략 전문위원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5박6일간 러시아를 방문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톡’에서의 첫 정상회담 이후 4년 5개월만이다. 그는 4년 5개월만에 러시아를 방문하면서 교통수단으로 또 다시 전용열차(태양호)를 이용해 1,200Km(약20시간) 거리를 왕복했다.


그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2001년에 전용열차(태양호)편으로 24일간 모스크바를 다녀왔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전용열차가 ‘태양호’ 라 불리게 된 것은 ‘김일성’ 주석(主席)이 1958년에 베트남을 전용열차편으로 다녀오면서 시작되었다. ‘태양’ 이란 북한 주민들의 김 주석에 대한 상징적인 존칭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빠른 비행기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용열차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가 ‘경호’와 ‘안전’의 이유이다. 항공기는 비행하는 동안 항공기의 위치가 100% 노출된다. 따라서 외부의 공대공(AAM) 미사일이나, 지상의 지대공(SAM) 미사일 요격에 대해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북한에도 최고지도자용 전용비행기(참매1호)가 있지만, ‘참매1호’는 아주 오래 된 소련제 구형 항공기(IL-

62)로, 기체의 노후화로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특히, 대외적으로 북한의 존엄에 대한 체통과 체면이 저해될 것을 우려해 전용기를 기피했을 것이다.


‘참매1호(고려항공 소속)’는 2018년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과 북한의 고위급 올림픽대표단이 한국에

왔을 때, 이 비행기를 타고 왔다. 당시 북한 측은 ‘PRK 615’ 라는 편명을 붙였는데, ‘PRK’는 북한을 의미하고, ‘615’는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6월 15일을 뜻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전용열차는 7분 거리 앞쪽에 ‘경호용 선도 기관차’가 달리면서 장애물과 위험요소를 제거해

주고, 또한 긴 열차 중에 김 위원장이 머무는 객차의 식별이 어려워 안전하다.


그의 객차는 지붕에 인공위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적외선 흡수 코팅이 되어 있고, 바닥과 벽은 방탄용

철판으로, 유리창 역시 방탄유리로 제작되어 있다. 열차 내부엔 위성통신 장비, 박격포 등 중무장 장비들이 갖추어져 있고, 의료시설, 회의실, 수행원실, 경호원실, 노래방, 고급 와인과 랍스터 요리가 제공되는 식당칸, 전용차량(벤츠)을 운송하는 칸까지 마련되어 있어 ‘달리는 호화 요새’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싶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밝혔다.


전용열차는 외관이 짙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그것은 눈에 잘 띄지 않으려는 의도이다. 최대속도는 시속 50Km로 비교적 천천히 달린다. 전용열차 자체 중량도 무겁지만, 노후된 선로망과 철교(鐵橋)의 손상 위험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전용열차를 이용하는 두 번째 이유는, 출발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오랜시간 국제뉴스의 대상이 되어

북한에 대한 관심과 과시욕을 세계에 드러낼 수 있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큰 도시의 역(Station)에 전용열차가 정거할 때마다 경유지의 시장이나 책임자의 영접을 받을 것이며, 이런 행사들이 뉴스거리가 된다는 것을 감안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초록은 동색이다” 라는 말이 있다. 처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한패가 된다는 뜻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호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두 인물들은 정상의 권좌에서 장기 집권하고 있는 독재자들이다. 독재자들이 대개 그렇듯이, 이들은 모두 국경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한다.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불량 국가’로 낙인 찍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비난을 받고 있는 처지이다.


또, 두 나라는 공통적으로 ‘미국의 패권(Hegemony)’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에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비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해부터 100차례 이상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단행했으며, 정찰위성 발사도 2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두 정상은 러시아 로켓 발사의 심장부인 ‘보스토치니’에 있는 최첨단 우주센터를 찾아 우주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 보는 장면이 공개되었다. 김 위원장은 로켓 발사 기술에 큰 관심을 표했고,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답했다.


9월 13일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후, 공동성명서나 공개 합의문 발표도 없었고, 기자회견조차 없었다. 하지만 세계 언론들은 북한은 러시아에게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고, 러시아는 첨단무기 개발과 기술을 북한에 지원하는 ‘위험한 거래’를 협의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2018년 6월 10일,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때,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이 제공한 ‘에어 차이나(Air China, CA61편)’ 보잉 747, 교통편을 이용해 평양에서 베이징 상공을 거쳐 싱가폴에 도착했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북한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상당한 공(功)을 들였고, 그의 신변 경호에 상당한 배려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국가 정상들은 외국을 방문할 때, 비행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통례이다. 독재자일수록 신변 노출이나 동선은 완전 베일에 싸이고, 삼엄한 경호와 경계가 강화된다. 암살 두려움에 늘 사로 잡혀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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