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금리 2007년 이후 최고…긴축 장기화 인식 확산
10년 물 4.8%, 30년 물 4.9% 수준
노동시장 초과수요도 긴축 우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기존 예상보다 오래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3일 국채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긴축기조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리콘밸리뱅크(SVB) 파산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연 4.8%를 넘어섰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동부시간 기준 오후 3시30분 무렵 4.81%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루 전 같은 시간과 비교하면 13bp(1bp=0.01%포인트)가량 급등한 수치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지난달 27일 4.5% 선을 돌파한 데 이어 상승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시간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95%로, 5%선 돌파를 눈앞에 두며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금리가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채권금리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지난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투자자들이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으로 소화하면서 금리 상승세를 견인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전날 연설에서 "연준의 작업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 등 다른 연준 인사들도 긴축 강화를 지지해 연준의 매파적 정책 기조에 힘을 실었다.
월가 주요 인사들도 고금리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발언을 해 시장 경계감을 키웠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7% 금리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노동시장 지표도 연준의 긴축 장기화 기대를 키웠다. 노동부가 공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8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는 961만건으로 전월 대비 69만건(7.7%) 증가해 시장 전망치 880만건을 크게 웃돌았다. 구인 건수의 반등은 노동시장의 초과 수요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치권발 불확실성도 채권 금리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이날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됐다.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한 같은 당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해임안 처리를 주도했다.
채권금리 상승과 맞물려 달러화 가치도 연중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기사 B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