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천운은 준비된 사람을 찾아간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문화라이프
로컬뉴스

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27-2> 천운은 준비된 사람을 찾아간다

웹마스터

탤런트 현석, 박칠용, 최준용, 박진성(왼쪽부터)이 한 골프대회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위) 탤런트 현석-최상훈이 2022년 11월 김용건 차남 결혼식장에서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     엄영수 제공


#. 재수가 다했지. 나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

현석의 회고: 운칠기삼을 들어봤나? 그런 사람이 있어. 바로 나야 나, 현석!

유흥렬 학교 선배님을 한 번도 형님으로 부른 적이 없어 항상 선생님으로 모셨지. 파격적으로 나를 주연배우로 발탁했잖아! 


남들이 다들 부러워 했다니까? 당대 가장 유명했던 김수현 선생님 작품을 세 번이나 하게 됐는데, 이건 하기만 하면 히트를 치게 돼있는 거 아니겠어? 행운아였다고 봐야지. 그렇게 은혜를 베푸셨는데, 제대로 인사 한 번 못 드렸어 조만간 찾아 뵐려고 해. 실력이나 노력도 중요하지.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일생의 고비에서 누구를 만나느냐 하는거야. 내 능력으로 절대 불가능했던 일이 한 방에 해결된다. 의인을 만나는 운을 타고나는 것, 이것이 축복이다.


포항서 복요리 잘 못 먹고 한 달간 혼수상태에 빠졌었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났잖아. 같이 먹었던 친구는 두달이상 식물인간으로 있다가 깨어 났는데, 후유증이 생겼지. 결국 돌아가시고 말았어. 병원에서 계속 잠만잤지. 정신이 들었을 때 남의 말소리는 알아듣겠는데, 내 말이 안 나오고 몸을 못 움직여, 그래도 태연히 살아나겠지, 느긋했어. 하여튼 재수로는 안 되는 게 없는 인간이었다고나 할까! 한 지붕 세 가족에서 사고가 생겨 그만두자마자 파리애마부인 영화에 캐스팅이 되는 거 있지? 애마부인 시리즈가 유행할 때라 찍으면 대박이 났다!


영화촬영 일정이 촉박하여 주연급 배우를 급히 물색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사고가 나준 거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프랑스 파리로 날아가 촬영은 불과 5일을 했고, 두달간 유럽전역을 여행하며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귀국했더니 이게 웬 횡재냐? 운이 넘치고 넘쳤어. 드라마가 또 기다리고 있는게 아닌가? 나, 현석은 어떤 천운을 타고 났을까, 그 끝을 알고 싶다.


1990년대 일이다. KBS MBC SBS 방송사에서 드라마가 동시에 4편이 들어왔다.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있다해도 못 찍는다. 방송국의 힘은 연기자보다 훨씬 세다. 어떤 이유로든 방송국의 요청을 거절하면 그 연기자는 즉시 사망이다. 모든 프로에서 제거된다. 당연히 상황을 설명했다. 방송국간에 서로 협의하여 녹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변이다. 연기자가 방송국에 맞춰야지 방송국이 연기자에 맞춰주다니 이런 일이 다있나?


오히려 일주일에 하루는 쉬고 6일 동안 나눠서 녹화하는 것으로 강행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 거의 탈진상태가 됐다. 행복한 죽을 고비였다.


대구 공군부대에 입대할 때 대표로 입대 선서를 했고, 복무할 때 배구선수로 선발됐다. 대회가 자주 있었는데 연습하느라 훈련과 작업을 못했다. 체육특기가 있어 많이 불려 다녔다. 5종 경기 대표선수로 서울사령부에도 경기차 여러 번 다녔다.


연극배우로서 성우로서의 특기 때문에 부대 내 시범공연을 주기적으로 했으며, 경북대학교 연기 지망생들에게 야학에 나가 특강을 해주느라 내무반 생활을 거의 면제받았다. 따로 연극실 한 칸을 만들어 생활했다.


군에서 특혜를 받은 것은 아니다. 특기가 있어 그 일에 전념했던 것뿐이다. 다른 전투부대에 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일생에 필요한 개인기를 기르면서 근무했다. 그러나 옛날 군에는 사병간에 '빠따'를 치는 악습이 있었다. 구타금지를 외치고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빠따 맞을 때는 예외 없이 불려가서 맞았다. 빠따에는 특혜가 없다.


고등학교 때 벌써 우리 학교 학생 중에 미 8군 쇼에 출연하는 학생이 있었다. 시사만평으로 유명한 만화가 이홍우가 동창인데 학생 때부터 인기 만발 학원사로부터 원고 청탁을 받았다. 그 심부름을 학교 선생님께서 대신해 주셨다. 작가 선생님의 예우를 해준 것이다. 예능에 잘나가는 학생 천지였다. 나 같은 얼굴은 쪽도 못쓰는 상황이었다.


감히 영화배우나 탤런트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그저 어떻게 해서라도 성우라도 됐으면 단역 연극배우라도 했으면 다행이다 싶었다. 이것이 오히려 욕심내지 않고 실력을 착실히 다지는 계기가 되어 연기의 기초를 튼튼히 했다. 


탤런트 최상훈 회고: 현석 형님은 모든 게 행운이었다고 겸손해 한다. 훈련생 대표는 아무나 뽑히나 배구선수 5종 경기 선수 누구나 할 수 있나? 드라마 4편 동시촬영은 방송사에 없는 경우다. 서민적 음성, 친절한 말투, 늘 웃는 얼굴, 자신을 낮추고 남을 배려하는 성품이야 말로 타고 난 스타다. 내가 안하면 누군가가 하나 더 하겠지…. 일찍 고향에 정착한 것도 대스타답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