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통학버스(School Bus)는 왜 노란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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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통학버스(School Bus)는 왜 노란색일까

웹마스터

이보영

한진해운 전 미주지역본부장


‘신호등’은 빨간불, 노란불, 초록불의 3색(色)이다. 이들 각 색상의 신호등은 교차로에 정지해 있는, 또는 다가오는 모든 차량 운전자들에게 쉬지않고 특정한 의미를 전달한다. 소방차(Fire Truck)는 빨간색, 구급차(Ambulance)는 하얀색, 통학버스(School Bus)는 노란색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색상에도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소방차는 화재, 의료, 재난, 유해물질 등 비상사태를 대비해 특별히 설계되고, 특수장비가 장착되어 있는 차량이다. 빨간색은 ‘가시광선 스팩트럼(빛의 영역)’이 가장 긴 파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수많은 색상(Color) 중에서 가장 식별하기가 쉽다. 이런 연유로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빨간색은 ‘위험(Hazard)’을 상징한다.


빨간 소방차가 사이렌(Siren)을 크게 울리면서 긴급하게 질주할 때, 거기에는 ‘위험’ 과 ‘긴급’이 강조된다.

1900년도 초기엔 포드자동차가 미국 자동차시장을 거의 독점했다. 포드사에서 제작된 차량들은 거의가 검은색이어서 도로에는 검은색 차량이 즐비했다. 그 이유는 블랙 페인트는 내구성이 강하고, 값도 다른 색보다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시의 소방서는 마을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의용소방서(義勇消防署)’였다. 자원봉사자들은 검정색이 많은 도로에서 식별하기가 가장 쉬운 색은 빨간색이라는 것을 알아내고(과학적 접근이 아닌, 눈 짐작으로) 소방차에 빨간색으로 도색(塗色)했다고 한다. 이렇게 미국엔 1900년 초부터 빨간 소방차가 등장했고, 세계 각국도 미국을 따라 빨간색 소방차를 사용하게 되었다.


학교가 개학하여 학기 중일 때는 거의 매일 통학버스를 볼 수 있다. 모든 통학버스는 한결같이 노란색이다. 통학버스와 노란색은 무슨 연관이 있는지? 궁금하다.


20세기 초, 미국과 캐나다의 농촌지역에는 통학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통학마차를 운영했다. 사람들은 이 마차를 ‘키드 핵(Kid Hack)’이라 불렀다. ‘Hack’은 운송 목적의 마차 또는 택시를 뜻한다. 1927년 드디어 말(Horse)이 끌지않는 통학용 자동차 ‘블루버드1호’가 등장했다. 이 차량은 T모델 프레임 위에 지붕을 올렸고 창문에는 비, 바람을 막기 위한 커튼도 설치했다. 차량 지붕 전방에는 ‘School Bus’ 라는 패널을 붙였다. 이 차량이 통학버스의 기원이다.


1939년 교사와 교장을 역임한 ‘프랭크 시어(Frank W. Cyr)’는 학생들의 안전과 통학버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교육자, 교통관계자, 심지어 페이트 전문가까지 초청해 컬럼비아대학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7일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42페이지에 달하는 통학버스 가이드를 만들게 되었다.


통학버스의 노란색은 ‘프랭크 시어’가 개최한 콜럼비아 대학 회의에서 결정되었다. “빨간색은 어두워 지면 짙은 빨간색으로 더 어둡게 보이지만, 노란색은 흐리거나, 어둡거나, 안갯속에서도 잘 보이기 때문에 통학버스 색상으로 아주 적합하다” 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노란색은 어둡고 시야가 확실치 않은 환경에서도 다른 색보다 멀리까지 잘 보이고, 운전자의 주의를 끌 수 있어서 통학버스에 적합한 색상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노란색을 감지하는 측면 주변 시력은 빨간색보다 1.24배 더 크고, 가시광선 스팩트럼에서 가장 밝고 빛나는 색이기 때문에 그 어떤 색상보다 사람의 시선을 사로 잡는다” 고 분석한다. 도로의 중앙 분리선, 도로 측면의 공사 안내판도 눈에 잘 띄도록 노란색으로 표시한다.


노란색은 흔히 따스한 봄날, 병아리와 개나리 꽃을 연상시키며, 미래를 바라보는 창의적인 색채로 인식한다. 또, 귀여운 어린이들의 색으로 느껴져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의존적인 색으로 연상되기도 한다.


독일에서 노란색은 ‘부러움’을 상징하며, 이집트에선 ‘행운’을 뜻한다. 프랑스는 그 유명한 자전거 경주 '투르 드 프랑스(Tour de France)'에서 우승자에게는 ‘노란 셔츠’를 입혀 준다. 고대 중국에선 노란색은 ‘황제의 색’이라 해서 백성들에겐 금지되었던 귀한 색이었다. 반면, 한국에선 인색한 사람을 ‘노랭이’라 부른다. 서양에선 사악한 사람을 ‘엘로 독(Yellow Dog)’ 이라 하고, 선정적인 신문이나 잡지를 ‘엘로 페이퍼(Yellow Paper)’ 라 부르면서 부정적 이미지로 묘사하기도 한다.


미국의 통학버스는 일반버스보다 훨씬 튼튼하고 매우 안전하게 제작되어 있다. 비상문(후면과 지붕)과 비상창문, ABS 등의 안전장치는 기본이고, 트럭급의 튼튼한 프레임과 두꺼운 철판(장갑차 수준)을 사용해 총알이 날아와도 뚫지 못하고, 충돌사고나 전복되어도 찌그러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요즘 한국은 공공 서비스, 민간 서비스 등 모두 친절, 신속, 정확하다. 거리마다 패션감각이 빠르고, 편리한 요소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에 비해 미국의 거리는 기다림이 길고, 고지식하게 순서를 지켜야 차례가 온다. 그래도 살 맛이 나는 것은 어린이와 학생, 약자에 대해 교통문화가 꾸준히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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