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파란만장 김흥국 직업이 10개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문화라이프
로컬뉴스

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26-1> 파란만장 김흥국 직업이 10개

웹마스터

엄영수-김흥국이 코믹한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했다.   /엄영수 제공


#. 양주 구하러 기내 탈출

대한항공 회장의 요청으로 하와이 동포 위문공연단이 출발했다. 단장 이주일 선배를 비롯해 단원 이덕화, 조영남, 김흥국, 막내가수 김완선, 박남정, 당시 국내 정상급을 다 넣었다. 김흥국은 1등석을 그때 처음 타봤다. 비행기를 타면 항상 지루하다. 빨리 도착하고 싶다. 기내가 위험한 곳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잠을 자려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비행기의 소음 진동도 신경이 쓰이는데 승객들의 화장실 드나드는 소리, 승객에 서비스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스튜어디스, 공중에 떠 있다는 불안감, 가끔 기류이상으로 비행기 전체가 흔들리거나, 드물지만 밑으로 가라앉는 현상 등이 있으니 어찌 잠이 오랴!


이주일 선배는 그래서 비행기를 타면 술을 마시고 빨리 잠들어 버리는데 그날은 모처럼 좋은 후배들과 어울려 낭만의 섬 하와이로 향하니 기분이 좋았다. 아끼고 좋아하는 축구 매니아 김흥국이 있으니 마음이 잘 맞았다. 출발부터 양주를 들이키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꼬냑, 와인 1등석에 배정된 술을 몽땅 다 마셨다. 김흥국은 젊음이 넘치는 때인지라 마구 들이켰다고 한다. 비즈니스, 이코노미 좌석까지 다 뒤져서 비행기 안에 있는 모든 술을 다 마셨다. 이주일 선배가 계속 술을 구해달라고 부탁을 하니 오히려 기장이 나서서 간절히 읍소를 했다. 


저희들이 미쳐 준비를 못했습니다. 용서하시고 그만 주무시면 내일 일 보시기도 편하실 것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 하여 죄인처럼 아뢰었으나 "당신네 대장의 명을 받들어서 가는데 딱 술한 잔 더 달라는데 그 걸 못주냐, 왜 안주냐? 분명히 여긴 없다 이거지." 

“네. 분명히 없습니다. 제가 확인했습니다.”

"그러면, 밖에 좀 나가서 사오면 될 거 아니냐. 귀찮으니깐 그걸 가기 싫어서. 밖에 나가면 지천에 널린게 술인데, 내가 직접 나가서 사올테니까, 흥국아! 문 좀 열어 봐라. 너 자지마라. 나 올때까지…."


#. 해병대 악바리 근성

김흥국 실태조사서를 보자. 가수, 방송 DJ, 코미디언, MC, 예능 만능 초대손님, 각종 홍보대사, 월드컵축구 10회 연속 응원참가, 축구 스포츠맨, 해병전우회중앙회 부총재, 대한가수협회장. 한 연예인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서 특출나기는 쉽지 않을 터. 그는 모든 대응을 웃음으로 처리한다. 물론 다양한 활동의 원동력은 해병대 악바리 근성이 아니었을까?

c1e7eb485ed255bdc11a8fd3d4a1d8fb_1695135691_6165.jpg
 


스타. 김흥국은 지금이 딱 좋다. 더 유식해지거나 한 발 빠지면 스쿨존을 벗어날 수 있다.


#. 이주일 선배의 후배사랑

김흥국 회고 방송이다. 데뷔한 후 축구 행사장에서 이주일 선배를 처음 만났다. "흥국아, 넌 이제 인생 끝난 줄 알아라. 나 보고서 백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한 사람이 왔다고 했는데, 너는 나보다 더하면 더했지, 너 같은 인간은 다시는 세상에 또 태어날 수가 없다."


이주일 선배는 만날 때마다 내게 희망과 격려를 해 주셨다. 중요한 쇼에는 반드시 나를 캐스팅하셨다. 캐피탈호텔 나이트클럽 경영주로서 거금의 출연료를 주셨다. "우리 업소는 무대에 연예인들 안 세운다. 손님이 너무 많이 밀어 닥쳐서 죽겠다. 좀 퍼내야 한다니까. 더 올까 봐 겁이 난다. 자식아 안그러냐. 왜 그러냐니깐, 흐흥 크크크크(특유의 웃음)…. 일주일에 손님 많은 날로 하루만 출연하고, 뒷문 주방으로 해서 몰래 들어 왔다가 부르스 끝나면서 호랑나비 전주 나올 때 등장한다. 1곡만 딱 하고 아무말 없이 그냥 사라져." 


시키는대로 했더니 대박 초대박이 터졌다. 내가 인기절정일 때 막 노래에 물이 올랐을 땐데 손님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얼마나 광적이었는지 경비가 나와서 제지해야 될 정도였다.


갑자기 없어지니까 의혹과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이미테이션인가? 짜가인가? 웨이터에게 물어보면 "몰라요, 누군지. 오늘 공연있다는 얘기 없었는데요." 

미리 각본이 돼 있었다. '김흥국이 왔다갔다. 아니다, 김국환이다. 김종국이다, 모창이다….' 말이 많으면 영업은 탄력이 붙는다. 쇼 연출의 탁월한 아이디어가 많았던 이주일 선배, 후배사랑도 지극하셨다.<2편에 계속>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