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멋대로 스케줄 변경' 승객들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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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멋대로 스케줄 변경' 승객들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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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들의 일방적인 운항 스케줄 변경으로 승객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LA 국제공항 모습. /이해광 기자 



'동의 없이 사전 변경' 날벼락 맞아 

경유 '1회'를 '2회'로 바꾸는 횡포도 

리펀드 가능해도 대체 편 못 찾아 

울며 겨자 먹기‥성수기 더 극심,  



 


 

 

이달 중순 LA공항에서 볼티모어까지 가는 스피릿 항공편을 예약한 김모씨는 지난 달 초 항공사로부터 ‘황당한’ 이메일을 받았다. 오전 8시로 예약한 출발편이 오후 4시30분로 변경됐으니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시차로 인해 도착 시간이 다음 날 새벽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렌터카와 호텔 예약 등이 차질을 빚게 생겼다. 김씨는 항공사 채팅창을 통해 일정 조정을 시도했지만 몇 마디 문자를 주고 받은 후 ‘직접 항공사로 전화하라’는 말만 들었다. 여러 차례 항공사에 전화를 했지만 그 때마다 '통화 중' 혹은 ‘연결 안됨’ 음성만 들었다. 김씨는 금전적 시간적 손실을 감수하고 변경된 시간으로 일정을 다시 짰다. 하지만 웬걸. 이번엔 항공사에서 볼티모어에서 LA로 돌아오는 항공편까지 변경했다. 오후 6시출발편이 오전 8시로 당겨진 것. 한 두시간도 아니고 하루 일정을 고스란히 망치는 수준이다. 

‘돌아오는 항공 편까지야’라는 방심에 변경 통보한 이메일을 너무 늦게 확인한 게 불찰이었다. 대체 항공편을 찾기도, 시기가 촉박해 리펀드를 받기도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국 김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휴가를 하루 더 내고 가장 요금이 저렴한 다음날 오전 항공편을 추가로 예약할 수 밖에 없었다. 김씨는 “항공사가 일정을 두 번이나 일방적으로 바꿨지만 승객 입장에서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며 “다음 여행은 이런 점까지 모두 감안하고 플랜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며 답답해 했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미국인들의 항공여행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항공사들의 일방적인 운항 스케줄 변경으로 승객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다. 특히 항공사들이 제 멋대로 일정 변경을 통보한 경우 대부분 승객들은 대체 항공편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어서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공사들의 일방적 스케줄 변경이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여행 패턴이 변화하면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항공사들이 승객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일정을 변경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가장 많이 내세우는 것은 '스케줄 조정을 통한 항공 운항의 효율성’이다. 법적으로 항공사들의 일방적 스케줄 변경을 막을 방법은 없으며, 이 경우 정부가 항공사에 요구할 수 있는 사항도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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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골탕을 먹는 쪽은 승객이다. 특히 한꺼번에 승객들이 몰리는  홀리데이 시즌이나 성수기에는 더 극심하다. 지난해 말 보스턴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오는 항공편을 예약했던 윤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는 항공사로부터 당초 예약했던 ‘1회 경유’가 아닌 ‘2회 경유’편으로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고 분통이 터졌다고 전했다. 대체 항공편을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예정보다 6시간을 먼저 공항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그는 '운 좋게' 항공사에 전화를 건 후 2시간을 기다린 후 대체 항공편으로 조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소 3개월 전에 예약을 한 승객들'의 경우 항공사들의 ‘분기별 스케줄 변경’에 따라 일정 변경을 통보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보통 11개월간의 예약 스케줄을 갖고 있는데 이 일정은 노선이나 조건 등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며 실제 대부분 항공사들은 3개월마다 일정 조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사가 일방적으로 스케줄을 변경한 경우 승객은 이를 수락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항공사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이메일을 받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새 스케줄을 수락한 것으로 간주하고 새 스케줄로 조정이 된다. 또 변경된 스케줄의 시간 차가 너무 크다면 환불을 받거나 항공사에 따라 제휴한 다른 항공사 스케줄로 조정할 수도 있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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