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반려견 학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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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반려견 학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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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진돗개 품종의 네 살짜리 반려견 이름은 진돌이. 4개월 전에 우린 만났습니다. 지방 건축현장 인근의 숙소를 구하던 날이었습니다. 집 주인을 앞 세워 대문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진돌이가 갑자기 덤벼들더니 제 무릎을 물었습니다. 청바지 덕분에 살짝 잇몸 자국만 날 정도였죠. 주인과 같이 동행했는데도 낯선 사람이라고 여겼던 모양입니다. 돌발적인 공격이라 저도 내심 놀랬고, 곁에 있던 주인도 난감해 했습니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쓰면서 물린 곳을 소독하고 연고제와 일회용 밴드를 붙인 채 며칠을 지냈습니다. 이사 후, 낯이 익었는지 필자가 지나칠 때마다 진돌이는 꼬리를 치며 반가워했습니다. 이제는 틈만 나면 진돌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즐거움이 생활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평소 개를 키워본 적도, 키우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던 문외한인지라, 진돌이의 행동거지가 재미있기도 하고 신기할 때가 많아졌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산책을 하기 시작한 지 3개월째가 되던 날, 인적도 별로 없고 해서 그동안 잡고 다니던 목줄을 풀어 주었습니다. 그간 진돌이 목줄 풀어준 적이 없던 터라 다소 긴장했죠. 혹시 제멋대로 달아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나 개를 만났을 때 무슨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을 했거든요. 그런데 앞서거니 뒤서거니 보폭을 맟추면서 조신하게 곁을 지키며 따라 오더군요. 제가 뛰면 같이 뛰고, 삼거리 갈림길이 나오면 기다릴 줄 알고, 징검다리를 건널 때는 제 앞뒤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등 기민한 행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진돌이와 함께 하는 산책이 기다려지는 때가 많아졌습니다.


반전(反轉)을 일으킨 날도 있습니다. 어느 날, 산책을 마치고 집 근처에 다다랐을 때, 낯선 개를 맞닥뜨린 순간, 그 개를 향해 공격적으로 속도를 내 쫓아가는 겁니다. 잠시 후 집에 도착하니 대문 앞에서 꼬리치며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얼마 전, 읍내에서는 지역축제가 열렸습니다. 트롯가수들과 중국에서 온 탈춤 무용수가 등장하던 날이었습니다. 객석 맨 앞쪽에 진돌이를 데리고 앉았습니다. 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량 큰 반주음악으로 인해 진돌이는 갑자기 뒷좌석 쪽으로 머리를 향하고 뒷걸음질을 치려고 애를 썼습니다. 반려견들이 소음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후로 진돌이에 대한 배려를 하지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 전 일입니다. LA시내 110번 프리웨이 남단에 South Bay 유기견 보호센터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그 앞을 지나다가 호기심에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건물 안 보호소에 낯 익은 개가 눈에 띄었습니다. 팻말에 쓰인 이름이 친근하게 다가왔죠. 'Jin Do'라고 적혀 있더군요. 한국 토종개 ‘진도’였지요. 주인을 기다리며 불안해 하는 눈빛이 가득했습니다. 오늘따라 누군가가 데리고 갔을 당시 유기견 ‘진도’의 얼굴이 씰룩거리며 앞서 가는 진돌이와 오버랩됩니다. 


가끔 진돌이의 공격적인 행동을 보게될 때도 있습니다. 반려견 전문가에 의하면 개들도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면 스트레스와 함께 돌발적인 공격성을 보인답니다. "우리는 때때로 우리가 믿고 있는 행동이 옳다고 위안받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못됐다는 것을 슬그머니 감추고 싶어합니다. 변화는 잘못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거의 제 잘못을 인정하면서 반려견들을 대하는 생각과 태도가 바뀌었습니다. 끊임없이 문제점을 찿고 반려견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반려견 훈련사 강형욱의 말).


진돌이를 처음 만났을 때 제 무릎을 물린 것도 진돌이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또한 야외공연장 스피커 소음을 극도로 싫어하던 진돌이의 행동방식도 이해하게 됐고요. 산책할 때마다 자주 배변으로 마킹하는 진돌이를 진득하게 기다릴 줄도 알게 됐습니다. 


강형욱의 초보견주(犬主)를 위한 ‘반려견과 편안하게 산책하기’ 다섯 가지 팁이 있습니다.' 1) 목줄을

9피트 정도로 바꾼다. 2) 줄을 잡고 서 있는다. 3) 줄이 느슨하다면 천천히 이동한다. 이때 목적지는 따로 정하지 않는다. 4) 반려견이 곁으로 오거나 가까워진다면 가지고 있던 간식을 슬쩍 준다. 이때 만지지는 않는다. 5) 반려견이 다시 줄을 당기면 그냥 제자리에 선다 입니다. 진돌이와의 산책과 반려견 학습을 통하여 새삼 확인한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개나 별반 차이없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은 교감과 배려다’라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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