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여명을 만든 남종현 발명왕의 인생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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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24> 여명을 만든 남종현 발명왕의 인생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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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808을 개발한 (주)그래미의 남종현 회장과 엄영수. /엄영수 제공

#. 세무서 이긴 여명 응원! 

한국방송코미디언협회 KBS·MBC·SBS 연합회원들이 지난 24일 ㈜그래미를 방문했다. 숙취해소 건강음료 '여명 808'을 제조·판매하는 신화를 창조한 남종현 회장의 인생관과 기업경영 철학 특강을 듣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땅굴견학 안보교육을 받기 위해서였다.


여명 808은 40여 세무공무원으로부터 100일 간에 걸쳐 세무조사를 받고, 130억원이 넘는 세금추징을 당했으며 도산위기에 몰렸으나 헌법소원을 내고 헌법재판을 하여 승소 추징세금과 재판기간 불어난 이자까지 되돌려 받는 사건을 겪었다. 많은 기업과 자영업자를 열광케 했다.


항상 '을'로서 세무서에 겁을 내며 살아왔는데 세금을 돌려받고 세무서 직원을 고발까지 했으니 깨끗한 기업임이 입증됐고 여론이 뭔가를 보여준 여명을 응원하니 전국적으로 홍보가 되고 매출은 급성장하였다. 전화위복이 되었다.


#. 인생이란 무엇일까? 

산골에 살고 계시는 아흔살이 넘은 작은아버지는 폐암을 치료 중이다. 30여 년 전부터 매달 생활비를 100만원씩 보내드렸다. 시골에서 돈 쓸 곳이 별로 없어 작은어머니가 30%를 직접 쓰고 70%는 며느리가 생활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안다. 회갑잔치부터 고희, 희수, 산수, 미수, 졸수 잔치도 차려드렸고 그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을 모두 돌봐드렸다. 


촌동네는 의료시설이 없고 낙후된 곳이라 병원다니기 힘이 든다. 여명 공장이 있는 철원은 그래도 큰 병원이 있어 조카집에 와 있으면 병원에서 의사가 왕진을 오게 하여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고 돌봐드릴 수 있는 인력이 항상 곁에 준비돼 있으니 나오시는 게 어떨까 말씀을 올렸다.


당연히 고맙다고 하고 우리 집에 와서 치료를 받을 줄 알았는데 그냥 시골에 있겠다며 식구들이 거절했다. 이유를 알아보니 작은아버지가 철원 내집에 나와서 치료를 받으면 혹시라도 매달 100만원씩 보내주는 생활비를 안 보내줄까 봐 작은어머니와 며느리가 못 나가게 말리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것이 바로 사람의 삶인 것이다. 사람이야 아프건 말건 치료는 어차피 나이가 연로하여 결과가 뻔하니 받던 용돈이나 계속 받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집에서 치료를 하고 있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는 중요한 일이 아닌가? 조금이라도 편히 모시고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 드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완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거늘…. 돈 100만원 받아쓰는 맛에 내 청을 거절하다니 옛날 같으면 당장 호통을 치고 일사천리로 처리하고 싶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모든 게 이해가 된다. 


어떻게 치료하나 가봤더니 내일 모레 곧 돌아가실 분이 환자복을 입고 앞에는 6·25 때 받은 훈장을 달고 목에는 그동안 탔던 메달을 걸고 있었다.


죽음이 눈 앞에 다가 온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 돈 있으면 팍팍 다 쓰고 멋있게 살다 후회없이 가야 해! 안 쓰고 안 먹고 고생고생하면서 빌딩짓고 땅사고 큰소리 치고 자랑하다가 아쉽게 죽어봐 괜히 자식새끼들 재산싸움이나 하고, 죽어서도 욕 듣고 좋은 꼴 못 봐. 있을 때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이웃이나 친구에게 밥 사고 술 사고 즐기면서 재미있게 살아, 인생 뭐 있어?


나이가 들면서 언제부터인가 장례식장에는 가지 않는다. 조의금을 보내고 애도의 뜻을 표하고 유족들에게 전화로 위로는 하나 직접 다니는 것을 삼가한다. 장례식장에 가면 분위기가 우울해지고 나 자신이 어찌됐건 죽음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순간이라도 밝고 유쾌하게 살아야지.


결혼식장도 잔치집도 안간다. 음식을 누가 떠다 주면 이제 인생 끝났다는 느낌이 들것이고, 내가 떠 먹다가 흘리기라도 하면 남들에게 미안하고 추하게 보이는 것 같아서 신경쓰인다.


유명하다고 언론에 공개가 되어서, CF로 매일 방송을 타다 보니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하게 되고 무엇인가를 묻고 붙들고 시간을 끄니 난감하다. 그냥 지나치면 무례하다 냉정하다 손가락질 받고 일일이 주문에 응하자니 시간 걸리고 귀찮기가 죽을 지경이다. 


나야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니 다행이지만 유명인들의 삶이 얼마나 험난하고 실속 없는 일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인생 뭐 있나, 내가 즐겁고 내가 편해야지. 격식을 남의 눈 높이에 맞추려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온종일 피곤하다. 눈치 보며 끌려 다니지 마라. 하고 싶은 거 하고, 하기 싫은 건 적당히 거절하며 살아라.


#. 누구나 아내는 무섭다 

그립고 정다운 사람들을 자주 봐야한다. 초·중·고·대학 동창들, 군 동기들, 시골 친구들을 매년 회사에 초대해서 성대하게 잔치를 열어준다. 식사도 최고급으로 선물도 푸짐하게 차량도 제공하고 여명 808도 듬뿍 싸준다. 유명 연예인도 불러 추억의 쇼를 선물하기도 한다. 여명 회사 내에 200여 명 묵을 수 있는 숙박시설이 잘 돼 있다. 잘 먹고 잘 쉬고 초대 손님들과 헤어질 때는 20만~30만원씩 용돈을 주는데 어떤 친구는 준 돈을 호주머니에 넣지 못하고 손을 벌벌 떤다. 나는 내가 준 돈에 감격해서 그러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다.


“남 회장 나, 이 돈 마누라한테 신고해야 되나? 그냥 써도 될까~." 세상에나, 한두 명이 아니다. 부지기수다. 얼마나 마누라 눈치를 보고 시달리며 살길래 저렇게 됐을까. 가엾은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에는 다 똑똑하고 정상적인 애들이었는데. 세월이 무섭다. 여자가 무섭다.


'저게 내 친구 맞아.' 화가 나서 봉투를 다시 뺏고 싶어진다. 물론 부인들한테는 비밀을 지켜준다. 나도 용돈 준 건 내 처한테 절대 얘기 안 한다. 다 그렇다. 


#. 밥은 먹고 다녀라. 돈은 내가 낸다 

남종현 회장의 원어. '1년에 밥값으로만 쓰는 돈이 20억원이 훨씬 넘어유. 그러니께 한 달에 2억원 이상 쓰지유. 매일 따지면 700만원씩 밥을 사야 혀. 근데 밥을 사려면 먹을 사람이 있어야지 밥을 먹을 사람 찾아다니는 것도 이게 보통 힘든 게 아니여유. 매일매일 사느라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데도 얼마 못 산다니께, 사람이 먹고 싶은 걸 못 먹고 배가 고파서 허기가 지면 그거보다 더 불쌍한 게 어디 있겄시유. 그 사람들이 고마워유, 내게 밥 살 기회를 주니께. 나는 그렇게 생각히유, 안그려요. 엄 회장도 코미디 회원들 밥먹을 때 밥 값 낼 일 있으면 나를 불러줘유, 원제든지 내가 다 낼테니께유.'

밥 사면서도 밥 먹는 사람들에게 고마워하는 어진 마음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노숙자를 비롯해 끼니를 굶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밥퍼운동에도 매년 수억원을 기부하고 있다.


1억 이상의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인근 군부대를 비롯해서 많은 기관, 단체에 후원자로서 정기적인 봉사와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 명문고 명물 372명 중 371등 졸업 

남 회장의 모교인 청주고등학교는 장·차관과 판검사를 수 없이 배출한 명문학교다. 장성 출신의 별을 합하면 10개가 넘는다고 한다.

남 회장의 회고. '졸업할 때 전교생 372명 중에 371등을 하여 나보다 공부 못하는 사람을 어렵게 따돌리고 당당히 졸업을 했다. 성적이 나쁘다고 실망해 본 적은 없다. 개교 100주년 기념사업회장에 만장일치로 추대되어 학교와 후배에 대한 사랑을 학교사업을 통해서 성대히 완수하였다. 학교공부는 몇 년이면 끝난다. 사회공부는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학교성적에 자만하고 인생에 실패하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가를 보라! 공부를 멈추면 사망이다. 807번을 실패했고 오직 마지막 한 번 808번째만에 겨우 성공했다. 아프리카 가봉까지도 전 세계에 걸쳐 어디든지 판매되고 있는 여명 808, 우리 제품은 판매가 좀 지저분하다. 반드시 공장에 입금이 완료돼야만 물건이 나간다. 동생 간 회복이 여명 808을 만들었다. 종이를 뚫어도 발명이다. 16세에 16식구의 소년가장. 절박했기에 오늘이 있다. 인생 Question? 답 없다. 문제의식을 가져라!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무를 심으면 누군가 그늘과 열매와 땔감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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