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한! 버리면 살고 가지면 죽는다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문화라이프
로컬뉴스

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22> 한! 버리면 살고 가지면 죽는다

웹마스터

엄영수-정대철. /엄영수 제공


#. 의회주의자 정대철 헌정회장 

대한민국 전직 국회의원의 친목단체인 헌정회를 방문하였다. 

정대철 헌정회장이 전하는 말씀. 

“선거는 뽑는 사람의 분위기에 맞춰줘야 당선된다. 그동안 뽑힌 국회의원은 전체 3000명 정도 현재 1390명의 회원이 있다. 이중 300명이 현역 국회의원이며 준회원이다. 정회원은 1090명이다. 회원되기 매우 어렵다. 국회의원 하다가 반드시 잘려야 정회원이 된다. 민주당 출신 회원⅓, 비민주당⅔ 이기 때문에 민주당 출신은 지난 22번 동안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다. 민주당 출신도 한 번 할 때가 됐다는 회원들 배려로 당선되었다. 선배들이 변했다. 우리 정치가 바로 이렇게 대화와 타협으로 복원되어야 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과연 정치 9단 원로답게 현 시국의 해법을 내놨다. 


이주일 의원의 회고. 

“내가 제일 웃기는 줄 알고 거기 갔었던 거 아니냐? 내가 제일 못 웃기드라 의사당에 날고 기고 뛰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니깐. 뭐 우리보고 몸으로 코미디 하지 말라고? 그러면서 밀고 댕기고 붙들고 늘어지고 바닥에 깔고 밟고 때리고 그러냐. 이거 참 정말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바쳐서 일해야 하는데, 왜 몸다쳐서 일하냐 왜 다치냐고?”


“대통령을 3분, 총리를 8분, 국회의장을 11분, 당 대표를 13분이나 배출한 단체인데 친목단체로만 머물러서는 안되겠다. 협치 포용 상생의 정치를 위해 국가 원로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 통일을 위해 30년 이상 연구해 왔고, 최근 20년 동안 세미나를 127회 계속했다. 북한은 종교집단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 세습으로 이어지는 교주국가다. 정치국가로 탈바꿈해야 통일문제 논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어머님 이태영 인권 변호사, 아버님 정일형 8선 의원, 본인은 SK출신에 미국유학파, 금수저 중 금수저 임에도 서민적이며 대중과의 친화력이 강하다. 정치를 오래하면 근엄해 보이고 무겁게 느껴지기 마련인데 항상 웃는 얼굴, 젊은 얼굴이다. 거울을 보면 느끼시는가?

“DJ대통령, YS대통령께서 김상현, 조윤형 나를 보면 항상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무언가 1%가 더 필요해요!”

"처절하리만치 심각해야 해, 문제해결에 집중해서 고심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역겨울 정도로 고뇌하는 얼굴을 만들어 보세요! 나는 성격이 낙천적이었고, 밝은표정을 좋아해서 바꾸지 못했다. 정치는 운도 따라야 한다. 이회창 총재가 YS를 제명하고 JP를 부정부패로 내치고, 이인제 이한동을 토사구팽 시키고, 김윤환은 공천을 안주고, 박태준 김복동은 멀리했다. 그리하여 DJ가 대통령이 됐다. 운명에 순응하는 것,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정치는 이것부터 배워야 한다.“


얼마 전, 앵커 봉두완 전 의원이 정대철 헌정회장 후보에게 “대통령 선거를 나와도 당선되실 분이 어째서 헌정회장 후보로 나왔느냐"며 격려의 말씀을 주었다. 정대철 그는 대인이다. 여야가 모두 따를 수 있는 합리주의자 대화와 타협의 의회주의자다.


#. 코미디 페스티벌과 이대엽 시장

이대엽(영화배우 20년 스타, 3선 국회의원, 성남시장 2선) 시장과 엄영수 회장은 성남시를 '코미디 도시'로 선포, 매년 2월 22일을 코미디의 날로 지정, 성남 코미디 페스티벌을 열기로 합의하였다. 2009년 첫회는 1억원 예산으로 잘 치뤘고, 다음해엔 3억원을 배정하기로 했으나 이대엽 시장이 공천을 못받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 징역 4년을 선고받아 취소됐다.

너무나 가슴 아팠다. 죄인처럼 미안한 마음이었다. 더욱이 시장이 출옥하자마자 사망했으니 코미디언들은 옥살이 같은 큰 형벌을 받는 처지가 되었다. 무소속 출마가 화근이었다. 참아야 했다.


#. 시인 박철언의 부활

6공 비운의 황태자 박철언(전 체육청소년부 장관, 3선 국회의원) 전 장관은 노태우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북방정책을 추진해 헝가리, 소련과 수교하고 여세를 몰아 통일을 앞세우고 북한을 21차례나 넘나들며 흔들어 댔던 실세였다. 


KBS희극인실 송년잔치에도 초대됐다. 축의금 200만원을 희극인실에 전달했다. 희극인실 역사상 처음이었고 마지막 이었다. 며칠 후 희극인실은 없어지고 개그맨실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찍 찾아뵙지 못해 미안하다.", "축의금을 많이 못드려 미안하다.", "오랜 시간 같이 못해 미안하다." 미안하다는 말만 세 번 남기고 일정 때문에 급히 자리를 떴다. 그를 따라갈 수 없는 사람들은 그가 너무 멀리 뛰자 겁이 났다.

보통사람의 생각을 뛰어넘었다. 보통사람은 겁이 났다.


결과는 1993년 슬롯머신 사건 유죄 1년 6개월 복역(관여검사 현 경남도지사 홍준표)했다. 전형적인 정치보복이라며 무죄라고 저항했으나 허사였다. 정치가는 운명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권력은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못하는 쓰레기에 불과하나 그 당시에는 죽은자도 살리고 산자도 죽이는 것 아닌가.


1996년 대구 박철언 시인 출판기념회, 엄영수 사회로 진행됐다. “나는 감옥에서 YS 때문에 시인이 됐다. 정치보복은 내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다. 시를 쓰는 시인의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할 말이 얼마나 많았겠나 못 이룬 이카루스의 한이 활화산처럼 폭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기회는 왔다가 간 것처럼, 갔다가 다시 또 온다. 시인은 기다린다. DJ 정권탄생을 도우며 부활에 성공했다.


#. 서귀포 마케팅 시장 이주일

이주일(36년간 코미디 황제, 국회의원 초선, 무궁화 축구단장). 1992년 총선 때 구리시에 출마한 정주일(이주일의 본명)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무궁화 축구단원 50여 명이 선거운동으로 시가행진을 펼쳤다. 이덕화 최병서 임채무 한무 엄영수 석현 등. 그냥 지나가기만 하면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다 안다. 당대 최고의 인기에다 일이 될려니까 마침 아들의 애절한 교통사고 사망으로 인한 동정심까지 크게 작용했다. 구리토박이 여당의 전용원 후보(통선 3선)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나?


정치인은 부지런해야 한다. 아침이 되기도 전에 조찬모임이 얼마나 많은가? 여기에 오전에 개회하는 지역구 관내행사는 부지기수다. 국회의원은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동시다발로 열리는 경우는 하루종일 순회 방문해야 한다. 다른 것은 다 제쳐놓고 이 업무만 갖고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주일 형은 밤무대를 오래했다. 소맥(소주+맥주)이나 양맥(양주+맥주) 폭탄주를 좋아한다. 습관적으로 많이 마신다. 다음날 사람들에게 6·25 때 공산군을 물리친 것처럼 자랑한다. “그러니까, 어제 양주 열두 병을 쳐부셨다. 그냥 돌격했냐? 안했냐? 그냥 포로가 되서 업혀 갔잖냐?”


구리시에서는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나돌며 재선출마를 접어야 했다. 2001년 한여름 톱스타 남진(서귀포나이트 초청 쇼 공연차) 가수 문성재, 코미디언 엄영수(체육관 덤핑 물건처리 공연차)가 우연히 서귀포에 왔다가 이주일 형을 만났다. 서귀포에 마케팅 시장이 되어 투자자들을 불러모아, 제주시보다 더 큰 도시, 더 잘사는 도시를 만들겠다며 우리에게 준비를 하라고 했다. 서귀포 시장 선거 때 내려오라는 얘기다. 


이때 이미 이주일 형은 체력이 한계에 이르고 있었다. 팔은 너무 가늘어졌고, 부축해서 나가는데 다리에 힘이 없었다. 농장에 인부들을 불러모아 친교시간을 해도 술이었다. 아침부터 재래식시장을 돌며 해장술로 대화방을 만들어도 술이다. 


선거운동을 매일 되풀이하니 건강은 날로 악화하고 있었다. 얼마 안 가서 골프치다 쓰러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61세 코미디 황제의 서거는 너무 아쉽다. 한을 버려야 했다. 출마를 부추긴 주변 선거마귀들의 덫에 걸린 것이다.


#. 재판은 요식행위

DJ의 회고. 군사정권은 교도소에서 나를 협박했다. “우리에게 협조하면 살고, 거부하면 죽는다. 재판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반드시 죽일 것이다. 협조하라.”

나를 지지하는 국민이 있다. 협조할 수 없다. 그래서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되었다. 재판 결과에 담담하라. 한이 맺히고 억울하면 죽는다. 극복한 사람은 반드시 되살아났다.


정대철 회장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엄영수씨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복중에 복 까막소(감옥소) 가는 복이 있어요. 책 읽고 글 쓰고 여기서 하루하루를 절실히 보내고 있어요."

그리고, 오늘 대한민국 헌정회장으로서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치유하고 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