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PO시장 '포모(FOMO)' 덕에 다시 활기
"증시 상승세에 투기 베팅 활발해져"
ARM, 9월 중순 500억달러 상장 예정
투자자들의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이 깨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 밝혔다. 포모는 투자자들의 손실 공포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는 현상을 말한다.
WSJ에 따르면 지난주 뷰티 브랜드 일마키아제의 모기업 오디티테크가 기업상장에 성공하면서 IPO시장이 지난 1년 6개월간의 침체기에서 벗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이번 인수를 담당한 은행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이 공모 과정에서 100억달러를 쏟아부어 최종 5억달러 미만의 주식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IPO시장이 부활 조짐을 보이는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완화하면서 뉴욕증시가 52주 신고가를 향해 상승세를 타는 데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다시 투기적인 베팅을 하는 등 IPO시장의 부활을 가로막아온 장애물들이 제거됐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특히 벤처업계가 최근 침체기를 겪으면서 IPO를 목표로 하는 스타트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빠르게 달성하는 등 이전보다 강해졌다고 은행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IPO 최대어로 꼽히는 영국의 반도체설계 전문기업 Arm이 이르면 9월 중순 500억달러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에 나설 예정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이 전했다.
또 2021년 자금조달 과정에서 이미 95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 '클라비요'도 9월 초를 목표로 IPO를 준비하고 있고, 차량공유 플랫폼 '투로'도 상장을 위해 투자자들과 협의 중이다.
독일 신발제조업체 버켄스탁도 올해 가을,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는 올해 말을 목표로 각각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은행 담당자들과 투자자 등은 IPO시장이 2020년이나 2021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수익성이 없는 스타트업들이 높은 기업가치로 잇따라 상장에 성공했으나 2021년 말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들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IPO시장이 사실상 작동을 멈춘 상태라는 것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IPO를 통해 미국에 상장한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91억달러에 그쳤다. 이는 지난 10년간 같은 기간 평균 조달액 270억달러에 크게 미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여전히 많은 비상장기업이 IPO를 주저하고 있다.
올해 초 비공개로 65억달러를 조달한 핀테크 기업 스트라이프는 올해 IPO를 포기했으며, 올해 IPO 후보군으로 꼽혔던 소셜미디어 레딧도 당분간 주식을 상장할 계획이 없다.
게다가 디지털 광고회사인 알레프그룹 등 일부 기업은 올해 경제 상황을 우려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했던 IPO를 철회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대니얼 버튼-모건 미주 주식 자본시장 신디케이트 총괄은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 IPO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며 "아마도 9월 이후, 아니면 4분기에 IPO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