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강대국의 원동력은 ‘길’과 ‘힘’의 조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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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강대국의 원동력은 ‘길’과 ‘힘’의 조합에서

웹마스터

이보영

전 한진해운 미주본부장


사람과 물건의 효율적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교통은 크게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첫번째 요소는 ‘길(道)’이다. 사람이 자주 다니면 길이 생긴다는 말이 있지만, 인류문명의 발전은 인간이 계획하고 치밀한 계산 하에 의도적으로 만든 길, 즉 철도(鐵道)를 통해 가능해 졌다. 두번째 요소는 ‘힘(力)’이다. 이동을 가능케 하는 에너지다. 원시적부터 인간은 소(牛)나 말(馬)처럼 힘 있는 동물들을 이용해 사람이나 물건을 이동했다. 강이나 바다에선 바람의 힘을 이용해 이동했다. 


이동에너지를 알게 되자, 점차 석탄, 석유, 가스, 전기 등의 에너지를 통해 이동은 더 빨리, 더 많이, 더

강하게 발전시켰다. 철도(길)와 증기기관(힘)의 조합이 만든 합작품, 즉 ‘인프라’ 와 ‘에너지’의 조합에 의해 교통이 발전해 왔고, 이를 통해 현대문명이 탄생한 것이다. 아마도 19세기에 지구상의 가장 위대한 물리적 업적은 미국의 ‘대륙횡단철도’의 신설일 것이다.


철도의 시작은 영국이 앞섰지만, 철도의 발전과 건설은 미국이 영국을 앞 질렀다. 첫번째 대륙횡단철도는 6년(1863~1869년)간의 공사기간을 거쳐 네브라스카주 오마하(Omaha)에서 캘리포니아주의 새크라멘토(Sacramento)까지 2826km 였다. 대륙의 중심에 횡단철도가 깔리자 이 노선과 연결되는 지선(Branch Line)들이 앞다투어 건설되었다. 두번째 횡단철도는 1883년에 뉴올리언스(New Orleans)와 LA를 이어주는, 멕시코만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철도를 건설했는데, 남태평양철도회사(Southern Pacific Railroad)가 담당했다. 세번째 횡단철도는 1883년 시카고(Chicago)에서 시애틀(Seattle) 사이를 연결하는, 대륙의 중심에서 북태평양으로 진출하는 철도를 북태평양철도회사(Northern Pacific Railroad)가 담당했다.


이로써 미국은 19세기 중반에 세계에서 최장, 최고의 철도망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 동부의 13개주가 광활한 땅으로 연결되는 횡단철도망이 깔리자 서부지역은 물론, 중북부, 중남부 지역까지 포함하여 48개 주를 하나로 통합하는 단일국가가 되었다.


철도망 연결은 지역 간의 경제와 사회 통합을 이루었고, 결과적으로 연방정부가 미국을 통합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니, 이때부터 미국은 지구촌의 최대 강대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수개월에 걸쳐 목숨을 걸고 횡단해야 했던 거리를 단 일주일만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신세계로 뻗어 나갔다.


대륙횡단철도 산업은 미국의 다른 산업의 패턴까지 바꾸어 놓았다. 미국의 근현대 경제사의 과정을 설명할 땐, 철도산업을 떼어놓고 말하기가 어렵다. 초기 철도 레일의 소재는 주철(Cast Iron)이었다. 주철은 탄소 함유량이 높아 잘 깨지거나 문드러지는 약점이 있다. 철도는 강철(Steel) 레일이 절실했고, 강철 제련은 코크스를 사용한 현대적 용광로의 기술 발전을 촉진시켰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스코틀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어린시절부터 피츠버그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그는 소년시절 철도회사의 직원이었다. 철도의 레일은 주철보다 강철이어야 하며, 미래엔 강철의 수요가 엄청날 것을 예견한 카네기는 소규모의 철강회사를 꿈 꾸게 된다. 마침내 카네기는 JP모건의 투자를 받아 ‘카네기 스틸(Steel)’을 창업하여 세계 최대의 철강회사로 성장했고, 그는 세계적인 기업가이자 재벌이 되었다.


“통장에 많은 돈을 남기고 죽는 사람처럼 치욕스런 인생은 없다” 라는 그의 좌우명처럼, 사업에 성공한 그는 카네기 스틸을 JP모건에 매각하고(매각 후 회사명은 US스틸로 변경), 그 대금으로 사회사업을 본격화 했다.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을 건립했고, 과학기술원, 카네기홀, 카네기멜론대학교를 비롯 13개 종합대학교를 지어 사회에 기증한 업적을 남겼다.


횡단철도 건설은 당시로선 워낙 덩치 큰 프로젝트인 까닭에 철도회사 자체의 자본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금융시장의 참여를 유발시켰다. 각종 금융거래, 증권, 채권, 보험, 투자, 등의 현대적 의미의 자본시장 체계를 세웠다. 미국 자본주의의 골격은 대륙 곳곳을 연결하는 철도로 이루어졌고, 증기를 내 뿜으며 대륙을 달리는 철마는 산업의 혈관 노릇을 담당했던 셈이다. 철도는 자본주의를 싣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 로마가 세계를 지배했을 때, 얼마나 강대국이었는지를 표현하는 말이다. 로마는 점령지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면 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원 전에 이미 알았고, 로마와 점령지를 연결하는 마차길을 뚫었다. 그 길을 통해 군사와 병기를 신속하게 이동시키는 기동력을 발휘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Knowledge is power).” 과거의 힘은 군사력이었으나, 현재의 힘은 정보와 경제력이다.

“지혜있는 자는 강하고, 지식있는 자는 힘을 더하나니.” 지혜의 왕 솔로몬이 BC 950년경에 남긴 잠언이다. 강대국의 원동력은 ‘길’과 ‘힘’의 조합에서 만들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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