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 브라질 이민 30주년 기념 동포 위문공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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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영수의 코미디 40년 연예비사<19> 브라질 이민 30주년 기념 동포 위문공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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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동포 위문공연에 나섰던 한무, 김영하, 황기순(왼쪽부터)이 기념촬영을 했다.   /엄영수 제공


#. 카메라 날치기 대책회의 하지마

동포 위문공연단의 이틀째 행사가 환영식을 시작으로 브라질 관공서 방문, 동포사회 및 상가 방문 등으로 각 현장에서 일제히 진행됐다. 점심식사는 60명 전원이 한인식당에서 함께 했다. 먼저 식사를 끝낸 나와 현인 선생, 최희준 선생, 카메라맨 2명, 무궁화축구단원 5명이 식당앞 공터에 나와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카메라맨이 카메라를 땅에 내려놓고 담뱃불을 붙였다. 


이때였다. 브라질 날치기가 갑자기 뒤에서 뛰쳐나와 날쌔게 카메라를 낚아채 대로를 가로질러 뛰었다. 무슨 일인가? 전혀 예측을 못했기에 상황판단이 안됐다. 도로 저편까지 넘어가니 그때서야 감지가 됐다. 잡아라! 서! 도둑이야, 도둑! 카메라, 카메라! 쫓아! 현인 선생이 놀라서 당황한 목소리로 크게 소리쳤다. "저저저 도도도두우욱 자자자잡아~~~." 마치 '시시시일라하에 바바밤이히히히여' 그의 히트송 신라에 밤이여를 노래하듯이 했다. 나를 비롯해 동료들이 함께 따라갔으나 역부족이었다. 중남미 아이들 특유의 유연성, 날씬한 몸매로 빠르게 골목으로 뛰어 들어 가 버렸다.


브라질에 도착하자마자 관광 안내원들이 교육을 시켰다. "브라질 소매치기는 세계적이니 지갑이나 물건을 각별히 조심하고 큰길까지만 따라가야지 골목 안으로는 절대로 들어가면 안된다. 같은 패가 기다리고 있다가 뒤쫓아가는 피해자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몸을 크게 다치니 웬만한 물건은 포기해야 한다.

특히, 큰길에서 따라붙는 사람이 있는지 늘 감시해야 한다." 더 이상 추격할 수 없었다.


우리의 동선을 파악하고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큰 카메라를 들고 뛰리라고는 생각을 못했기에 허를 찔려 기습을 당한 것이다. ENG베타캠 카메라 신형가격이 1억5000만원. KBS가 구입한지 며칠 안돼서 아직 보험도 들지 못했다. 지금 값으로 친다면 15억~20억 되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대책회의가 열렸다.


한무 코미디언: 요건 분명히 요동네 양아치나 잘 나가는 건달애들이 한 게 틀림없다니까. 자기구역이 있기 때문에 다른 동네서 올 리가 없어. 그럼 대장한테 몇 푼 주구 부탁하면 갖고 온다니까.

엄영수: 공동의 책임입니다. 단원이 60명이 되니 200~3000만원씩 성금을 모아 십시일반으로 해결합시다.

개인이 해결하기엔 너무 부담이 큽니다.

탈렌트 K: 이과수폭포 찍다가 실수로 카메라를 헬기에서 강물에 떨어뜨렸다라고 핑계라도 대야지. 아니면 한국에 가다가 일본에 잠깐 들려서 중고를 사가지고 부숴트려 녹화 중에 사고가 났다 이렇게라도 해봐야지 그냥 가만있으면 되겠냐구.


회의 중에 KBS에서 전화가 왔다. “카메라 잃어버렸다면서요. 경위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얼마짜리인데…. 누군가가 먼저 보고를 했나보다. 더 이상의 회의는 필요없다. 이와 중에 점수 좀 따려고 불쌍한 사람 악착같이 짓밟은 무리들이 또 있다.


잃어버린 직원들이 책임을 져야한다. 나중에 들었다. 녹화팀에 같이 왔던 직원들의 그때까지 적립된 퇴직금을 일단 압류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또 변상을 한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밤에 날치기 쪽에서 연락이 왔다. 카메라에 붙어있는 KBS로고도 보내왔다. 카메라 잘 갖고 있으니 싸게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약속장소를 정하고 카메라와 현금을 교환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물론 경찰에 비밀리에 신고했고 현장에서 범인을 붙잡아 줄 것을 요청했다.


급히 날치기 쪽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왜 경찰에 신고했나? 우리는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는다." 협상은 깨졌고 다음날 새 카메라를 교민을 통해 임대해서 녹화를 이어갔다. 날치기들은 상당한 정보망을 갖고 있는게 확인됐다. 도청을 했나, 감청을 했나, 매수를 했나, 우리 60명 안에 첩자가 있나. 가히 브라질 날치기는 세계적이다. 


카메라 찾을 팀을 구성했다.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브라질 세 나라가 만나는 국경지대가 있는데 이곳에 국제 자유시장이 있어 장물을 비롯한 분실물들이 나와 거래가 된다고 한다. 동포사회 안에서 비싼 물건을 개인이 사고 팔면 표시가 나기 때문에 함부로 팔 수가 없다. 면세가 되는 국제 자유시장으로 흘러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찾으러 다녔으나 허사였다. 


20여명 카메라 수색팀은 국경지대 자유시장에서 카지노에 들러 바카라, 블랙잭, 파친코 등의 게임을 했다. 20여명 전원이 많은 돈을 땄다. 행운이기도 했지만 행운만은 아니다. 실력이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에서 뺨맞고 자유시장에서 눈흘기는 꼴이 됐다. 기왕에 이렇게 된 바에 좀 더 판을 크게 벌려 싹쓸이를 했을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나 욕심은 금물이다. 국제 자유시장 카지노에서 황기순이 이때 제일 많이 땄다. 황기순은 국제시장, 해외시장에서 강하다는 믿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것이 나중에 필리핀 사건에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축구와 황금따라 삼천리

전설따라 삼천리 오늘은 브라질 축구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볼까 싶다. 브라질은 왜 축구강국인가. 땅이 넓어서 인구가 많아서? 그럼, 미국, 중국은 왜 축구가 약한가. 브라질의 초등학교는 오전에만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예체능교육을 한다. 오후까지 공부를 시키면 문책을 받는다나. 이건 우민정책 아닌가. 그러니까 옛날에 옛날에 전설따라 삼천리 아닌가.


예체능은 교재를 준비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공 한개를 주고 100명, 200명이 몰려다니며 차게한다. 공 한번 차려면 너무 힘들다. 하루종일 뛰어봐야 한두 번 차볼까 악을 쓰고 공을 따라다니니까 훈련이 그이상 지독할 수 없다. 드디어 펠레, 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네이마르가 탄생한다. 누가 브라질을 이기랴!


또, 전설따라 2편 황금에 얽힌 이야기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많은 나라엔 밀수범죄가 있고 탈세도 있다. 안 들키려고 별 수를 다쓴다. 숨기고 속이고 안 그런 척하고. 브라질은 통이 크다. 당당히 한다. 규모가 세계적이다. 보란 듯이 그러나 보지 않는다.


금광에 비행기가 들어온다. 제련하면 바로 금이 되는 금광석을 비행기에 가득 싣고 나간다. 못 본 척하면 통과냐, 통과하면 못본 척한거냐, 하여간 크게 논다. 대놓고 한다. 비행기 대놓고 하는 밀수를 봤나. 그저 전설따라 삼천리다. 


#. 이과수폭포와 이타이푸댐에서 커피를 마시다

세계최대의 수력발전소가 있는 이타이푸댐은 1984년 브라질과 파라과이 합작으로 양국 국경이 접한 파라나강 하류에(높이 196m, 길이 7.76km, 너비 2335m, 저수량 190억㎥) 지었다.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이지만, 당시 관광안내원 설명으로는 1994년에 시작해 2009년에 완공될 중국의 샨샤댐이(높이 185m, 길이 2309m, 너비 135m, 최대 저수량 190억t, 연 발전량 847억kw) 세계 1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고 최대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샨샤댐은 범람붕괴, 지진위험으로 계속 문제가 있다고  보도가 됐다. 근래 중국이 대만을 자주 위협한다. 만약 대만이 침공당하면 가만 있을까. 그땐 너 죽고 나 죽자 물귀신 작전으로 나올 것이다. 샨샤댐 미사일 공격을 당하면 댐의 물이 빠른 속도로 군병력의 45%가 밀집한 중국 동부를 덮치게 된다. 그 피해와 혼란과 사상자가 과연 회복이 되겠나? 브라질댐을 관광할 때가 세월 좋았다.그땐 이런 걱정 안했다.


이과수폭포는 리포터 역할 때문에 헬기를 탔다. 헬기문을 열고 내려다 보며 감상을 녹화했지만 갑갑했다. 카메라맨은 아름다운 이과수폭포를 생생하게 화면에 담고자 사력을 다했다. 고국에 좋은 장면을 선물하려고 헬기 밖으로 카메라를 최대한 빼내고 자신의 몸을 카메라에 의지한 채, 헬기 안에 두 발만 짚고 안전장치가 전혀 없이 원시적으로 보조원이 손으로 붙들고 서커스를 하듯 위험한 촬영을 했다. 사고 안난 게 이상했다.


브라질 여행을 오기 전에는 나이 50이 다 되도록 커피를 마시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웅변반에 있었다. 국산품 애용에서 주로 외치던 구호는 양담배를 피지 맙시다, 외제 화장품을 쓰지 맙시다, 커피를 마시지 맙시다, 이런 말이었다. 존경하는 신사숙녀 여러분,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달러를 아껴야 살아 남습니다. 커피를 마시지 말자고 이 어린 연사, 여러분 가슴 가슴에 목놓아 눈물로 호소합니다. 옛날에 많이 들어본 말이 아닌가. 오랫동안 연습을 하고 대회를 나가고 상을 타다 보니 이것이 세뇌가 돼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커피를 멀리하며 살게 됐다. 


브라질 전국을 누비며 다니다 보니, 기술의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삼성TV, LG냉장고 등 한국 전자제품 선전 문구와 기업광고가 우리를 반긴다. 고속도로를 달려 보면 오로지 한국광고 간판만 보인다. 우리의 국력이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 이렇게 물결치고 있는 줄 몰랐다. 이렇게 우리의 상품을 팔고 있는데 커피를 마시지 않고 산다는 것이 미안했다. 자원이 풍부하고 농산물이 넘쳐나는 축복의 땅 브라질. 한 면 한 군 만한 땅을 갖고 있는 부자들이 셀 수 없이 넘쳐나는 브라질. 거기에 반해 힘들고 지친 가난한 브라질 농부를 위하여 매일 매일 커피를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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