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야기] 코비드로 놓친 배움, 여름방학에 만회할 수 있도록 도와야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오피니언
로컬뉴스

[교육이야기] 코비드로 놓친 배움, 여름방학에 만회할 수 있도록 도와야

웹마스터

012d32cda18f027b83c27a6e7692654f_1625608524_4721.jpg
 

올 가을부터 모든 초중고등학교가 대면수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큰 사안(事案)이 있는데 모든 학생을 다음 학년으로 프로모션하기로 했기에 올 가을에 어떤 레벨로 가르쳐야 할 지 애매하다. 예를 들어, 작년에 3학년이었던 초등학생에게 올 가을에 3학년 내용을 제대로 가르쳐야 할 지, 아니면 4학년 레벨을 그냥 가르쳐야 할 지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 결국 공립학교는 모든 학생의 레벨을 한 학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초중고등학교의 기준과 학생 실력을 한 단계 낮추는 조치다.  



이렇게 심각한 난관을 어떻게 해서든 해결해 보려고 LA교육통합국은 올 여름에 보충수업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규모 여름 프로그램을 제공해 본 경험이 없는 교육국이 그 작업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른다. 특히 교사 확보 및 지원이 쉽지 않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교사노조는 여름프로그램 제공에 찬성한다고 하지만 사실 교단복귀를 반대하는 교사가 상당히 많다. 약 20-25%라고 교육국 지인이 귀뜸해 주었다. 또 부모나 학생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1년 동안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용을 두 달간 가르쳐 보았자 역부족일 것이 뻔하다. 아이들도 여름방학 수업을 반기지 않는다. 아이들은 코비드 기간 동안 배우지 못한 것에 아랑곳 없이 방학을 권리로 여긴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유럽이나 동아시아 지역 국가에 비해 연간 수업 일수가 훨씬 적다. 미국 초중고등학생은 1년에 약 175-180일 수업을 제공받는다. 그런데 특별활동이나 조회, 평가시험, 교사수련에 따른 단축수업 등을 고려하면 약 150일로 줄어든다. 반면 학생의 실력과 성과가 뛰어난 유럽의 선진국과 동아시아 국가 및 홍콩, 싱가폴은 연간 평균 220일 정도 가르친다. 큰 차이다. 특히 미국은 여름방학이 거의 석달이기에(참고: 과거엔 농업에 종사하는 부모를 자녀가 도와야 했다) 배운 내용을 학생이 쉽게 잊어버린다. 이 현상을 '여름 슬라이드'(여름 방학 이후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는 현상)라 부르는데 만성적 문제다. 이 문제 때문에 보통 새 학년을 시작할 때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달 복습을 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또 기독교 학교로서 재학생과 직장생활하는 부모를 돕기 위해 필자가 섬기는 새언약초중고등학교(NCA)는 매년 8주간 서머스쿨을 제공한다. 22년 전 학교를 설립해 매년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재학생은 무료로 다닌다. 교사도 본교의 교사를 중심으로 가르치며 졸업생이 보조교사로 동생과 후배를 섬기고 돕는다. 


본교의 여름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는 타 학교 교사나 교육 행정자는 참 좋은 프로그램임을 인정하지만 여름방학까지 학교가 책임져야 할 필요가 있냐고 질문한다. 엄격히 따지면 미국 교육 환경 속에 학교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 사실 교사도 행정진도 여름에 좀 쉬고 여행도 즐기고 싶다. 하지만, 9개월간 공들여 가르친 학생의 실력이 퇴보할 것을 뻔히 알면서 등을 돌리는 것에도 문제가 있다. 아무튼 그게 우리 학교의 생각이고 철학이고 동기다.



사실 NCA 여름학기는 교육을 사역으로 여기기에 가능하다. 한인타운은 이민자 밀집지역이다. 그리고 이민가정은 거의 다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하기에 방학이 부담스럽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야 부모가 일을 할 수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또는 친척이 자녀를 돌보면 도움은 되지만 실력 유지는 어렵다. 그래서 하루 종일 학원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많은데 문제는 학원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요즘 한 달에 1500달러는 지불해야 아이를 학원에 맡길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재정이 넉넉하면 학원이나 지역 대학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 더 나아가 몇 주에서 몇 달 동안 숙식을 제공하는 그런 캠프에 참여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인타운 내에 그럴 여유있는 가정이 몇이나 될까? 특히 코비드 때문에 많은 가정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상황이 좋지 않다.



본교의 여름 프로그램은 재학생에게 무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그냥 아이들을 놀게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에게 작문, 수학, 과학/운동학, 역사/지리, 한국어, 미술반을 오전에 제공하고, 오후에는 체스반, 캠핑반, 배구반, 축구반, 농구반, 체력관리반 등 다양한 클럽활동을 제공한다. 또 고등학생의 경우 방대한 온라인 과목을 수강할 수 있는데 기존의 학과목 외에 천문학, 생명공학, 형사 사법, 미용, 디지털 사진,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요리 예술, 소셜미디어, 대중 연설, 문예 창작 등 독특한 과목을 통해 학생의 시야를 넓혀준다.



올 여름엔 '디즈니 영화 감상반'을 킨더부터 3학년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 반은 표현 그대로 디즈니 영화를 감상하는 그런 클럽이다. 그러나, 그냥 보고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의 장면과 스토리, 캐럭터와 배경 등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토론한다. 부모는 자녀가 디즈니 영화나 타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것이 안전하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이런 영화에도 아이들에게 부적절한 말, 성(性)에 관한 표현과 뉘앙스, 인종차별, 동성애 대중화, 문화적 배경에 대한 편견 등이 가득차 있다. 이런 내용을 분별하고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능력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느껴 이런 교육을 제공한다.



여름방학을 잘 사용하자. 코비드 때문에 배움을 놓친 학생들에게 알찬 교육을 제공해줘야 한다. 이것이 부모와 교사, 어른인 기존세대가 차세대를 위해 해야 할 중대한 임무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