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고려청자 우승 트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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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고려청자 우승 트로피

웹마스터

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스포츠 트로피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미국 4대 스포츠리그 트로피는 ‘보훈 엔터테인먼트’라고 합니다. 미국사회가 있기까지 다방면으로 공헌한 공로자들의 이름이 들어간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스포츠를 중심으로 대중문화를 활성화 시키고 가공된 콘텐츠를 대중의 마음에 상징적으로 각인시키는 계기로 삼은 듯 합니다. 


이를 테면 미프로농구 NBA우승컵은 '레리 오브라이언 트로피', NBA챔피언 결승전 최우수선수상은 '빌 러셀 트로피’, 메이저리그(MLB) 최우수선수상은 '테디 윌리엄스 트로피’, 미프로풋볼(NFL)수퍼보울 우승컵은 '빈스 롬바디 트로피’, 전미아이스하키(NHL)우승컵 '스탠리 컵’등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공을 세운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들이 그러한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골프대회 우승 트로피의 경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명보다는 대회 스폰서의 상징적 형태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요컨데 얼마 전 개최된 2023 KPGA 하나은행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는 올해도 한국의 고려청자 형태의 우승트로피가 승자의 품에 안겼습니다. 


금년에는 예년과 달리 일본프로골프투어(JPGT)와의 공동주최로 일본 치바현에서 열렸죠. 양국의 첢은 프로골퍼들의 대결이 흥미로웠던 게임이었습니다. 금년엔 한국의 양지호 선수가 우승을 했습니다. 시상식 테이블에는 남편의 캐디를 맡았던 그의 아내 김유정도 함께 포즈를 취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결정적인 샷을 할 때마다 아내의 조언을 잘 받아 들였다고도 합니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곳이 있습니다. 전남 강진에 있는 ‘고려청자 박물관’입니다. 이번 하나골프대회의 우승 트로피를 보는 순간, 강진지역에서 융성했던 고려시대 ‘청자의 원류(源流)’를 알고 싶었던 거죠. 박물관에 들어 서자마자 큰 서랍장이 눈에 띕니다. 층층으로 된 선반 전면 손잡이 옆에는 가마터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사당리 18호 가마터’, '사당리 10호’, '용운리 13호’ 등 강진 인근의 가마터 명찰입니다. 서랍을 열 때마다 가마터에서 출토된 청자 조각들이 들어있고요. 마치 유물 발견이라도 한 듯한 설렘도 있었습니다. 


한국미술사 중 청자에 대한 가치를 되짚어 본 내용 중 일부입니다. “회화인 불화(佛畵)와 함께 고려시대 미술의 성격과 수준을 가장 잘 말해주는 것은 공예분야의 청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청자는 고려시대의 백자를 비롯한 도자기 중에서도 아룸답고 신비로운 유약(釉藥) 색깔 때문에 특히 돋보입니다. 유약 색깔이 비취를 연상시킨다고 하여 고려에서는 비색(翡色)이라고 불렀고, 중국인들은 은은하고 신비롭다는 뜻에서 비색(秘色)이라고 불렀으며, 서양에서는 셀라돈(Celadon)이라고 부릅니다. 고려청자의 특징이나 아름다움은 비단 유약 색깔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의 도자기 전문가 곰퍼츠(Gomperts)가 이미 지적하였듯이 고려청자는 첫째, 유약 색깔의 아름다움 둘째, 뛰어난 조형성 셋째, 상감기법(문양을 음각한 후 다른 색의 흙을 감입하는 방식, 12세기 고려에서 시작)의 창안 넷째, 진사(辰沙 다이아몬드 광택의 광물)의 최초 사용 등 네 가지 크나 큰 기여를 하였던 것입니다.”(안휘준 著, 청출어람-靑出於藍, 한국미술, 189쪽). 


한편으로 대한민국에서 발견된 옛 가마터가 400여 군데인데 강진에서만 180여 개소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강진이 가히 청자가마의 본산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박물관 단지 내 보존돼 있는 고려 옛 가마터에 들렀습니다. 옛 흙물 가라앉히는 웅덩이, 흙 이기는 곳, 그릇 빚는 곳, 빚은 그릇 말리는 곳, 불을 때는 가마 등, 가마터 구석구석에서 옛 도공들 노동의 역사가 묻어나는 듯 합니다. 


가마터의 입지조건 세 가지라면, 가마를 만드는데 적당한 경사지, 나무 등 땔감 조달이 용이한 곳, 마지막으로 제품을 운반하는 뱃길이 인접한 곳 등을 들 수 있을 것 입니다. 요즘 물류산업의 선례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튼 고려청자를 구워내던 옛 도공과 함께, 금년도 하나인비테이션대회 승자인 양지호 선수의 청자 우승 트로피를 떠올리며 집히는 의미가 있습니다. 그들 모두, 그간의 연습과 시도(試圖) 그리고, 땀방울의 결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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