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전통적 ‘황금마차’와 실용적 ‘의전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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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전통적 ‘황금마차’와 실용적 ‘의전차량’

웹마스터

이보영

한진해운 전 미주지역본부장



‘전통(傳統)’이란 무엇인가?

마치 토양에 따라 그 토질에 적응하여 성장한 식물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듯이, 한 민족도 그들의 독특한 풍토적 조건과 생활관습, 사회적 형태에 따라서 민족문화가 생성된다. 이러한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전통이라 한다.


전통(Tradition)을 중요시 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영국이다. 영국은 유럽의 한 귀퉁이 섬나라로 시작해 세계를 호령했던 제국이었다. ‘민주주의’ 와 ‘산업혁명’을 현대사회로 이끌어 낸 강대국, 영국은 아직도 귀족과 왕족, 신분의 존재, 어린이 동화책에나 나올 법한 전통들이 계승되고 있다.


지난 5월 6일, 영국 찰스 3세(Charles III)의 대관식(Coronation)이 70년만에 초대형 국가적 이벤트로 화려하게 펼쳐졌다. 찰스 3세는 대관식에서 700년 된 의자에 앉아, 362년 된 ‘성 에드워드’ 왕관을 쓰고, 영국과 14개 영연방 왕국의 군주임을 천명했다.


대관식이 끝난 후, 축하 퍼레이드인 대관식 행진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 궁전까지 이어졌다. 이때 찰스 3세와 왕비는 1762년에 제작된 조지 3세의 ‘황금마차(Golden State Coach)’에 탑승했다. 8마리의 말이 끄는 황금마차는 1831년 윌리엄 4세 대관식 때부터 대관식마다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다.


황금마차는 나무에 금박을 화려하게 입힌 굴러가는 예술작품이며, 길이 8.8m, 높이 3.7m, 무게는 4t이다.

찰스 3세 부부는 대관식에 참석하기 위해 버킹엄 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할 때는 ‘다이아몬드 주빌리 스테이트 마차’를 이용했다. 이 마차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60주년을 기념하여 2012년에 제작된 현대식 마차다. 에어컨, 전동식 창문, 최신형 서스펜션 등이 갖추어 진 승차감이 아주 편하다고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가 영국이라면, 미국은 실용(實用)을 중시하는 나라다. ‘의전(儀典)’은 국가간의 관계, 또는 국가가 관여하는 공식행사에서 지켜야 할 일련의 규범과 의례를 뜻한다. 의전은 영어로 ‘Protocol’ 이다. 그리스어 ‘Protokollen’, 즉 Proto(맨앞) + Kollen(붙이다) 에서 파생되었다.


고대의 외교관계가 외교문서의 맨 앞장에서부터 시작되었다면, 현대의 외교관계는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의전이 시작된다.


미 대통령의 공식적인 ‘의전차량(Presidential State Car)’은 언제부터 도입되었을까?

1909년, 제27대 ‘윌리엄 태프트(William H. Taft)’ 대통령이 최초로 4대의 차량을 구매하고, 백악관의 마굿간을 차고(Garage)로 개조함으로써, 의전차량의 시대가 열렸다.


당시 대통령의 의전차량은 경호장비나 통신시설이 전혀없는 일반 증기차량에 미국 휘장을 붙였다. 1933년, 제32대 프랭클린 루즈벨트(Franklin D. Roosevelt) 대통령은 당시 경호실의 강력한 요청으로 경호를 위해 특별히 개조한 특수차량을 대통령 의전차량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이때 의전차량은 포드사의 ‘링컨(Lincoln) 컨버터블’이 선정되었다.


1963년, 제35대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도 ‘링컨 컨티넨털 컨버터블’ 차량에 탑승하여 댈러스에서 퍼레이드를 하던 중, 건물 6층에서 아래로 쏜 총탄에 피살되는 참극이 발생했다. 링컨 컨티넨털은 특수 제작된 방탄 차량이었지만, 퍼레이드를 위해 지붕을 열어 둔 상태였기 때문에 방탄 기능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제40대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 대통령은 미.소 냉전을 종식시키고, 강경한 보수적 외교정책을 폈기 때문에 경호는 더욱 강화되었다. 그의 의전차량도 링컨 컨티넨탈로 요새를 방불케할 만큼 최첨단 방탄 기능이 장착되었다.


제42대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 대통령에 이르러 비로소 ‘캐딜락’이 대통령 의전차로 선정되었고, 이때부터 의전차량을 ‘캐딜락 원(Cadillac One)’ 이라 부르게 되었다.


백악관을 향한 ‘링컨’과 ‘캐딜락’ 간의 의전차량 경쟁은 90년이나 지속돼 왔다고 한다. 제46대 조 바이든(Joseph R. Biden) 대통령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했다. 방한시, 그는 백악관의 의전차량(캐딜락 원)을 한국으로 수송해 와서 모든 행사에 사용했다.


이 차량은 차체 길이 5.5m, 무게는 9t에 달하고, 가격은 무려 120만달러나 된다고 한다. 이 차의 코드명은 ‘스테이지코치(Stagecoach)’이며, 일명 ‘비스트(The Beast)’라는 닉네임으로도 불린다.


디트로이트에서 10마일 서쪽으로 디어본(Dearborn)에는 엄청난 규모의 ‘헨리 포드 자동차 박물관’이 있다.

자동차의 아버지, 세계 최초의 억만장자였던 헨리 포드가 수집한 수많은 차종들과 자동차 역사 자료가

전시된 복합단지이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이 바로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의전차량 전시관이다.


한 나라의 통치권자인 대통령이나 외국의 귀빈을 의전하기 위해 정부가 운용하는 차가 의전차량이다.

의전차는 탑승자의 권위에 걸맞고, 안전과 경호가 완벽해야 한다. 방탄기능은 기본적이고, 최첨단 정보,

통신시설로 주요 기관과의 비상연락이 신속 가능한 이동하는 집무실로, 응급실 역할까지 해야 한다.

세월의 물결은 늘 변화를 일으킨다. 미래의 대통령 의전차량은 또 어떻게 변화해 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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