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전 이승만 만난 닉슨 "함께 싸운 한미, 하나로 묶여"
닉슨 도서관·박물관 관계자들이 한국 언론에 소장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 연합
한미동맹 '법적토대' 상호방위조약 체결 직후
미국의 초심 보여주는 귀중한 방한 기록
이승만 전 대통령 한국 재건 계획 문건
'리플랜' 원본과 함께 닉슨재단 처음 공개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국민은 공산주의 침략에 맞선 투쟁에서 공동의 노력으로, 그 투쟁에서 우리의 가장 소중한 보물인 젊은이들의 생명을 바쳤다는 사실에 의해 하나로 튼튼하게 묶여 있습니다."
지난 20일 LA 총영사관, LA한국문화원, 청소년봉사단체 ‘화랑’이 닉슨 재단과 공동으로 주최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문화 행사 및 세미나에서 닉슨 재단은 한미 관계 연구에 귀중하게 쓰일 자료들을 한국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오렌지카운티 요바린다의 닉슨 도서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닉슨재단은 사실상 한미 동맹의 법적 토대가 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직후의 미국의 초심을 엿볼 수 있는 닉슨 전 대통령의 성명서를 비롯 한국을 포함한 극동지역 순방 일정, 이승만 대통령이 전후 한국 경제재건을 위해 작성한 ‘리 플랜(RheePlan)’ 등 3건을 선보였다.
특히 1953년 당시 닉슨 부통령 방한 때 한미관계의 미래에 관해 언급한 성명서 내용은 워낙 오래전 자료인 데다 디지털 자료로 구축되지 않은 탓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자료를 소장한 닉슨재단 측이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처음 공개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1953년 11월 당시 부통령 자격으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대신해 극동 아시아 순방 지역의 하나로 한국을 찾았다. 닉슨 당시 부통령은 성명서에서 "상호 헌신과 존중으로 묶인 유대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닻을 내렸기 때문에 결코 파괴될 수 없다"며 "나는 미국이 한국민의 우정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지 얘기하고, 전쟁에서 함께 싸웠던 것처럼 평화 속에서도 계속 협력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을 확언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또 "전쟁에서 함께한 희생과 평화 속의 공동 경제 재건 노력은 양국의 우정과 존중의 시작일 뿐"이라며 "이는 앞으로의 어려운 몇 달과 몇 년을 함께 헤쳐 나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후 재건 의지와 함께 한미동맹이 본격 태동 했을 당시 미 측의 초심을 보여주는 대목인 셈이다. 닉슨 도서관이 소장한 이 자료는 국가 기록물이어서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과 도서관측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닉슨도서관 측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후 한국 재건 계획을 담은 문건인 '리 플랜' 원본도 공개했다. 이 자료는 사본 전문이 온라인 상에 나와 있지만 원본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도서관 측은 밝혔다. 1953년 12월 모두 13장으로작성된 이 문건은 2억5000만달러의 미국 자본으로 KRFC(Korean Reconstruction Finance Corporation, 한국재건금융공사)를 설립해 한국의 기업과 산업의 자본주의적 기틀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이날 공개된 자료 중에는 닉슨 전 대통령의 방한 기간 일정표와 당시 한국 정부 각 부처 장관들의 명단을 적은 문서, 서울에서 가볼 만한 사적지에 대한 설명 등이 담긴 서류도 있었다.
도서관측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닉슨 전 대통령의 방한 당시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작게 전시하는 공간도 마련했다. 닉슨 도서관 측은 "이곳의 소장 자료가 국가별로 정리돼 있지 않아 확실하게는 알 수 없지만, 한국 관련 자료는 모두 1만여점 정도로 추산된다"며 "디지털화 작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