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에 서면 ‘기부 하실래요?’ 손님은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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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에 서면 ‘기부 하실래요?’ 손님은 괴롭다

웹마스터



패스트푸드점· 약국체인등 확산

모금 용이하고 기업 이미지 제고 

의도좋아도 강요로 느끼면 ‘글쎄’  


 

유명 중식 패스트푸드 체인 ‘팬다 익스프레스’에서 자주 런치를 해결하는 윤모씨는 계산대 앞에 설 때 마다 살짝 스트레스를 받는다. 매번 캐시어가 ‘어린이병원에 기부를 하겠냐’고 묻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100% ‘예스’라고 답했지만 일주일에 서 너번 씩 찾다 보니 강요 받는 것 같은 느낌도 생겼다. 하지만 ‘노’ 라고 했을 때의 약간의 미안함과 캐시어의 표정을 보는 것이 부담스러워 고민이 된다는 게 그의 솔직한 말이다. . 

인플레이션 심화로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치솟는 요즘, 지갑을 열어야 하는 고객들에게 피곤한 일이 더 있다. 고객이 물건을 골라 계산대에서 즉시 계산하거나, 투고  커피를 주문할 때도 팁을 요구하는 커피숍이나 베이커리 등이 늘어난 데다 , 그것도 모자라 일부 패스트푸드점, 약국체인, 그로서리 스토어 등은  계산대에서 도네이션 여부 까지 묻기 때문이다. 

'계산대 기부'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더 많은 업종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취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솔직히 부담감을 느낀다는 고객도 적지 않고, 모금 방식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베이커리에서 도네이션 요구를 받았다는 한 고객은 "내 뒤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섰을 때 캐시어가 기부 여부를 물으면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라며 “아마 나 같은 느낌을 갖는 사람이 한 둘은 아닐 텐 데, 이런 점을 노린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전했다

스튜디오시티에 거주하는 김모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동네의 한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4달러가 채 못 되는 스낵을 구입하고 계산을 하려는 순간 ‘불우이웃 도네이션 괜찮으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겨우 스낵 하나 사는데 기부 요청이라니 라는 생각도 들어 기부를 안 했는데  ‘쪼잔하게’ 비쳐질 까 찜찜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계산대 기부’ 방식은 비영리단체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업들은 사회에 대한 배려라는 좋은 이미지를 쌓을 수 있고, 고객 만족도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비영리단체들 역시 적은 비용을 들여 큰 모금을 하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객이 지갑을 열었을 때 기부에 더 후한 마음을 갖게 된다”며 “하지만너무 많은 기업들이 합류하면서 고객들의 두려움도 그만큼 커졌다”고 분석했다. 또 "고객들이 계산대를 통해 기부를 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자신의 기부가 어느 단체를 통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 필요가 있고, 이런 점에서 이왕이면 자선단체에 직접 기부할 것"을 권유했다. 

이해광 기자 hlee@chosun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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