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셔광장]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의 쾌거


홈 > 로컬뉴스 > 로컬뉴스 > 오피니언
로컬뉴스

[윌셔광장]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의 쾌거

웹마스터

김문호 

편집국장


여기저기서 감동의 소리가 전해 옵니다. 지난 7일 LA시청 회의실에 울려 퍼진 미국국가 하모니카 연주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조금 거창하게 ‘미주 한인이민 120년 역사에 없던 뿌듯한 장면이었다”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시청에서 하모니카 한 번 분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평균 나이 80대의 시니어센터 하모니카반 멤버들이, 연주를 이끈 선생도 없이 공연을 잘 마무리 했다면 다른 이야기일 것입니다. 더구나, 이날 공연은 LA시의회가 본격적인 회의를 앞두고 초청한 특별무대였습니다.

 

미국국가는 그냥 부르기도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하모니카 초보들이 곳곳에 있는 반음을 처리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오죽했으면 연주가 끝났을 때15명의 시의원과 회의실 객석을 메운 100여 명의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냈을까요.    


그날의 감격은 누구보다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연주에 나선 ‘노인 학생들’이 더 컸을 겁니다. 그저 하모니카가 좋아서, 배우고 싶어서  모인 18명에게는 평생을 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됐을 것입니다. 그들 중엔 ‘조금 더 잘 할 수도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하모니카반에도  처음엔 ‘선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니어센터에서 한창 외부 공연 일정을 타진하느라 분주하던 어느 날,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동안 하모니카반을 지도하던 ‘선생’은 자녀들로부터 ‘최소한의 보수나 개스값도 받지 못하면 뭐하러 하느냐’는 핀잔을 들은 후부터 갈등이 커졌다고 합니다.

  

하모니카반에서 선생의 역할은 절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니어센터는 하모니카 선생은 물론 현재도 다른 자원봉사 강사들에게 ‘개스값’을 줄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고작해야 월 2만달러 정도의 빠듯한 살림살이로는 불가한 일이라는 게 센터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박관일 사무국장의 하소연입니다. 


“일주일이면 1000명의 노인들이 마음 편하게 들러 무료로 공부하고 친구들을 만나 회포를 풀고 가는 곳임에도 막상 후원을 요청하면 다들 외면합니다. 특히, 한국의 대기업들은 아예 후원요청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지요.” 


결국 그 일로 ‘선생’은 떠났습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시청 연주를 추진하던 시니어센터와 하모니카반 멤버들은 난처한 상황이 됐습니다.

 

그러나, 시니어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각자 유튜브를 보고,  자녀들에게 물으며 무한반복을 했다고 합니다. 서로가 선생이 돼, 묻고 가르쳤습니다. 물론, 실력이 금방 나아지지는 않았지요. 

"곳곳의 반음처리는 아무리 연습해도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온음으로 처리하는 방법으로 수준을 조금 낮췄어요. 그렇게 연습을 계속하다 보니 대충 들어줄 정도는 되더라고요. 그래도 그런 정도는 되니까 시의회에서도 'OK'를 했던 거고요.” 


LA시청에 울려 퍼진 하모니카 연주에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시니어센터의  클래스 강사들은 지금도 모두 자비로 없는 시간을 내서 대가 없는 나눔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지만, 쉽지 않은 그들의 봉사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