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하동茶 보성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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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하동茶 보성茶

웹마스터

김희식

(주)건축사무소 광장 상무 


엿장사의 가위소리, 진한 분장의 ‘품바’가 흥을 돋우던 시골 5일장의 풍경도 이젠 많이 바뀌었습니다. 트트롯열풍 때문인지 의례히 장이 서는 날이면 시장 한 복판에 공연무대가 마련되고 무대 앞에는 간이의자들이 놓여집니다. 무대 위 진행자의 유창한 말솜씨와 함께 무명가수들의 트롯노래(주로 미리 녹음된 반주에 맟춰)를 열창하는 장면도 쉽게 대할 수 있는 풍경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장흥 칠거리 시장거리를 지나다 보니 웬걸, 이제는 콘트라베이스, 바이얼린, 첼로까지 동원된 챔버팀도 나왔더군요. 함께 포크기타를 메고 나온 여가수의 포크송도 장바닥에 울려 퍼집니다. 


근래 들어 지방 지자체마다 규모나 콘텐츠 등에서 다양한 기획, 차별화된 엑스포(실제보단 좀 거창한 타이틀일 수도) 행사들이 속속 열리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각종 엑스포나 컨벤션 문화도 시끌벅적한 시골 장날의 개념에서 진화된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로컬 시대에 걸맞은 규모나 주제가 분명한 차이는 있습니다만, 지역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을 목표로 개최하는 면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엇비슷 할 겁니다. 이를 테면, 지난 5월 4일부터 한 달간 ‘2023 하동 세계차(茶)엑스포’가 한국 차 재배 일번지인 하동에서 열렸고요, 다가오는 9월, 한방 약초재 식물 자생지로 유명한 경남 산청군에서는 ‘산청 동의보감촌 전통의약 항노화 엑스포’가 열린다고 보도됐습니다. 


지난 주말, 그중 하나인 ‘2023 하동 세계 차 엑스포 대회를 다녀왔습니다. 한국 차문화의 역사로부터 옛부터 어떻게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아 왔는가를 살펴볼 계기가 되어 주었지요. 요즘도 자주 사용하는 말 가운데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라는 말이 있습니다. '차 마시는 일이 밥 먹는 일과 별반 차이 없다,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이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차밭을 한 바퀴 돌고난 후, 전시장 앞 마당 카페에서 녹차(綠茶) 한 잔 마셔봅니다. 차 애호가인 작가 한승원의 차에 대한 찬가를 떠올려봅니다. “차를 마시되 찻잎을 하나하나 땃을 손길을 생각하고, 그것을 덖고 비비는 이의 손 뜨거움과 끈질긴 참을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생각치 않은 자는 가마메는 자의 고달픔을 알지 못하고 타는 즐거움만 아는 자와 똑같다. 나는 차를 우릴 때 반드시 차주전자 뚜껑을 반쯤 열고 번져오는 차향( 茶香)을 맡는다. 찻잔에 코를 대고는 심호흡을 하듯이 향을 맡곤 한다. 그 향을 허기들린 듯 맡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사람은 다섯 감각기관으로 사물을 느끼고 헤아리고 판단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코로 냄새맡고 피부로 감지한다. 그 어느 기관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우려냈을 때의 향기. 차의 색깔, 차의 맛, 여기서 향기는 가장 위에 놓인다. 차의 생명은 향기와 맛과 색깔에 있다.(한승원,艸衣 서문 중에서).


하동을 거쳐 그리 멀지 않은 ‘보성’에 들렀습니다. '하동’의 차밭과 쌍벽을 이루는 곳입니다.' 한국 차(茶)박물관’로비에 들어서니 시음 카운터로부터 전해오는 다향(茶香)이 그득하게 다가옵니다. 보성녹차의 향취입니다. 전통 녹차 옆에는 티 블렌딩도 있습니다. 차와 또 다른 차를 섞음으로서 독특한 향을 만들어 냅니다. 아마도 신세대들에게 차 보급을 위한 융복합 시도로 보입니다. 차의 역사적 변천과정 전시관과 차 성분의 효능과 건강에 대한 영상관도 보입니다. 차 재배 및 음용과 관련된 오래된 유적과 다양한 차구(茶具)가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윗 층으로 올라가니 유럽, 중국, 일본의 다실(茶室)도 마련되어 있더군요. 각 나라별 차문화에 관한 비교·안내와 그 나라 고유의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된 실물크기의 방들 입니다.


한국 내 하동과 보성에서 차 재배가 시작된 이유라면, 토양과 기후가 차를 재배하기에 최적지이었기 때문이겠죠. 사방으로 둘러쌓인 산간지역이자 새벽에는 운무가 이슬 되어 적당한 습기를 제공해 주고, 한 낯 뜨거운 햇살이 차밭을 달궈주고, 한 겨울 눈 속에서도 차 나무들은 숨 쉬며 자라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차를 노래한 민요 한 가락 소개할까요. "초엽 따서 상전께 주고/중엽 따서 부모님께 주고/말엽따서 남편께 주고/늙은 차약지어/봉지봉지 담아두고/우리 아이 배 아플 때/차약 먹여 병 고치고/무럭무럭 자라나서/경상감사 되어주오(구전민요 ‘採茶歌’ 全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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