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의 행복칼럼] 부끄럽지 않은 신부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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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광의 행복칼럼] 부끄럽지 않은 신부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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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께 자신의 ‘신부(Bride)’인 로마교회와 이혼을 하겠다고 말한다. 신부인 교회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을 만큼 큰 죄를 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놀란 하나님은 지상 교회의 형편을 알아보기 위해 바울을 내려보냈다. 바울이 목격한 지상의 로마교회의 타락상은 말로 형용하기 어렵다. 음탕하고(Lewd), 부정한(adulterous) 로마교회는 이혼을 당해도 마땅한 모습이었다.  

   

바울의 보고를 받은 하나님은 그리스도의 청을 받아들이고 지상 로마교회와 이혼을 허락한다. 이 소식을 들은 천주교 외 교회 지도자들이 바빠졌다. 루터, 칼뱅, 에베소의 마가(그리스정교와 가톨릭의 통합에 반대한 15세기 비잔틴 신학자)가 자신들의 교회를 새신부로 추천했다. 그들은 진지하게 어필했지만, 그리스도는 어떤 교회와도 다시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답한다. 

   

17세기 이탈리아 자유 사상가 페란테 팔라비치노가 쓴 발칙한 풍자소설 <천상의 이혼>의 줄거리다. 로마교회에 직격탄을 쏜 이 작품은 당대 유럽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원래 이책은 비밀리에 간행되어 판매되었으나 독자층이 점점 늘어나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를 막론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번역되었고 표절 작품이 등장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페란테 팔라비치노는 이탈리아 명문 가문 출신이었다. 그는 어린시절 훌륭한 교육을 받았고 오타비오 피콜로미니(Ottavio Piccolomini) 장군이 독일에 주둔할 때 1년간 군종장교(정식 서품을 받은 성직자인지 분명하지 않다)로 근무했다. 그 후 그는 여러 풍자 작품들을 출판했고 대담하고 노골적인 책으로 유명해졌다. 특히 교황 우르바노 8세를 '그리스도의 수염을 깎는 이발사'로 풍자하면서 로마 교황청의 수배를 받았고 도피생활을 했다. 

   

그는 로마 교황청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 숨어서 계속 교황청과 주변 세력을 비난하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대담하게 로마 교황을 비난했고, 천주교 교육과 지적 활동을 독점했던 예수회와 반천주교 출판과 출판업자들을 잔인하게 박해하는 종교재판 등을 신랄하게 조롱했다. 물론 당대에 많은 독자가 그를 호응했었다. 

   

팔라비치노는 <천상의 이혼> 집필 직후인 1643년 1월, 교황청 당국에 의해 체포, 투옥되었다. 그는 원래 반교황파 세력인 베네치아의 보호 아래 비교적 안전하게 숨어 지냈다. 그러던 팔라비치노는 교황청 사람의 꾐에 넘어가 아비뇽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결국 체포되었다. 

   

그는 재판을 받으며 1년 여를 버텼으나, 불행히도 때 맞춰 <천상의 이혼>이 온 세상의 퍼져 각광받는 바람에 1644년 3월 초에 처형되었다. 그의 극적인 죽음은 그를 유럽에서 더 유명하게 했다. 이단 재판소의 단속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작들은 다양한 언어로 유통되었다. 이 책은 당시 천주교와 더불어 신부의 자격을 잃어버린 기독교 모든 교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17세기에 교회의 약함과 악함을 지적하며 파격적인 작품을 남긴 페란테 팔라비치노(Ferrante Pallavicino)는 현대 교회를 향한 묵직한 돌직구를 날린다. 그는 ‘천상의 이혼(Celestial Divorce)’을 통해 현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신부라는 본질에 얼마나 벗어났는가를 통렬하게 지적한다. 모쪼록 부끄럽지 않은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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